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풍 맞은 제주 행정체제 개편...논란의 '선택지'에 발목 잡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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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풍 맞은 제주 행정체제 개편...논란의 '선택지'에 발목 잡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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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체제 개편 도민경청회서 나타난 심상치 않은 도민여론
적합대안 결과 '답정너' 논란→도민경청회 "기초단체 반대" 분출
"특별자치도 포기?", "왜 과거로 회귀"...공론화 일정 진전될까
24일 오전 제주시 벤처마루에서 열린 제주 행정체제 개편 2차 도민경청회.
24일 오전 제주시 벤처마루에서 열린 제주 행정체제 개편 2차 도민경청회.

제주형 행정체제 도입을 위한 공론화 연구용역이 도입모형 분석 결과에서부터 신뢰성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도민경청회에서는 용역진이 제시한 '선택지'에 대한 비판과 반대 목소리가 크게 분출되고 있다. 

용역진은 '시군구 기초자치단체'과 '시읍면 기초자치단체' 모형이 제주에 가장 적합한 행정체제 대안으로 제시했으나, 도민들의 반응은 냉랭했다. 

이는 지방정가에서 이번 용역 결과를 '정해놓은 답'을 갖고 짜여진 수순으로 진행하고 있다는 소위 '답정너'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데다, 실제 용역의 모형분석 결과도 신뢰성이나 타당성에 상당한 의문을 주고 있는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답정너' 우려와 신뢰성 문제에서 시작된 심상치 않은 분위기 속에 역풍을 제대로 맞은 셈이다.

실제 지난 24일 제주시 벤처마루와 제주웰컴센터, 조천읍사무소에서 진행된 제주특별자치도 행정체제개편위원회 주최 '제주형 행정체제 도입 등을 위한 공론화 제2차 도민경청회'에서 참석한 도민들 사이에서는 기초자치단체 도입에 대한 부정적 의견이 쏟아져 나왔다.

"수 많은 노력과 갈등 과정을 통해 특별자치도가 출범했고, 지금 막 완성되어가는 과정에서 다시 과거로 회귀한다는 것에 대해 동의할 수 없다. (용역결과는) 객관성이 없다. 현행 체제를 어느정도 궤도에 올려놓은 이후에 체제를 바꿔도 충분하다."

"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17년이 지나 제도가 막 정착되어가는 이 시점에서 과거로 회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특별자치도 체제 내에서도 민주성을 올릴 수 있는 제도인 행정시장 직선제, 런닝메이트제 등을 통해 얼마든지 민주성을 확장할 수 있다.민주성 하나만 놓고 체제를 바꾸는 데 대한 기회비용이 엄청난데, 도민이 과연 이해하겠나."

"제주형 행정체제 도입을 무슨 근거로 하는지 불투명하고, 특별자치도 이후에 대한 원인 분석과 17년 전으로 돌아가야 하는 득과 실에 대한 분석도 없어 상당히 우려스럽다. 제주도가 특별자치도로서 앞서나가고 있는데, 이를 포기하는 것은 도민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요즘 메타버스, 언론 등 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통로가 많이 열려있는데, 굳이 기초자치단체를 부활해서 도민들이 생활 환경 문제를 제안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가."

"과연 체제가 문제인가. 운영이 문제이고, 제왕적 도지사의 리더십이 문제라고 본다. 용역을 통해 현재 도지사 임기 내에 주민투표가 실시돼서 행정체제가 바뀐다 해도, 지사가 바뀌면 도루묵이 될 것이다. 추진력과 동력이 없기 때문이다. (기초자치단체 도입안에 대해) 반대한다. 매우 실망스럽다."

고경실 전 제주시장도 이날 오후 웰컴센터에서 열린 경청회에 참석해 행정체제 개편 논의에 대해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고 전 시장은 "행정체제 개편을 왜 해야 하는지, 시민들이 왜 이런 결정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주지 못하고 있다"면서 "행정서비스가 자동화되면서 모든 것이 읍면동, 시군구 구분 없이 행정서비스가 제공되고 있고, 앞으로 인공지능화되면서 화상으로 모든 것을 이뤄나갈 수 있는 시대가 오고 있는데 계층제 부활을 갖고 도민 에너지를 낭비해야 하는지 그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분석은 안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 제주도 인구가 더 줄어들 수 있다는데, 도민들은 더 많은 세금을 내면서 공무원을 충원하고, 더 많은 행정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는 것인가"라며 "이런 부분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면서 경청회를 진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엄청난 에너지를 들여 특별자치도가 시행되고 있는데, 100년 후 행정환경이 어떻게 변할지 예측도 해주지 않고, 도민에게 결정하라는 건 단순히 언론 보도나 전문가 발표만 보고 선택을 강요당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경청회에서 부정적 의견이 쏟아지자 답변에 나선 한 용역진은 “저는 행정체제 개편 연구진의 한사람으로 어떤 게 더 좋은 모형인지 주장하지 않는다”며 “객관적인 입장을 설명하는 것일 뿐, 선택은 도민들의 몫”이라고 밝혔다.

