꽉 막힌 서문로...한천 정비사업, 대책없는 공사 강행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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꽉 막힌 서문로...한천 정비사업, 대책없는 공사 강행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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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설명회 후속 교통대책 논의과정, 느닷없이 공사 추진
한전 전주 이설, 1개 차로 20m구간 공사에 일대 교통 마비
주민 합의도 없이 공사 강행?...행정기관도 공사소식 '깜깜'
29일 용한로와 서문로 교차지점인 한천교 앞. 부둣가에서 올라오는 대형차량이 많은 용한로와, 버스와 공항으로 가는 차량이 많은 서문로는 이날 심각한 교통혼잡이 빚어졌다. 

교통대책과 주차대책을 먼저 내놓아야 한다는 주민들의 강력한 요구에도 불구하고, 한천 자연재해위험개선지구 정비사업이 사실상 공사를 그대로 강행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29일 제주시 서문로(용담→용문로) 및 용한로(용연교→용문로) 일대 도로가 온종일 극심한 교통정체가 빚어졌다. 

서문로는 용담사거리에서 용문로로 향하는 200m가 넘는 편도 2차로 구간이 차량들로 꽉 들어차 거대한 주차장을 방불케 했다. 탑동에서 올라오는 길목인 용연교에서 용문로까지 이어지는 용한로(한천 복개구간)에서도 공항 방면 2개 차로에서 정체가 이어졌다.

이날 차량 정체는 오전 9시 빚어지기 시작해,  오후 2시40분까지 계속됐다. 

이유는 한천교 4차로 중 서쪽 가장자리 지점의 1차로 20m 구간에서 진행된 전기시설 공사 때문이었다. 공사는 굵은 빗줄기가 내리기 시작할 오후 3시쯤 중단했다.

그런데 공사가 이뤄지는 지점에 세워진 팻말에 부착된 A4 용지의 자그마한 안내문을 본 주민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일반적 전기 안전공사가 아니라, 한천 정비사업을 위한 지장 전주이설공사였기 때문이었다.

같은 팻말의 전기공사 안내문의 반대쪽에는 '송당리 에어시티 대지조성사업 간선공사'라는 전혀 엉뚱한 내용이 쓰여져 있었다. 주민들이 해당 공사를 일반 전기 안전점검 공사로 오인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공사장 앞에 세워진 팻말. 이 안내문에는 한천정비사업에  따른 전주 이설이 아니라 전혀 엉뚱한 내용이 기재돼 있었다.
공사장 앞에 세워진 한전 제주지역본부의 팻말. 이 안내문에는 한천정비사업에 따른 전주 이설이 아니라 전혀 엉뚱한 내용이 기재돼 있었다.
한천교 옆 1차로 20m 구간에서 공사가 이뤄지고 있다. 공사 안내문은 팻말에 A4용지에 간략히 기재해 붙여져 있다. 
한전 제주지역본부의 또 다른 공사 안내 팻말. 이 팻말에는 A4용지에 간략히 한천 정비사업에 따른 전주이설 공사라는 내용이 기재돼 있었다. 

태풍이 내습할 때마다 범람 위험이 제기되고 있는 한천 일대의 재해예방을 위해 복개구조물을 걷어내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한천 정비사업은 지난 22일과 23일 용담2동주민센터와 용담1동주민센터에서 주민설명회를 개최했지만, 지역주민의 반발과 이견'이 분출되면서 결론을 내지 못한채 마무리된 바 있다. 

확실한 교통대책과 주차대책을 먼저 내놓아야 한다는 주민들의 요구에, 제주시당국은 추진위원회를 꾸려 원만한 해결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교통대책 등에 대한 주민 합의가 이뤄질 때까지는 공사를 유보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그러나 설명회가 끝난지 불과 며칠 만에 사실상 1단계 공사는 시작됐다. 전주이설 공사를 시행한 기관은 한국전력공사 제주본부였다. 

1단계 공사는 전주 등 가설물을 이설하고, 왕복 4차로의 한천교 도로를 반쪽씩(2차로) 막아 교각을 교체하는 내용으로 짜여져 있다. 이 중 전주 이설이 시작된 것이다. 

