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실의 알고 듣는 클래식](4) 언제 들어도 기분 좋아지는 곡, 그리그의 페르퀸트 모음곡 중 '아침의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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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실의 알고 듣는 클래식](4) 언제 들어도 기분 좋아지는 곡, 그리그의 페르퀸트 모음곡 중 '아침의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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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해튼의 겨울은 사람들 옷차림에서 부터 온다. 이 풍경은 유럽이나 아시아 등 각기 다른 나라에서 온 관광객들로 붐비는 라커 펠러센터나 센트랄 파크 쪽으로 가면 더 확실해진다. 콧등이 시큰할 정도로 싸늘한 바람이 한 번 스치고 지나가면 길 거리 모퉁이의 카페라도 들어가 몸을 녹이고 싶은 충동을 강하게 느끼는 겨울다운 날씨다. 싸늘하지만 푸른 겨울 아침, 맑고 상쾌한 아침의 공기를 마시며 하루를 시작할 때 듣고 싶은 곡을 생각하다가 문득 그리그의 페르퀸트 모음곡에 수록된 ‘아침의 기분’을 떠올리게 된다. 특히 북유럽에 속하는 노르웨이의 겨울은 뉴욕과 비교가 안 될 만큼 추울 것이다. 그런데 사실 이 곡은 꼭 아침이 아니라도, 꼭 겨울이 아니라도 언제 어디서 들어도 기분이 좋아지는 곡이다.

인형의 집으로 우리에게 알려진 노르웨이의 극작가 헨릭 입센의 작품 중 '페르퀸트'가 있다. 노르웨이의 민속설화를 소재로 쓴 극으로 다분히 환상적인 내용이 가미된 극이다. 노르웨이의 민족음악가 에드바르트 그리그는 그의 나이 31세 때 헨릭 입센으로부터 곡 의뢰를 받고 '페르퀸트'를 바탕으로 곡을 쓰기 시작했고, 이듬 해 여름에 완성한다. 처음에는 피아노 2중주 형식으로 출판했다가 뒤에 오케스트라로 편곡한 곡으로 총 5곡의 전주곡을 비롯해 행진곡, 춤곡, 독창곡, 합창곡 등 모두 23곡으로 이루어져 있는 곡이다. 이 중에 좋은 곡 4개를 뽑아서 제 1 모음곡으로 구성했고 후에 다시 4곡을 선정해 제 2 모음곡으로 만들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곡은 제 2 모음곡 맨 마지막 장에 나오는 솔베이지의 노래다. 중고등학교 시절 음악시간에 가사를 붙여 부르기도 했던 이 곡은 백발이 다 된 아내가 죽는 순간까지 멀리 나간 남편을 기다리는 순애보적 사랑으로만 알고 있던 곡이다. 그러나 곡의 내용을 좀 더 깊이 자세히 들여다보면 페르퀸트가 얼마나 방탕아인지 알 수 있다. 농부의 딸인 솔베이지와 앞날을 약속한 페르귄트는 게으르면서도 큰소리만 치는 몽상가이자 방탕한 성격의 소유자로 돈과 모험을 찾아 세계를 여행하면서 남의 부인을 뺏기도 하고, 험준한 산에서 마왕의 딸과 같이 지내기도 한다. 심지어는 아프리카의 추장 딸과 사랑을 나누기도 하면서 이리저리 유랑하다가 마침내 노쇠하고 비참한 몰골로 고향에 돌아온다. 그런데 고향 산중의 오막살이에는 솔베이지가 백발이 된 채로 끝까지 페르귄트의 귀향을 기다리고 있었고 결국 페르귄트는 사랑하는 여인의 품에 안겨 죽음을 맞는다는 내용이다.

제 1 모음곡은 1.아침의 기분, 2.오제의 죽음, 3.아니트라의 춤, 그리고 4.산속 마왕의 전당에서 이렇게 모두 4곡으로 구성되어 있고 아침의 기분은 그 중 제일 처음에 나오는 곡이다. 청아힌 목관악기 플륫의 독주가 인상적인 이 곡은 언제 들어도 마음이 평온해지고 머리가 맑아지며 기분이 좋아지는 곡이다. 3-4분 정도의 그리 길지 않은 주제음은 하루종일 콧노래로 흥얼거리는 자신을 발견할 정도로 쉬운 주제 음률이다.

좋은 음률의 길지 않은 곡, 한 곡 쯤은 외우다시피 틀어놓고 반복해서 듣다보면 어느 순간 내 곡이 된다. 그러면 이 곡 하나로 인해 하루의 시작이 밝고 맑은 기분으로 열리고 하루 종일 평온함이 깃든다. 그런 날들이 쌓여 결국 우리의 인생이 되는 것 아닐까. '아침의 기분(Morning Mood)'은 바로 그런 곡이다. <정은실/ 칼럼니스트>

* 이 글은 <헤드라인제주>와 제휴를 맺은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뉴욕일보>에도 게재되어 있습니다.  

그리그의 페르퀸트 모음곡 중 '아침의 기분'
그리그의 페르퀸트 모음곡 중 '아침의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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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실 칼럼니스트
정은실 칼럼니스트

정은실 칼럼니스트는...

서울출생. 1986년 2월 미국으로 건너감.

2005년 수필 '보통 사람의 삶'으로 문학저널 수필부문 등단.

2020년 단편소설 '사랑법 개론'으로 미주한국소설가협회 신인상수상

-저서:

2015년 1월 '뉴요커 정은실의 클래식과 에세이의 만남' 출간.

2019년 6월 '정은실의 영화 속 클래식 산책' 출간

-컬럼:

뉴욕일보에 '정은실의 클래식이 들리네' 컬럼 2년 게재

뉴욕일보에 '정은실의 영화 속 클래식' 컬럼 1년 게재

'정은실의 테마가 있는 여행스케치' 컬럼2년 게재

'정은실의 스토리가 있는 고전음악감상' 게재 중

-현재:

퀸즈식물원 이사, 퀸즈 YWCA 강사, 미동부한인문인협회회원,미주한국소설가협회회원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소설가협회회원, KALA 회원

뉴욕일보 고정 컬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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