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 제도' 누구를 위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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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 제도' 누구를 위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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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인권이야기] 문채영/ 제주장애인인권포럼 인권활동가
문채영/ 제주장애인인권포럼 인권활동가 ⓒ헤드라인제주
문채영/ 제주장애인인권포럼 인권활동가 ⓒ헤드라인제주

먼저 내 소개를 한다. 내 이름은 문채영, 시각장애인이다. 활동가의 말말말은 이전에도 써본 적이 있어 장애in제주를 즐겨보는 사람들은 내 이름이 친숙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번에 활동가로서 해볼 이야기는 시각장애인으로서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 제도의 등록과정부터 매칭, 이용까지 순탄치 않았던 스토리를 풀어보려 한다.

나는 2002년 시각장애인 판정을 받았고, 2020년 12월 말까지 어느 정도 독립적인 생활이 가능한 저시력으로 살아왔다. 하지만 갑자기 시력이 악화되어 빛조차 감지하지 못하는 속칭 전맹이 되었다. 그때까지도 나는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가 있는지 몰랐기에 오로지 가족들의 도움을 받으며 생활했다.

그러던 2020년 6월, 막 활동가로 발을 내딛게 된 제주장애인자립생활센터로부터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에 대한 정보를 얻게 되었다. 그리고 바로 다음 날, 엄마와 애월읍사무소에서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를 신청하게 되었다. 이후 국민연금공단의 현장평가가 이루어졌고, 7월 23일 드디어 처음으로 보건복지부에서 90시간을 판정받게 되었다. 그 후 활발한 지역사회 참여를 준비하며 본격적으로 활동지원사를 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활동지원사 매칭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나에게 주어진 활동지원서비스 급여는 너무나도 적었고, 활동지원사도 결국 수입을 위한 하나의 직업이기에 적은 급여를 만족하는 활동지원사를 찾는 일은 힘들었다. 결국, “아직은 스스로 할 수 있는 게 많으니 정말 필요할 때 다시 알아보자”라는 가족들의 의견에 따라 활동지원서비스는 잠시 중단하기로 하였다. 그러나 몇 달 후 급격히 시각장애가 악화되고 전맹이 되면서 완벽하진 않았지만 독립보행과 일상생활이 가능했던 나의 삶은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일상을 누릴수 없는 현실이 되어버렸다.

설상가상 좋은 기회로 취업을 하게 되었지만, 출퇴근 지원까지 필요한 상황이 생겼고 이제는 더 이상 가족들의 도움만 받으며 생활할 수 없겠다는 생각에 다시금 활동지원사를 구하기 시작했다. 두 번의 면담 끝에 2021년 6월 2일 활동지원사와 매칭되어 활동지원서비스를 지원받게 되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2022년 학교를 졸업하게 되며 보건복지부에서 제공하는 활동지원시간이 60시간으로 변경되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전혀 보이지 않는 상황이지만 활동지원사의 지원으로 근무를 비롯해 모임, 문화예술 활동 등 여러 대외 활동을 열심히, 즐겁게 하고 있던 나에게는 그야말로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시각장애인복지관 이용 확인서를 제출하면 도추가시간을 신청할 수 있다는 읍사무소의 이야기에 바로 이용 확인서를 제출하여 보건복지부 60시간 + 도추가 30시간하여 총 90시간의 활동지원서비스 시간을 다시 보장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직장을 퇴사하여, 역량 강화를 위해 여러 활동을 하며 지내던 중 2022년 12월, 시청 장애인일자리사업 참여형을 신청하여 2023년 1월 2일부터 출근을 하게 되었다. 근무지는 제주장애인자립생활센터, 주 업무는 동료상담이었다. 이제는 매주 고정적인 출퇴근 지원이 필요했고, 모임, 문화예술 밴드, 자기계발 등 인간관계가 넓어지고 사회참여 시간이 길어진 것에 반해 기존 90시간은 모든 것들을 해내기에 너무나 부족한 시간이었다.

찾아보니 올해 하반기가 활동지원서비스 갱신 기간이었다. 고민 끝에 재심사를 신청하기로 해 국민연금공단에 재심사를 위한 서류와 절차에 대해 문의하였다. 현재 눈 상태에 대한 의사소견서 또는 진단서가 필요하고, 읍사무소에 방문해 신청하면 현장평가를 나온다는 답변을 듣게 되었다. 이후 안과에서 진단서를 발급받고 애월읍사무소에 방문해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 재심사 신청서를 작성하게 되었다.