과거 행정체제로의 회귀될 경우 특별자치도 지위가 흔들릴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는, "제주의 많은 특례들은 지난 1991년과 2002년 제주개발특별법에서 승계된 국제자유도시 관련이다"면서 "행정체제가 변경되더라도 특별자치도 지위가 바뀌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미 모형분석 결과와 관련한 '불신'이 크게 자리하고 있는 상황에서 도민 설득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제주도는 25일 서귀포시 지역에서 경청회를 가진 것을 비롯해, 오는 31일까지 권역별로 총 16차례에 걸쳐 도민경청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경청회 일정이 마무리되면, 8월 19일에는 한라대학교 한라컨벤션센터에서 도민 참여단 300명을 대상으로 제2차 숙의 토론회를 진행한다. 이어 8월 말까지 행정체제 구역안을 도출해 내고 10월부터 제주형 행정체제 도입안 및 실행방안에 대한 도민경청회 및 토론회, 전문가 토론회, 미래세대포럼, 공청회, 여론조사 등을 실시해 12월까지 제주형 행정체제 도입 권고안을 제시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번 2차 도민경청회를 기점으로 논란과 갈등이 크게 분출되면서, 향후 일정도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자칫 논란의 선택지에 행정체제 개편 공론화가 모형분석결과 논의 단계에서 발목 잡힐 우려를 갖게 하다.

24일 오전 제주시 벤처마루에서 열린 제주 행정체제 개편 2차 도민경청회.
24일 오전 제주시 벤처마루에서 열린 제주 행정체제 개편 2차 도민경청회.

 
한편 사단법인 한국지방자치학회가 수행 중인 이번 공론화 용역의 모형 분석결과, 기초자치단체와 기초의회를 별도로 구성하고, 단체장과 기초의원을 주민직선으로 선출하는 '시군구 기초자치단체' 모형이 제주에 가장 적합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용역 중간보고서를 보면, 제주형 행정체제의 검토가능 대안 모형은 △시군구 기초자치단체 △시읍면 기초자치단체 △의회구성 기초자치단체 △행정시장 직선제 △행정시장 의무예고제 △읍면동장 직선제 등 크게 6개 유형으로 제시됐다. 이외 모형들은 검토과정에서 배제됐다.

지방자치 전공 교수와 연구원 등 전문가 30명을 대상으로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이뤄진 개편대안별 적합성 등에 검토한 결과, 시군구 기초자치단체 모형이 대안모형 1순위로 나타났다. 적정성과 적합성에서 시군구 기초자치단체, 시읍면 기초자치단체, 행정시장 직선제, 의회구성 기초자치단체 순으로 분석됐다. 행정시장 의무예고제와 읍면동장 직선제는 공동 5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대안으로 설정한 모형의 적절성과, 적합성 분석 결과를 놓고 많은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우선, 전문가 30명의 의견수렴 방식으로 이뤄진 이번 분석에서는 '시군구 기초자치단체'와 더불어 '시읍면 기초자치단체' 모형을 대안으로 상정됐는데, 의외로 이 안이 2위에 올랐다.

'시읍면 기초자치단체' 모형은 의결기관은 기초의회를 두되, 집행기관은 시.읍.면으로 설치해 시장.읍장.면장을 각각 주민직선으로 선출하는 방식이다. 시의 경우 관할에 동(洞)을 설치해 3개 계층구조(제주특별자치도-시.읍면-동)를 형성하게 된다. 도민사회 논의에서는 처음 상정된 다소 생소한 안이다.   

반면, 그동안 도민사회 논의에서 기초자치단체 도입과 더불어 유력한 대안으로 꼽혀 온 '행정시장 직선제'는 후순위로 밀려났다. 주요 항목별 평가 결과를 보면, 행정시장 직선제는 '발전 기여성', '실행 가능성' 항목에서 행정체제 대안으로 보기 어려운 '행정시장 의무예고제'보다도 낮은 점수를 받았다. 이 때문에 분석 결과의 신뢰성 문제가 크게 제기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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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민 2023-09-06 06:58:28 | 14.***.***.188
행정구역 개편 제1순위 제주시 면지역이지,,서귀포 작은동은 2순위입니다
△우도면 1666명을 ,,성산읍에 편입
△추자면 1574명은 한경면에 편입 시켜라,,,
ㅡ서귀포 작은동(2,000며으3,000명사이)은 차후에 정리하라

역풍 2023-07-25 12:27:24 | 112.***.***.181
첫단추 잘못 뀄으니 당연한거다. 과욕이 부른 실패를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