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직 지휘자! 제주합창역사의 ‘특이점’을 만들어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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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직 지휘자! 제주합창역사의 ‘특이점’을 만들어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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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경수 / 제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2023년 10월14일 제주학생문화원 대극장에서는 제주 합창 역사의 한 변곡점이 만들어졌습니다. “제1회 오승직 전문합창음악 연구발표회”입니다. ‘특이점’이라고 하고 싶습니다. 이때 특이점은 가장 높은 지점은 아닐지라도 큰 변화를 야기하는 도약지점이라는 의미로 규정하고자 합니다.  
  
그 이유들을 써내려가 봅니다. 기고자가 직접 보고 느낀 점을 중심으로 적겠습니다. 
  
첫째, 제주도민들에게 어떤 단체도 제공하기 어렵거나, 제공하지 않는 감상기회를 만들어준 점입니다. 모테트와 마드리갈! 지금으로부터 가장 오래된 음악의 한 장르를 듣게 해주었고, 제주도에서 가장 멀다고도 할 수 있는 유럽지역 종교음악과 당시의 세속음악을 들려주었던 것입니다. 어떻게 보면 현 시점, 제주에서 감상하기에 어려운, 그러면서도 의미있고, 재미있는 음악들을 들려주었던 것입니다. 앞으로도 제주에서 가장 먼 곳, 가장 옛날 곡, 이 두 집합이 만나는 교집합의 음악들을 연구해주고, 들려주기를 바래봅니다.      
  
둘째, 순수와 자연미를 지향했던 것입니다. 양심을 중요시했던 칸트라는 사람은 예술성을 논할 때도 그 비슷한 맥락에서 ‘순수미’와 ‘자연미’를 강조했다고 합니다. 굳이 칸트까지 가지 않더라도 이번 전문합창음악연구발표회는 그 동안 제주에서 보기 어려웠던 합창음악분야의 순수미를 제대로 보여준 공연이라고 하고 싶습니다. 아카데믹하다고 할까요? 다성음악으로 구성된 합창의 원류, 꾸미지 않은 그대로를 지향했던 곡들을 작곡자 의도대로 표현하면서 순수성을 보여주었던 것입니다. 민간에서 그것도 단체가 아니라 개인, 혼자서 추진하기가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입니다.  
  
셋째, 제주합창역사에 있어서도 하나의 획을 긋는 지점이었습니다. 1981년 제주대학교 음악교육과 입학을 시작으로 제주에서도 전문성악인들이 배출되기 시작했습니다. 기고자는 그 지점이 하나의 변곡점이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로부터 40년이 지난 지금, 제주에서 이번 음악회와 같은 시도가 만들어졌다는 것이 또 하나의 변곡점이 되었다는 점입니다. 이제 후학들이 용기를 가지고 지금과 같은 제2, 제3의 시도를 하게될 것입니다. 이는 곧 제주 음악의 도약이자 발전, 그 자체입니다. 
  
넷째, 예술에 대한 진정한 의지와 사랑을 보여준 음악회가 되었습니다. 정부의 보조금 도움이 있었지만 예술을 위한 예술가의 자체 지원, 자체 투자의 시스템을 보여주었던 것입니다. 사실 가족 하나 제대로 꾸리기도 어려운 이 시기에 순수예술발전을 위해 자체 투자할 수 있었다는 점은 높게 볼 수밖에 없는 행동입니다. 그 무모하기까지한 시도에 박수를 보냅니다.  
  
이런 음악회가 가능했던 사연도 생각해보았습니다. 
  