전주 이설 공사가 시작됐음에도 인근 지역 주택과 상가는 물론 해당 동주민센터나 제주시청 한천정비사업 담당부서에도 공사가 진행되는 사실을 전혀 알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문로와 용한로의 공항 방면 차로(2차선)가 완전히 마비된 상황이었음에도, 한전측은 자치경찰 등에도 협조를 요청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29일 심각한 교통혼잡이 빚어지고 있는 용한로와 서문로 교차지점인 한천교 앞.
공사가 이뤄지는 구간. 공사는 불과 20m 구간 1개차로에서 이뤄졌으나, 용한로와 서문로 일대는 극심한 교통정체가 이어졌다. 
공사가 이뤄지는 구간. 공사는 불과 20m 구간 1개차로에서 이뤄졌으나, 용한로와 서문로 일대는 극심한 교통정체가 이어졌다. 

뒤늦게 사실 확인에 나선 제주시 관계자는 "오늘 전주이설 공사는 올해 1월 한전에 요청하면서 진행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주민설명회에서는 주민 협의 후 공사를 진행할 뜻을 밝혔으나, 교통대책 마련과는 상관 없이 버젓이 공사는 시작된 것이다.

1월에 한전에 전주이설을 요청했다 하더라도, 지난 3월 열렸던 4차 주민설명회, 최근 열린 5차 주민설명회에서도 교통대책과 주차대책이 여전히 미흡한 것으로 나타나 결론을 내지 못하면서 1단계 공사착수는 자동으로 유보된 상황이다.

그럼에도 5차 주민설명회가 끝난지 6일만에 전주이설 공사를 추진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제주시당국과 시공사측이 한쪽에서는 대책마련 운운하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예정된 공사를 밀어붙이려는 이중적 플레이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나오고 있다. 

더욱이 차량정체가 뻔히 예상되는 공사를 하면서도 사전에 관계기관과 협의도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현장 시공사측은 "날씨만 좋다면 오늘과 내일(30일)까지 공사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한전측은 공식적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이러한 가운데, 이번 전주이설 공사와 관련해, 1차로 20m 구간을 통제해 이뤄진 공사임에도 일대 심각한 교통체증을 유발한 상황은 앞으로 본 공사에 대한 우려를 크게 한다.

이날 공사현장 인근의 시민 ㄱ씨는 "겨우 이 정도 공사 하나 하는데도 도로가 완전히 막히는데, 앞으로 한천교 다리 도로 포장을 반쪽씩 걷어내어 공사를 한다면, 얼마나 심각할지 안봐도 뻔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공사를 하는 4년 이상의 기간에도 교통문제로 고통을 받을 게 뻔하고, 공사가 완료되더라도 도로 폭이 지금의 절반도 안되는 수준으로 줄어들게 되면 공항에 내려오는 차량들 유입도 감당이 안되고, 부두에서 올라오는 차량들도 극심한 정체가 나타나면서, 서문로부터 용담, 용문로가 교통 지옥으로 변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29일 낮 서문로에서 용문로로 이어지는 공향방면 편도 2차로 도로가 완전히 막혀있다. 
29일 낮 서문로에서 용문로로 이어지는 공향방면 편도 2차로 도로가 완전히 막혀있다. 
용한로에서 공항으로 향하는 도로. 서문로와 더불어 이곳 도로도 29일 극심한 정체가 이어졌다. 

한편, 한천 재해위험지구 정비사업은 2021년 3차례에 걸쳐 진행된 주민설명회, 행정안전부 사전협의 및 경관 심의, 관계기관 협의, 그리고 지난해 행안부의 중앙사전설계 검토 및 제주특별자치도의 건설기술심의를 거쳐 공사계획이 확정됐다. 

사업 대상지역은 한천 자연재해위험개선지구 4만6556㎡를 대상으로 한다.

이중 사업비 380억원을 투입해 용문로터리에서 용연다리까지 344m 구간을 덮고 있는 복개구조물을 모두 완전히 걷어내는 공사가 진행된다. 1994년 설치된 한천 복개 구조물이 29년만에 완전히 철거되는 것이다. 철거되는 상판 구조물의 폭은 36m에서 최대 45m에 이른다.

용문로터리 동쪽의 한천교와, 제2한천교 두 교량도 철거후 다시 가설된다.

복개 구조물 철거 후 하천 가장자리에 '반복개' 구조물을 재가설해, 상한선과 하행선에 각각 차량 일방통행 도로를 조성할 계획이다. 일방통행로 옆에는 노상주차장 117면을 조성한다.

공사는 (주)한반도건설과 우현종합건설(주)에서 맡는다. (주)건화와 (주)제이피엠, (주)동일기술공사가 건설사업관리단으로 참여하고 있다.

