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길현의 제주 미래담론] (22) 고통 분담과 코로나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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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길현의 제주 미래담론] (22) 고통 분담과 코로나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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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씨년스런 세밑이다. 코로나 방역으로 인해 사실상 전면 통금이나 다름없는 사회적거리 3단계가 눈 앞에 다가서고 있어서 그런지, 2021년 새해도 안개이고 불안이다. 

정부가 사회적거리 2.5단계를 발표한  지 3주가 지나서야, 가까스로 9.3조원의 3차 재난지원금을 준다고 한다. 12월 8일 2.5단계를 발표할 때 한꺼번에 3차 재난지원금을 10조 내외로 최대한 지원한다고 했으면 좋았을 걸.  그래서 혹 내년에 사회적 거리 3단계를 시행하게 된다면, 필히 그에 따른 피해를 국가가 일정 정도 떠맡아 주겠다는 언명도 같이 해 주었으면 좋겠다. 가능하면 대강의 지원금 액수까지도. 그래야 국민들은 방역 고통을 감수하기가 그나마 쉬울 것이고, 또 나름대로 코로나 방역을 어떻게 대처해 나갈 지 궁리를 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인력과 재원을 갖추고 있는 정부가 위기에 직면하여 선제적이면서도 총체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래야 희망이 서고, 어떻게든 버텨 나가려는 의지가 국민들 사이에 자리하게 될 것이리라고 본다. 

정부가 3차 재난지원금을 주기로 하는 기사를 엊그제 접하면서 드는 생각 하나.  이왕 재난지원금을 주기로 했으면 당장 오늘부터라도 지급하는 건, 왜 안 되는지?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ㆍ자영업자에게는 하루하루가 바늘방석이라는 걸 모르지 않을 터인데. 내년 1월 11일까지 기다려야 하는 남모를 이유가 있는 걸까. 

매달 또박또박 봉급을 받으면서 살고 있는 정치인ㆍ공무원들에게는 연말이냐 새해냐는 그리 중요한 게 아닐 지 모르겠다. 설마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걸 생색내는 시혜로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어떻든 때때마다 얼마를 언제 어떻게 줄까로 하세월을 보내는 건 그만 두면 좋겠다. 벌써 두번이나 재난지원금을 지급해 본 경험이 있는 데도 이렇게 지원금 하나 제 때에 주지  못할 정도로 관료적 보신주의의 타성이 두터운 것이라면, 그거 큰 문제이다. 검찰 개혁만이 아니라 정치 개혁과 관료행정 개혁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코로나 사태로 지금은 전쟁보다 더 심각한 비상시국이다. 매일 국민들이 코로나 감염으로 죽어가고, 코로나 방역으로 민생이 비명을 지르고 있다. 그런데도 정치권과 정부행정은 한가해 보인다. 아직도 일부에서는 재정준칙이 어떻고 국가부채가 많으니 적으니 하면서 논쟁을 벌이고 있다. 국민은 죽어도 국가만 살면 된다는 국가주의로는 코로나 위기를 헤쳐나갈 수 없다. 정치권과 관료행정 이 '국민 없이 국가 없다'는 만고의 상식을 깨닫고 실천하는 데서 위드 코로나 시대를 넘어설 수 있는 방책이 나오리라 본다.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 기존의 가족주의와 관료주의 그리고 집단 할거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 코로나 팬데믹은 어느 집단ㆍ계층ㆍ지역에 한정되지 않는 것임을 우리는 충분히 경험하고 있다. 

혼자만 애 쓴다고 해결이 쉽지 않다는 점에서 코로나 팬데믹은 연대의 중요성을 새삼 일깨워주고 있다. 주권과 경계를 지상 목표로 삼고 있는 국가주의로부터 벗어나 국가는 그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수단인 것으로 보아야 한다. 그래야 제대로 된 민주정이 가능하다.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국민의 정부라는 상식과 정의에 들어맞게.

