[정은실의 알고 듣는 클래식] (9) 톨스토이를 울린 슬라브적 애수가 가득 찬 곡, 차이코프스키의 현악4중주 1번 2악장 '안단테 칸타빌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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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실의 알고 듣는 클래식] (9) 톨스토이를 울린 슬라브적 애수가 가득 찬 곡, 차이코프스키의 현악4중주 1번 2악장 '안단테 칸타빌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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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3대 피아노협주곡이나 5대 바이올린 협주곡에 빠짐없이 이름을 올리는 차이코프스키는 발레곡 작곡가로도 잘 알려져 있다. 백조의 호수, 잠자는 숲속의 미녀 그리고 호두까기 인형 등 널리 알려진 유명한 발레곡은 모두 차이코프스키 작곡일 정도로 발레곡 작곡에도 어김없이 그의 이름이 들어간다. 모음곡이나 가곡 등 소품뿐 아니라 차이코프스키의 또 다른 유명한 음악 쟝르를 들라하면 현악4중주 역시 빼 놓을 수 없다.

앞에서 지휘하는 마에스트로도 없고, 웅장한 관현악도 아니고, 고고하게 자신을 뽐내는 카덴차의 협주곡도 아니지만 듣는 이로 하여금 잔잔한 울림을 주는 곡이 실내악곡이다. 지극히 민주적인 형태의 곡이면서 연주자들끼리 서로를 배려하는 은은함이 풍기는 곡이다. 언제 어디서 누가 들어도 부담없이 들울 수 있는 곡일 뿐 아니라 실내악곡 하나로 전체 분위기를 격조있게 가져갈 수 있는 마술같은 곡이 실내악곡이다. 그 중에서도 2대의 바이올린과 비올라, 첼로의 하모니로 구성된 현악4중주는 실내악의 기본일 뿐 아니라 그 우아함은 언제 들어도 기품이 있다

차이코프스키는 현악4중주를 모두 3곡 작곡했고 차례대로 번호를 붙였다 3곡 중 1번이 가장 잘 알려져 있고 그 중에서도 2악장의 칸타빌레는 러시아 특유의 슬라브적 애수가 가장 많이 깃들어 있는 악장이다. 중고등학교 시절 노랫말을 넣어서 부르기도 했던 2악장은 이름 그대로 노래하듯이 연주하는 ‘칸타빌레’다. 노래처럼 아름다운 선율은 1869년 여름 차이코프스키가 누이동생이 살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카멘카라는 시골에 머무는 동안 우연히 벽난로 수리공이 부르는 노랫소리에 영감을 얻어 지은 것이라고 한다. “바냐는 긴 의자에 앉아 술잔에 럼주를 가득 따른다. 잔이 반도 채워지기 전에 예카테리나를 그리워한다…”라는 가사를 노래하는 달콤하고 애수 띤 민요 선율에 자신의 감성을 더해 예술적으로 표현해낸 것이다.

2악장 안단테 칸타빌레는 톨스토이와도 관련이 있다. 슬라브 특유의 애잔한 아름다움 때문에 그 시절 대문호 톨스토이가 이 곡을 듣고 눈물을 흘렸다는 일화다. 1876년 12월, 오랜만에 모스크바를 찾은 톨스토이는 차이코프스키가 교수로 있는 모스크바 음악원을 방문하게 되었다. 음악원장 니콜라이 루빈스타인은 톨스토이에게 경의를 표하고자 특별 음악회를 마련했고, 그 자리에서 ‘안단테 칸타빌레’가 연주되었다. 이때 옆자리에 앉아 있던 톨스토이가 눈물을 흘렸고 집에 돌아간 뒤 차이콥스키에게 편지를 보냈다. “나는 나를 감동시킨 것에 대해서 당신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럴 틈이 전혀 없었기 때문입니다. 듣기만 해서 미안했습니다. 모스크바에서의 나의 마지막 날은 나에게 가장 아름다운 추억이 될 것입니다. 나는 나의 문학적 노고에 대해서, 그때의 그 훌륭한 연주보다도 더 아름다운 보답을 받은 적이 없습니다.” 그 후 10년이 지난 1886년 7월 1일 일기에 차이코프스키는 이렇게 썼다. “그때만큼 작곡자로서 기쁨과 감동을 느낀 적은 내 생애에 두 번 다시 없을 것이다.”

제1악장은 밝은 서주 부분을 시작으로 하고 제2악장은 차분한 바이올린 연주를 지나 우수에 젖게 하는 아름다운 연주가 이어진다. 두 주제가 번갈아 나오는 2악장은 러시아 민요에 바탕을 둔 제1주제와 첼로의 반주형식으로 나오는 제2주제로 구성되어 있고 마지막은 바이올린의 흐느낌으로 맺는다. 제3, 4악장은 강렬하고 화려한연주로 시작되어 경쾌한 분위기를 이어가며 활기차게 끝이 난다.

대문호 톨스토이를 울렸던 곡, 톨스토이와 차이코프스키, 두 예술가 사이에 교감이 흘렀던 2악장 안단테 칸타빌레를 다시 한번 듣고 싶은 이유다. <정은실/ 칼럼니스트>

* 이 글은 <헤드라인제주>와 제휴를 맺은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뉴욕일보>에도 게재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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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코프스키의 안단테칼타빌레
차이코프스키의 안단테칼타빌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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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실 칼럼리스트
정은실 칼럼리스트

정은실 칼럼니스트는...

서울출생. 1986년 2월 미국으로 건너감.

2005년 수필 '보통 사람의 삶'으로 문학저널 수필부문 등단.

2020년 단편소설 '사랑법 개론'으로 미주한국소설가협회 신인상수상

-저서:

2015년 1월 '뉴요커 정은실의 클래식과 에세이의 만남' 출간.

2019년 6월 '정은실의 영화 속 클래식 산책' 출간

-컬럼:

뉴욕일보에 '정은실의 클래식이 들리네' 컬럼 2년 게재

뉴욕일보에 '정은실의 영화 속 클래식' 컬럼 1년 게재

'정은실의 테마가 있는 여행스케치' 컬럼2년 게재

'정은실의 스토리가 있는 고전음악감상' 게재 중

-현재:

퀸즈식물원 이사, 퀸즈 YWCA 강사, 미동부한인문인협회회원,미주한국소설가협회회원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소설가협회회원, KALA 회원

뉴욕일보 고정 컬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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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알코드 2024-03-07 07:51:43 | 119.***.***.115
큐알코드가 있어 넘 좋으네요. 바로 음악을 들을수 있고, 작가의 해석도 음악을 알아가는데 도움이 되네요

요익행 2024-03-06 12:19:04 | 106.***.***.94
방금 좋은곡이 올라왔네요
점심시간이라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샘

소공녀 2024-03-06 12:13:01 | 223.***.***.246
잘 듣고 갑니다.
항상 기다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