2주 후 국민연금공단 담당자가 현장평가를 나왔다. 나는 재심사를 신청한 이유와 전맹이 되기 전후 눈 상태에 대한 자세한 설명,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시기 때문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다는 점, 익숙한 집 안에서도 자주 부딪히고 보호자가 옆에 있어야만 식사가 가능하고, 핸드폰은 소리를 들으며 사용할 수 있지만 혼자서 편의점에 가는 것조차 불가능하다는 점, 대외 활동이 많기 때문에 현재 시간으로는 부족하다고 이야기를 하였다. “만약 이렇게 재심사했는데도 불구하고 전과 다를 게 없다면 어떡하냐“는 나의 질문에 담당자는 ”인지에는 장애가 없지만 일상생활에서 안전에 대비할 수 없기 때문에 변동이 있을 것이고, 그럴 일 없을 것이다“라고 답하였다.

내가 참여확인서를 보여주며 장애인일자리사업 참여형은 근무 시간이 짧다 보니 사회활동으로 적용이 되는지도 질문하였다. 담당자는 ”복귀해서 확인을 해봐야 할 것 같다, 적용될 수도 있고, 되지 않을 수도 있다. 만약 된다면 읍사무소에 방문해 사회활동 추가 변경 요청을 하고, 최대한 빨리 신청하세요“라고 답했다.

개인적인 일을 해결하고 며칠 뒤 애월읍사무소에 방문해 참여확인서를 제출하며 사회활동 추가 변경 요청을 하였다. 그러나 읍사무소로부터 이미 사회활동 신청 기간이 지나, 다음 달인 6월부터 사회활동이 적용된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현장평가를 나왔을 때 최대한 빨리 신청하라는 말은 했지만, 정확한 기간과 자세한 설명을 해주지는 않았다.

그렇게 또 몇 주가 흐른 뒤 재심사 결과가 나왔다. 보건복지부 90시간 + 도추가 30시간 총 120시간이었다. 저시력이었을 때와 같은 시간이었다. 우리 가족은 분노하였고 또다시 국민연금공단에 문의하게 되었다. 공단은 ”사회활동이 아직 적용되지 않은 것이다. 적용되면 보건복지부 시간이 변동될 것이다.“라고 답변하였다. 하지만 내가 ”직장을 퇴사하게 되면 사회활동으로 받았던 시간은 사라지는 것 아니냐, 현재 전맹인 상태이기 때문에 일상생활이 불가능하다.“ 말하니 공단은 ”그 이후에 이의신청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답변하였다.

결국 애월읍사무소에 방문해 현재 장애정도에 비해 시간이 적게 나왔다는 이의신청서를 작성하게 됐고, 처음과 같이 현장평가를 받아야 했다. 그 후 공단에서 만나도 저번과 비슷할 것 같으니 전화로 이야기하자 하여 종합조사표에는 빛을 전혀 감지하지 못하는 광각 무, 사회활동 부분에서 직장생활이 체크가 되며 구간변동이 있을 것이라고 하였다.

며칠 뒤 국민연금공단에서 최종적으로 150시간으로 변경되었다는 연락을 받게 되었다. 이후 나는 보건복지부 150시간 + 도추가 30시간 총 180시간으로 생활을 하게 되었다.

결과적으로는 시간이 추가되었지만 과정에서의 피로와 스트레스는 활동지원서비스에 대한 회의감과 의문을 주었다.

여기서 첫 번째 의문, 현재 장애인의 삶에서 가장 주요 요소로 꼽히는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를 나는 왜 몰랐을까, 저시력이었을 때는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 내가 복지서비스에 관심이 없어서? 아니다, 복지서비스의 존재 자체를 몰랐는데 어떻게 정보에 접근을 하겠는가? 그렇다면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정부, 지방자치단체는 왜 나에게 정보를 알려주지 않았을까? 바로 국내 복지서비스는 기본적으로 ‘신청제’이기 때문이었다, ‘신청제’는 말 그대로 장애인당사자 또는 주변인이 서비스에 대해 제대로 인지하고 신청하지 못하면 지원자격이나 수급자격이 있어도 복지망에서 소외되고 차별받을 수 있는 구조이다. ‘신청제’가 문제가 있는 이유를 장애인당사자 입장에서 들여다 보면, 장애유형과 장애정도에 따라 스스로 정보를 탐색하고 습득할 수 있는 기술적 차이로 정보의 격차가 벌어지며, 사는 지역 그리고 지원·보호자의 유무에 따라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경로와 접근성에도 차이가 생긴다. 이렇듯 개인의 환경에 따른 정보의 격차가 결국 서비스의 격차로 이어지는 것이다.

