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실의 알고듣는 클래식](12)경건함이 깃든 아름다운 명상곡 바흐의 관현악모음곡 3번 중 두번째 곡, 'G 선상의 아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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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실의 알고듣는 클래식](12)경건함이 깃든 아름다운 명상곡 바흐의 관현악모음곡 3번 중 두번째 곡, 'G 선상의 아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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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이라는 메가시티의 한 복판에 살다보면 원하던 원하지 않던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 수 밖에 없다. 또한 누군가는 부대끼며 사는 게 가장 인간답게 사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가끔 우리는 철저히 혼자이고 싶을 때가 있음도 역시 부정할 수 없다. 혼자서 조용히 명상하고 싶을 때, 누구에게는 신과 독대하는 시간이기도 하고 또 어떤 이에게는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기도 하고 이도 저도 아니면 그저 다 잊고 무아의 경지로 들어가고 싶은 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명상의 시간에 들을 수 있는 곡은 어떤 곡일까 생각하다 떠오른 곡이 바흐의 G 선상의 아리아다.

고전음악 중에는 처음 작곡가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제목이 붙고 또는 연주자나 편곡자에 의해 전곡 중 어느 한 파트가 갑자기 유명해지는 경우가 더러 있다. 그래서 대중들은 곡 전체보다는 잘 알려진 한 부분을 따로 떼어 마치 한 부분이 전체인 냥 생각하고 듣는 경우가 있다. 바흐의 G 선상의 아리아도 서곡, 아리아, 가보트, 부레, 지그의 5곡으로 구성된 관현악모음곡 3번의 두번째에 해당되는 곡이다. 왜 하필 G선일까, 바이올린의 4선(낮은 순서대로 G,D,A,E)중에서 가장 낮은 음인 G현 하나로만 연주하는 아리아(노래)라는 뜻으로 가장 두꺼운 현, 즉 가장 낮은 음을 나타내는 G(사)현으로 놀라울 정도로 차분하고 명상적인 음률을 들려준다.

독일의 바이올리니스트 아우구스투스 빌헬미(Augustus Wihelmi 1845-1908)가 처음 합주협주곡 형태의 곡을 독주용으로 편곡해 연주하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된 곡으로 바흐가 가장 행복했던 시절에 쓴 곡이라서 그런지 아름답고 평화스런 음률의 곡이다. 바흐가 살았던 바로크 시대에는 요즘같이 큰 스케일을 제대로 갖춘 오케스트라보다는관현악을 위한 합주협주곡 형태의 곡들이 많았다. 8 내지 10개의 악기 군으로 구성된 합주협주단을 위한 관현악곡은 주로 춤곡(무곡)을 묶어서 앞에 서곡을 붙여 모음곡이라 불렀고 그 중에 바흐의 4개의 관현악모음곡이 잘 알려져 있다. G 선상의 아리아는 관현악모음곡 3번에 수록된 곡으로 지금은 바이올린 독주로 잘 알려진 곡이다.

영화 세븐(seven)이나 동감 또는 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 등 흔히 보았던 많은 영상물에 삽입된 곡이다. 5분이 조금 넘는 짧은 이 곡이 주는 여운은 의외로 길다. 어쩐지 끝날 것 같지 않고 그래서 계속 더 듣고 싶은 곡일 뿐 아니라 들으면서 명상에 잠기기에 좋은 곡이다. 특히 영화 세븐에서는 도서실이라는 아카데믹하고 클래식한 배경속에서 성서에 나오는 일곱가지 악과 관련된 옛고서를 찾는 모습으로 서로가 상반되는 이미지를 대립시켰다.

바흐의 관현악 모음곡 4곡중 플루트와 현악 오케스트라를 위해 작곡된 관현악 모음곡 제2번은 우아하고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명곡으로 널리 알려져 있고 오늘 소개하는 ‘G선상의 아리아’는 관현악 모음곡 제3번에 나오는 곡이다. 바흐를 비롯해 특히 바로크 시대에는 종교적 색채가 강하게 풍기는 곡들이 많았고 ‘G선상의 아리아’, 역시 들으면 들을수록 단순히 심미적 아름다움이 아닌 경건함이 깃든, 그래서 때로는 숭고함 마저 느껴지는 곡이다. <정은실/ 칼럼니스트>

* 이 글은 <헤드라인제주>와 제휴를 맺은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뉴욕일보>에도 게재되어 있습니다.

G선상의 아리아
G선상의 아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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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실 칼럼니스트
정은실 칼럼니스트

정은실 칼럼니스트는...

서울출생. 1986년 2월 미국으로 건너감.

2005년 수필 '보통 사람의 삶'으로 문학저널 수필부문 등단.

2020년 단편소설 '사랑법 개론'으로 미주한국소설가협회 신인상수상

-저서:

2015년 1월 '뉴요커 정은실의 클래식과 에세이의 만남' 출간.

2019년 6월 '정은실의 영화 속 클래식 산책' 출간

-컬럼:

뉴욕일보에 '정은실의 클래식이 들리네' 컬럼 2년 게재

뉴욕일보에 '정은실의 영화 속 클래식' 컬럼 1년 게재

'정은실의 테마가 있는 여행스케치' 컬럼2년 게재

'정은실의 스토리가 있는 고전음악감상' 게재 중

퀸즈식물원 이사, 퀸즈 YWCA 강사, 미동부한인문인협회회원,미주한국소설가협회회원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소설가협회회원, KALA 회원

뉴욕일보 고정 컬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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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익행 2024-03-27 20:36:35 | 122.***.***.65
하루 일상 휙휙 돌다가 집으로 노곤함을 달래보는 클래식 시간이다
바흐를 만나다 G 선상의 아리아 음악과함께
일단 소파에 몸을 기대어 두 눈을 감고 잔잔한 음악 명상에 취해 빠져든다 음률이 평온하다 잠이온다 잠시 쉬어가는 아름다운 시간 색다른 맛으로 닿아왔다 예전에 즐겨 듣던 곡 중 정은실샘 올려주신
선곡 부연설명 클래식 수업 잘받았습니다 고맙습니다.

오름지기 2024-03-27 19:43:31 | 1.***.***.83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클래식에 조예가 깊지 못해 들어도 심드렁했는데,
작가님의 글과 음악을 들으니 귀가 좀
트입니다.
감사드립니다.
담주 수욜이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