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통제 또 8개월 연장했으나, 내년 확보액 45억 중 10억 불과
시민 불편에도...7조원 예산편성 제주도정, 이 공사 왜 '뒷전'?
제주시 탑동로에 위치한 라마다호텔 앞 4차로 중 2차로가 완전히 통제된 지 10개월이 지나고 있으나, 공사 착공조차 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계획대로라면 벌써 완공되어야 할 시점이지만, 공사 펜스를 설치해 차량 통행만 막은 채 사업은 전면 중단된 상황인 것으로 확인됐다.
제주시는 28일 이 사업과 관련해 보도자료를 내고 당초 이달 말까지로 예고됐던 탑동로 라마다호텔~오리엔탈호텔 230m 구간의 도로에서 시행되는 배수암거 정비공사에 따른 차량통행 금지 조치를 내년 8월 말까지로 연장한다고 밝혔다.
지난 3월부터 시행된 차량통행 금지조치를 8개월 연장한다는 것이다.
이 공사는 해당 구간에 자리한 배수암거가 위험 상태에 있는 것으로 진단되면서 긴급하게 추진됐다.
배수암거는 탑동 2차 매립 당시인 1988년 시설된 것으로, 30년 이상 경과했다.
제주시는 지난해 배수암거에 대한 퇴적토 준설작업 과정에서 해당 암거가 바닷물 등에 의해 부식이 심하게 이뤄지면서 철근 등이 노면으로 노출되고 균열이 생겨 정밀안전진단을 실시했다.
이 결과 매우 위험한 상태를 의미하는 'E등급(불량)' 판정이 나왔다. 이를 무시해 차량 통행을 그대로 허용할 경우 안전사고 위험은 물론 자칫 차량 하중을 버틸 수 없는 상황에 처할 수 있을 것으로 진단됐다.
이에 제주시는 지난 3월 해당 구간의 도로 4차로 중 2차로를 공사 펜스로 완전히 막아 차량 통행을 전면 금지시키고 12월까지 배수암거 정비공사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차량 통제가 이어지면서 라마다호텔로 진입하거나 인근 상가의 불편은 물론, 용담이나 부두에서 진입하는 차량들은 큰 불편이 이어져 왔다.
그러나 완공 시점으로 제시한 이달까지도 차량만 통제한 채 공사는 아예 착수조차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1년째 '공사 대기 중'이라는 황당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이유는 정비공사를 할 예산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해당 사업을 위해서는 총 45억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 기간 예산 투입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제주도의 내년 예산에는 이 사업 예산으로 10억원이 편성된 것이 전부다. 이 사업 추진을 위해 국비 절충을 했으나 5억원만 편성되자, 지방비로 50%(5억원)를 매칭해 총 10억원을 편성한 것이다.
제주시는 차량 통제기간을 내년 8월까지로 연장하며 이 기간 공사를 완공하겠다고 밝혔으나, 앞으로도 35억원을 더 확보해야 하는 점을 감안할 때 이번 약속 이행 역시 불투명한 상황이다.
애꿎은 시민들의 불편만 가중되게 됐다.
◇ 7조원 예산 편성하면서 왜 이 사업은 '뒷전'?
문제는 장기간 차량통제로 시민불편이 이어지는 상황임에도 제주특별자치도 예산부서에서는 적극적 예산 배정 시도조차 하지 않고 있다는데 있다.
7조원에 이르는 내년 예산안에서도 각종 행사 지원금 등은 대거 편성됐지만, 정작 시민 불편이 불을 보듯 뻔한 이 사업 예산은 '뒷전'이었다.
현재와 같은 국비 확보 속도로는 앞으로는 수년이 걸려야 완공될 것으로 보이면서, 시민들의 원성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제주시는 일단 내년 1월부터 확보된 10억원 예산을 투입해 공사를 시작하겠다고 밝히고 있으나, 모자란 35억원 사업비 확보 방안은 없는 상황이다.
시청 내부에서는 뒤늦게서야 '재난기금' 활용을 언급했다. 그러나 이는 제주도정의 결단이 필요한 부분이다. 그동안 본예산 편성에서도 방관자적으로 해온 도정에서 결단을 내릴지는 미지수다.
고병준 제주시 상하수도과장은 "일단 10억원을 투입해 공사를 착수하고, 부족한 사업비는 재난기금 등을 활용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고 과장은 이번에 국비가 고작 5억원만 편성되면서 앞으로 국비와 지방비가 50대 50으로 매칭되는 방식으로 예산이 편성될 경우 공사 기간이 앞으로도 몇 년은 더 걸릴 것 아니냐는 질문에, "국비 매칭 방식으로 진행하면 시간이 너무 소요되기 때문에, 재난기금 등에서 한 번에 예산이 투입될 수 있는 방안을 협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또 "도로 굴착 없이 배수암거 내부에서 보수보강 하는 공법을 사용하기 때문에 예산만 정상적으로 확보되면 공사는 바로 몇개월 내에 마무리할 수 있다"면서, "연초에 사업비가 전액 배정되면 이번 연장 시한인 8월까지 공사를 마무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탑동로 배수암거를 신속하게 정비하는데 시민들이 불편함을 최소화하는데 행정력을 집중하겠다"면서 "주변 상가 등에서 아낌없는 배려와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헤드라인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