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제주시가 하천 정기점검 용역을 발주하면서 예산이 모자라자 다른 예산을 미리 사용한 뒤 이를 뒤늦게 추가경정예산안에 반영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제기된 가운데, 제주특별자치가 용역 계약을 체결한 뒤 관련 예산을 추경에 반영한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

17일 열린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위원장 양경호) 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한권 의원(일도1동.이도1동.건입동)은 "추경 예산안에 제주과학기술정보산업혁신원 타당성 검토 의뢰 수수료 9000만원이 편성돼 있는데, 예산도 반영되지 않는 사업이 추진될 수 있나"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한 의원은 "지난 4월 23일 재단법인 제주과학기술정보산업 혁신 설립 타당성 업무수행 약정 체결하겠다는 내부 결재가 있었고, 27일 타당성 검토 약정 체결 알림, 5월3일에는 약정 수수료 청구까지 완료돼 있다"며 "그런데 계약은 아직 의회의 심사가 끝나지 않아 확정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김창세 제주도 혁신산업국장은 "이 용역비가 지난해 예산에 반영됐는데, 공기업평가원 및 행정안전부와 협의 과정을 거치며 절차가 변경된 부분이 있다"며 "그 용역비를 이월을 했었는데, 예산이 부족해 지난해 반영된 용역비는 나중에 삭감하고, 이번에 9000만원을 먼저 추가경정예산안에 올렸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한 의원은 "이 예산을 사무관리비로 편성했는데, 맞는 것인가"라며 "사무관리비는 일반적인 수의계약의 범위인 1000만원~2000만원 정도 쓸수 있는데, 이번 용역은 소규모 용역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2018년 시설관리공단 설립 추진 당시 실무단장이셨는데, 당시에는 용역비로 편성했다"며 "그런데 똑같이 공공기관을 설립하는데 예산부서 핑계를 대며 사무관리비로 편성했다고 하는가"라고 질타했다.

한 의원은 "지금 예산이 확정되지 않았고, 의회의 심의기간"이라며 "지난해 무슨 과정이 있었든 지금은 예산이 확정되기 전인데 계약까지 체결했다"고 말했다.

그는 "학술용역을 위해서는 사전 심의를 받아야 하니 절차를 생략해 빨리 추진하기 위해 일부러 수수료 명칭을 붙이면서 편성한 것 아닌가"라며 "저는 이를 의도적인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꼬집었다.

한 의원은 "오영훈 지사님께서는 예산 심사를 하며 '원칙을 가지고 당당하게 임하라'고 하면서, 역점 사업이라고 원칙을 무시하고 의회의 심사에는 원칙을 대라고 하면 '내로남불'이다"라고 비판했다.

이에 김 국장은 "절차가 변경되면서 예산이 증액됐고, 그러다 보니 이번 추경에 편성하게 됐다"고 항변했고, 한 의원은 "그렇다면 이 과정이 절차.원칙을 지킨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양경호 위원장(민주당, 노형동갑)도 "지금 내용이 예산확정 전 계약을 체결했다는 것으로, 인정하면 되는 내용이다. 최근 보건복지안전위원회에서도 이와 같은 문제로 용역 공고를 취소했다"며 "사과를 하고 양해를 구해도 모자란데 당당하게 답변하시느냐"라고 질타했다. <헤드라인제주>

홍창빈 기자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