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문가 여론조사로 결정?...우린 권한도 없어"
원 지사의 이날 유튜브 방송은 제주 제2공항 입지선정 타당성 용역 재조사 검토위원회가 마지막 회의에서 찬성측 검토위원과 반대측 검토위원, 위원장 중재안 등 3개 권고안이 발표된 직후 나왔다.
정부측 위원들은 예상했던 대로 '문제 없음'이라는 결론을 제시했으나, 반대측 위원들 및 강영진 위원장은 각각의 권고안을 통해 제2공항 대안 선정 및 입지선정과정에 여러가지 문제가 확인돼 전면 재검토 내지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개진했다.
그러면서 반대측 위원들과 강 위원장은 현재의 도민갈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공론화 절차'를 이행할 것을 제주도에 권고했다.
이 발표가 있은 후 얼마없어 원 지사가 비공식적 채널인 개인 유튜브 방송을 통해 사실상 거부입장을 밝혔다. 원 지사는 방송에서 아직 검토위 권고안의 내용을 모르는 상황인 것처럼 했으나, 시간대를 보면, 사실상 권고안에 '응답'한 셈이 됐다.
논란을 산 것은 원 지사의 공론조사 불가론의 이유다. 이번에는 "전문가의 영역을 비전문가의 여론조사로 결정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는 논리를 폈다.
공항 건설 부분은 전문가 영역이기 때문에, 비전문가들인 도민들에게 찬반 의견을 물어 결정할 사항이 아니라는 의미다. 도민들은 전문가가 아니어서 판단할 능력이 안된다는 뜻으로 전해졌다.
이 '비전문가' 운운 발언은 공론조사를 '비전문가의 여론조사' 수준으로 깎아내린 차원 뿐만 아니라, '도민 폄훼'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또 도민들의 자기결정권을 무시하는 도지사로서 부적절한 발언이라는 지적도 일고 있다.
원 지사는 이날 유튜브 방송에서 시종 공항운영과 관련한 부분은 전문가 영역임을 강조했다.
그는 제주공항 확장안을 두고, "전문가들이 두차례 용역에서 다 폐기된 안을 도민에게 선택을 물어보라는 것인가"라면서 "여론조사로 결정 내지 선택하는 것이라면 선택 가능한 사항에 대한 여론조사인지 검토해야 하는데, 반대위측은 무엇을 가지고 하라는 것인지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 힐난했다.
원 지사는 "제주도는 (제2공항 관련)여론조사나 공론조사를 할 권한이나 제도적 근거가 없다"면서 종전의 '권한 없음' 주장을 되풀이했다.
그러면서도, "제주도가 여론조사했다고 친다면, 찬성 (의견이 높게) 나오면 그것으로 인해 반대단체들은 (반대주장이) 많이 수그러들기는 할 것"이라며 "그러나 반대가 나오면 제주도가 국토부에 공항을 중단하도록 요구하고, 여기에 대해 책임질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또 " 여론조사가 기존공항 확장하는 것으로 나왔을 경우 국토부는 전문가들이 불가능하고 책임질 수 없다고 했는데 우리가 이를 강제할 수 있느냐"면서 "국토부에 강제할 수도 없고, 제주도 역시 기존공항 확장으로 안전을 책임질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원 지사는 공론조사 요구에 대해, "이것이야 말로 무책임한 여론몰이", "시간끌기, 제동 걸려는 정치적 의도가 있다" 등의 비난을 퍼부었다.
그러면서, "만약 도민 의견 결정돼야 한다면 그것도 전화 걸어서 하는게 아니라 주민투표도 있다"면서 "그 결정에 따라서 정치인들이 모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원 지사의 발언은 권고안에서 제시된 '도민 공론조사'를 '여론조사'와 같은 격으로 설정해 비판을 가한 것이어서 의아스럽게 했다.
그러나 반대측 검토위원들은 권고안에서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도의회 등 제주도민의 대표기관이 책임있는 주체로 나서서 합리적, 객관적 방법과 절차를 통해 도민공론화를 추진해 나갈 것을 권고한다"면서 공론화의 방법론의 문호는 모두 열어뒀다.
또 지사는 반대측에서 공론조사의 의제가 '무엇에 대한' 것인지 명확히 제시하지 않은 것처럼 비판했지만, 반대측 검토위원들은 "제2공항 추진을 둘러싼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도민공론화를 통해 공항 확충의 기본방향에 대한 제주도민의 의견을 수렴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공항 확충의 기본방향'에 대한 공론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제시했다. 최초 3개 대안에 대한 선택일수도 있고, 제2공항 건설에 대해 도민사회 의견을 묻자는 것이다.
그동안 공론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대두된 것은 2015년 11월 발표된 사전타당성 조사용역에서 제2공항 입지를 성산읍으로 일방적으로 결정된데 따른 '절차적 민주성' 상실의 문제를 상쇄시키기 위한 대안 차원이다. 그럼에도 원 지사는 절차적 문제는 모르쇠로 일관하며, 논란의 초점을 '기술적 부분'으로 돌리고 있다.
결국 이날 원 지사가 쏟아낸 말은 다분히 자의적 설정에서 비롯됐고, 이는 도민 폄훼, 도민들의 자기결정권 무시 논란으로 이어지게 했다.
이날 검토위원회 강영진 위원장은 별도 중재 권고안을 통해 제주도정에 공정하고 충실한 제주도민 의견수렴에 나설 것을 촉구하면서, 원희룡 지사에 대해서는 '위민(爲民)'의 마음으로 찬반의견을 두루 수렴할 것을 호소했다.
강 위원장은 "제2공항 문제는 기본적으로 제주도민의 문제이기 때문에 찬성하는 이들도, 반대하는 이들도, 모두 함께 살아가야 할 제주도민들로, 제주도지사와 도정에게 모두 똑같은 위민의 대상"이라며 "제주도지사께서 찬-반 양측 도민들이 처한 상황과 희망을 두루헤아리며 탁월한 조정력을 발휘해 모두가 납득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결과를 이끌어내는 데 앞장서달라고 간곡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검토위원회의 간곡한 호소는 원 지사가 '단박 거부' 응답하면서 허탈함을 갖게 했다.
원 지사는 최근 제주도정의 주요 이슈논란에 대해 기자회견 등 공식석상을 통하지 않고 개인 유튜브 방송을 통해 많은 말들을 쏟아내면서 매번 논란을 사고 있다. <헤드라인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