공포와 위협ㆍ 불안으로부터 안전을 중시하는 인간안보 개념도 코로나 시대를 대처해 나가는 데 유용해 보인다. 특히 국민 건강과 방역을 위해서 생업을 중단하게 되는 580여만 소상공인ㆍ자영업자들에게는 어떤 식으로든 보상을 해 주어야 한다. 그것이 정부의 존재의의이고 정치의 역할이다. 그렇다고 정부에게만 해법을 내놓으라고 다치는 것도 일면 무책임해 보인다. 그래서인지 노블리스 오블리쥬가 새삼 아쉬운 게 바로 코로나로 뒤숭숭한 요즘이다.

코로나 방역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ㆍ자영업자들을 위해서 범국민적 차원에서의 고통분담은 코로나 시대 사회 지도층의 숙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누군가 앞장서서 고통분담에 솔선수범 하길 바란다면, 그건 먼저 '국민의 종복'임을 자처하는 정치인과 5급 이상 공무원. 각급 기관장 등 찾아보면 적지 않을 듯 싶다. 이른바 범국민적 차원에서 코로나기금을 만들어, 모이는 액수만큼 매칭으로 국가 재정을 투입한다면 2배나 되는 돈으로 코로나 위기 대응에 보다 적극 나설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 위기에 대한 범국민적 고통 분담에 정치권이 앞장설 때 국민이 살고 국가의 존립이 가능하며,  정치에 대한 긍정과 긍지가 높아지게 되리라 본다. 

문재인 대통령이 내년 봉급 인상분은 기부한다고 한다. 그러나 그 정도로는 약하다. 통 크게 연봉의 반을 코로나기금으로 선뜻 내놓는 건 어떤지. 그러면서 국회의원과 장차관ㆍ기관장 등 고위공직자들에게도 연봉 10프로 정도를 기부해 달라고 하고. 대통령 혼자만으로는 아무 것도 못한다. '모두가 안전하지 않으면 아무도 안전할 수 없는' 이 위드코로나 시대를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 지에 대해 여야가 없음도 두말할 필요가 없다.

코로나 위기의 고통 분담을 정부 재정만으로 하는 거라면, 누군들 못하겠는가.  고통분담은 범국민적이어야 효능성이 높다. 그래서 코로나 기금과 같은 고통 분담은 여야협치 못지않게 민관합작이어야 할 것이다. 코로나기금에 기부하는 정치권의 줄서기로부터 시작하여 이러한 동참이 TV와  유트브를 통해 전국적인 범국민적 운동으로 번져 나가게 된다면, 바로 그것이야말로 립서비스가 아닌 국민을 위해 봉사한다는 말을 진정 행동으로 보여주는 게 아닐까. 중앙정부만이아니라 각 지자체별로 풀뿌리 운동으로 확산될 필요도 있다. 

양길현 제주대학교 교수 ⓒ헤드라인제주
양길현 제주대학교 교수 ⓒ헤드라인제주

제주특별자치도가 먼저 앞장서는 건 어떤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제주도지사와 국회의원ㆍ기관장ㆍ도의원 ㆍ고위공무원들로부터 변호사ㆍ의사ㆍ교수 등 여유 있는 도민들이 일단 100만원 씩 출연한 코로나제주도민기금에 정부가 매칭으로 출연하는 것이다ㆍ이 돈은 모아두는 게 아니라 전액 코로나 방역이나 재난대응으로 쓰기로 한다. 

예를 들어 제주도민에게 무료 백신구입에 쓰기로 한다면,  제주도민 70만에게 3만원 백신구입비를 지급하는 데 200억원이 소요되는데, 이 중 50프로인 100억원을 도민 10,000명이 100만원씩 모아서 마련하는 건 어떤지. 코로나 위기 시대에 제주의 노블리스 오블리쥬가 작지만 밝은 빛을 낼 수 있도록 '코로나백신제주도민기금'  운동을 제안해 본다. <양길현 / 제주대학교 교수>

*이 글은 헤드라인제주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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