그럼에도 ‘신청제’를 고집하고 있는 현 복지체계는 국비 즉 예산을 아끼기 위해 정부가 부리는 아주 교묘한 술수이고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우리 정부는 이제 각성하고 복지서비스 패러다임을 변화시켜야 한다. 오랜 기간 국민의 안전과 행복을 두고 행해온 예산과의 저울질은 더 이상 그만하고 장애인당사자들이 복지서비스의 이해를 바탕으로 다양한 복지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도록 ‘선택제’가 되어야 하고 복지서비스의 내용도 같이 향상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 공단이 사회활동 서류 제출에 대한 설명을 빠른 시일 내에 제출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기한이 정해져 있다는 정보는 없었다. 하지만 나도 일상생활이 있고 사회활동을 하는 사람으로서 시간을 내기 어려웠고 일주일 후 겨우 시간을 내 서류를 제출하러 갔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기한이 종료되어서 다음 기한에 제출해야 한다는 답변이었다. 그런데 공단의 정학한 정보안내가 부족해서 생긴 추가 시간 지연이 왜 오로지 당사자의 책임이고 피해인가? 나는 추가 시간과 바뀐 사회활동에 대비해 기조 활동지원사와 계약을 해지하고 새로운 활동지원사를 구하고자 했지만, 시간이 불확실해 구인에 어려움이 있었다. 이로 인해 나는 출근은 해야 하기에 어떻게든, 위험을 무릅쓰고 독립적으로라도 활동했다. 그동안 공단은 아무런 대비책도 조치도 없었다. 이처럼 나뿐만 아니라 장애인당사자들은 정보 부족, 기약 없는 기다림에 피해받는 현재의 활동지원서비스제도는 분명히 문제가 있다.

세 번째, 의사소견서와 진단서만으로 나의 눈 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가? 변경된 시간이 정말 나의 장애 정도를 고려하였는가? 의학적 진단, 공단에 의한 기능적 평가에 치우쳐진 활동지원서비스 평가 시스템은 당사자의 현실이 반영되지 않는다. 장애유형을 가진 장애인들도 그렇겠지만, 시각장애인 당사자로서, 그리고 시각장애를 가지고 있는 지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시각장애인에게 제공되는 활동지원서비스 시간이 매우 적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유는 시각을 제외한 신체적·기능적 손상이 없다는 것이다. 전문가라고 불리는 자들은 시각장애를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가? 나보다 잘 아는가? 아니면 나의 일상을 함께 해본 적이 있는가? 나는 타인에 계산에 의한 서비스가 아닌, 내가 불편한 만큼 필요한 만큼의 서비스를 받고 싶다. 아니, 그래야 한다.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 제도는 신체적 • 정신적 장애 등의 사유로 혼자서 일상생활과 사회생활을 하기 어려운 모든 장애인에게 활동지원급여를 제공함으로써 자립생활과 사회참여를 지원하고 그 가족의 부담을 줄임으로써 장애인의 삶의 질 증진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하지만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를 받기 위한 절차가 복잡하고, 정보제공이 제대로 되지 않고 미흡하다. 당사자가 중요한 정보들을 놓친 채로 서비스를 제공받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그것이 삶의 질 증진일까? 라는 의문을 던지고 나는 모두가 동등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오늘도 거리를 누빈다. <문채영/ 제주장애인인권포럼 인권활동가>  

<장애인 인권 이야기는...>

우리 사회는 장애인을 단순한 보호 대상으로만 바라보며 장애인의 문제를 대신 해결해 주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장애인은 치료받아야 할 환자도, 보호받아야 할 어린이도, 그렇다고 우대받아야할 벼슬도 아니다.

장애인은 장애 그 자체보다도 사회적 편견의 희생자이며, 따라서 장애의 문제는 사회적 환경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사)제주장애인인권포럼의 <장애인인권 이야기>에서는 장애인당사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세상에 대해 새로운 시선으로 다양하게 풀어나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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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영 2023-09-21 17:43:42 | 49.***.***.147
제주시장애인전환지윈센터 리더님 저 나영이 회장님입니다
2023년발달장애인 자조모임 잘부탁드려요

이성남 2023-09-20 16:04:07 | 118.***.***.44
본인이 신청하지않아도 신청할 수 있게끔 복지지원센타에서 좀 더 세심히, 자주 들여다보고 꼼꼼히 안내하여 복지의 혜택을 고루 누릴 수 있었음 좋겠습니다. 응원합니다!!

문정식 2023-09-20 15:47:39 | 59.***.***.213
장애인들이 당당하게 사회생활할수 있도록 더 많은 관심과 응원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