첫째, 지휘자 오승직이 그동안 음악계에 많은 ‘신뢰’(사회적 자본)를 쌓아두어서 가능했다고 보아집니다. 대학생 시절, 음악을 전공하면서도 칼리오페라는 대학 동아리 합창단 지휘를 시작으로 음악의 네트워크를 만들어 갔던 것 같습니다. 도립합창단, 종교, 민간 합창단 활동 등 지금까지 다양한 합창단 활동을 통해 지역사회에 봉사했던 그 신뢰가 이번의 음악회를 가능하게 했던 에너지된 것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둘째, 과거 제주 시립합창단, 현 도립 합창단 멤버로 프로합창단을 하면서 익힌 프로합창단의 생태익힘, 고급합창에 대한 학습의 결과가 이번 기획을 가능하게 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셋째, 합창연구에 있어서 이론적 연구를 지속화해 온 것도 하나의 큰 동기가 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오승직 지휘자는 “제주도 지방의 합창 활동에 관한 연구”라는 제목으로 석사논문을 쓰면서 제주합창을 학술적으로 연구하기도 하였습니다. 근대교육 이후 제주에서 구성되어지고 활동했던 제주도의 합창단의 역사를, 고증을 통해서 기록하면서, 제주 합창의 ‘통’(通)을 연결하는 연구를 했습니다. 그런 과정의 한 지점에서 이번과 같은 도발적 행사를 생각해낼 수 있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당일 공연 현장의 느낌을 적어보겠습니다. 
  
제1부 모테트에서는 팔레스트리나의 곡을 중심으로, 종교음악에서도 대선율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주는 곡들로 구성해주었습니다. 그레고리안 성가의 최신 버전인듯한 느낌으로 경건함과 천상의 목소리를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푸가와 카논이라는 기법을 활용하여, 사제와 성가대가 서로 맞은 편에서 미사곡을 연주하는 성당의 울림을 그대로 느끼게 만들어주었습니다. 평소 지휘자의 ‘절제’미학을 제대로 표현해내는 공간이되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제2부는 세속은 밝음을 의미하는 것일까? 모테트의 세속버전이라는 느낌을 준 마드리갈 부분이었습니다. 무반주이지만 리드미컬했습니다. 이 마드리갈에서는 푸가와 카논 기법이 리듬에 활동되어 곡을 전체적으로 밝고, 흥겹게 만드는 데에 기여했습니다. 몰레이 곡을 중심으로 구성했습니다. 중세음악도 밝고 즐거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시간이었습니다.    

황경수 교수
황경수 교수

제3부는 제주의 정서를 화음으로 표현한 창작 합창곡 두 곡 시간이었습니다. 임재규의 ‘아름다운 제주도’, 이승후의 ‘자랑 자랑’(제주도 전통적 자장가 중 하나의 이름)입니다. 선한 삶을 살아온 제주의 정서를 반영한 듯한 선율의 ‘아름다운 제주도’, 채록해서 새로운 버전으로 태어났지만 원곡보다 더 자장가다운 ‘자랑 자랑’이었습니다. 하향선율에서도 에너지를 끝까지 잃지 않도록 받쳐내게 유도하는 지휘자의 의지, 밝은 화음은 그 값을 최대화하여 밝게 만들어내려는 노력이, 합창인들에게 큰 감동을 주었으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제4부는 제주를 소재로 하는 합창곡 코너였습니다. 그중에서 ‘합창연구’라는 프레임으로 접근해야만 소화해낼 수 있는 곡들을 선곡하여 들려주었습니다. 편안하게 들을 수 없는 쉽지 않은 곡들이지만, 편안하고 즐겁게 들을 수 있도록 만들어 주었습니다. 파트별 경계가 뚜렷하다가도 하나가 되는 느낌을 주면서, 한 순간도 같아서 지루하거나 달라서 어색하지 않은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안성복의 ‘서우젯 소리’, 고재완의 ‘비바리’, 전재헌의 ‘우리 사랑’입니다.      

 “여느 합창과 다른 합창을 해주었다.”
 “중세 합창음악은 순수하면서도 참 즐겁게 한다.”
 “제주에서도 이런 중세음악 공간을 만들 수 있구나.” 
 “프로들이 역할을 하니 아마추어들이 즐거워진다.”는 등의 감상 후기들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오승직 지휘자는 2023년, 합창분야 제주에서의 ‘특이점’을 만들어냈으니 그 사업을 지속화해서 ‘즐거움’이란 모티프로 제주지역에 보답을 해주시고, 제주합창의 발전을 유도해나가는 데에 전위대로 젊은 역할을 해주시길 바라면서 맺고자 합니다. <황경수 / 제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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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성용 2023-10-17 17:03:18 | 119.***.***.145
제주 합창의 미래가 밝군요!
좋은 글 올려주신 황경수님께서도 제주 합창의 큰 관심 속에 개인의 특이점을 만들어 가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