공사기간은 올해부터 2026년 12월31일까지이다. 당초 지난 4월부터 추진될 예정이던 1단계 공사는 내년 3월까지 한천교와 제2한천교 재가설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한다. 

2단계는 2024년 4월부터 2025년 3월까지 한천교 북측 및 제2한천교 북측 구간을 재가설하는 공사가 이뤄진다. 3단계는 2025년 4월부터 2026년 1월까지 용한로 좌측(용담2동) 정비공사, 4단계는 2026년 2월부터 12월까지 용한로 우측(용담1동) 정비공사가 각각 진행된다.

극심한 정체가 빚어지고 있는 용담에서 용문로로 향하는 구간.
29일 낮 탑동에서 공항으로 향하는 용한로 구간. 유턴 차로를 제외하고는 완전히 꽉 막혀 있다. 

그러나 주민설명회에서는 재해위혐지구 정비 필요성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공감하면서도 확실한 교통대책 및 주차대책 없이 추진하는 것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다며, '선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제주시는 이번 5차 주민설명회 때 용한로 복개시설을 철거하면 양측에 반복개 구조물을 가설해 한쪽은 일방통행로, 다른 쪽은 편도 1차로의 양방통행로로 한다는 계획을 제시했으나, 주민들 대부분이 고개를 저었다. 이 정도의 대책으로는 교통대란을 초래할 게 뻔하다는 것이다.

지난 3월 열린 4차 설명회 때는 하천 가장자리 양쪽에 반복개 구조물을 재가설해, 상한선과 하행선에 각각 일방통행 도로(각 1차로 규모)를 조성한다는 계획을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하행선 일방통행로로 지정하기로 했던 동룡주택 쪽 가장자리는 상.하행선 양방향 통행이 가능한 왕복 2차로로 만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반면, 당초 탑동에서 올라오는 차량들이 이용할 상행선 일방통행 도로로 지정하겠다던 제2한천교~한라아파트(탑마트 주차장) 가장자리는 용두암(서초등학교.사대부고 방향) 방면에서 오는 차량들이 우회전을 통해 진입할 수 있는 일방통행로로 수정됐다. 상행선 기능이 아니라 우회전 차량을 위한 도로로 설정한다는 것이다. 

이는 종전 계획보다도 교통흐름을 더 악화시킬 것이란 지적이다. 모든 차량들이 동룡주택 반복개 구조물로 몰리게 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주민들이 강력히 반발하자, 제주시는 부두에서 올라오는 4.5톤 이상의 대형차량들과 버스는 용한로 진입을 통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형차량을 통제할 경우 구체적으로 어느 지점에서 통제하고 어디로 우회시킬 것인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대형차량을 동한두기 입구 교차로 지점에서 통제한다 하더라도, 화물트럭들이 서사로~서광로를 통해 터미널로 향할 가능성은 희박하고, 결국은 공항로 진입이 수월한 용담쪽으로 몰릴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공사기간은 물론, 공사가 완료된 후의 대책도 전혀 없는 셈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전 예고도 없이 전주 이설 공사를 강행하면서 심각한 교통정체를 초래한 이번 일로 지역주민들의 원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공사가 이뤄지는 구간 앞에 질서요원 2명이 배치됐으나 교통정체를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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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이다 2023-09-01 20:24:28 | 223.***.***.139
주변 토지를 과감하게 수용하여 교통이 지체되지 읺도록 해야 한다

똥배짱 2023-08-30 11:22:56 | 112.***.***.181
제주시청이 알면서 모른척 하는거냐 아니면 공사 무산 두려워한 시공사가 오버한거냐.
복개시설 철거공사 하는건 좋은데 현 도로를 절반 이하로 줄이면 공항과 연결되는 중간부분 동맥경화 생겨날 수밖에 없다는걸 잘 알면서도 대체도로 만들든지 차량흐름 다른 곳으로 연결할 방도부터 제시한후 해야지 이거야 원 뒤섞어놓으면서 일 추진하니 주민들 등 돌릴수밖에...

홍동현 2023-08-30 09:11:25 | 211.***.***.28
뭐 이런 경우가 있나.. 독불장군이네 ㄷㄷ
다들 4년간 출퇴근 루트 다시 생각해봐요 ㅜㅜ


뒤통수 2023-08-29 19:27:02 | 175.***.***.190
주민들 보기 좋게 속였군
교통 대책부터 하고 나서 하든지 말든지 하라 그렇게 했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