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잃어버린 마을에 남은 자들' 사진 전시회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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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잃어버린 마을에 남은 자들' 사진 전시회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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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라사진가협의회, '4.3사진 전시회 8일 개막
4.3 '잃어버린 마을' 영남동. <사진=탐라사진가협의회>

"곤을동과 무등이왓 그리고 영남동을 아시나요?"

4.3의 슬픔과 비극을 안고 역사 속으로 사라진 대표적인 잃어버린 마을이다. 이 밖에도 제주의 웃뜨리 지역 곳곳에서 많은 슬픔의 역사적 장소와 그 흔적들이 남아있고, 만날 수 있다

탐라사진가협의회(회장 이병철)가 제주4.3 67주년을 맞아 8일부터 12일까지 제주도문예회관 제2전시실에서 '잃어버린 마을에 남은 자들 - 세 번째 이야기' 4.3 사진 전시회를 갖는다.

제주민예총이 주최하고 탐라사진가협의회가 주관한 이번 사진전에서는 탐라사진가협의회의 김기삼, 정이근, 강정효, 김호천, 한종경, 김영하, 이병철, 김명선, 김영학, 황필운 작가 등이 서귀포시지역 4.3 '잃어버린 마을'에서 촬영한 작품들이 전시된다.

탐라사진가협의회는 지난해 제주시 화북동 곤을동, 안덕면 동광리 ‘무등이왓과 그리고 큰넓궤’에 이은 세 번째 프로젝트. 4․3의 현장이었던 잃어버린 마을에 유족들을 초청, 기록작업을 시작해 왔다.

이번에는 서귀포지역의 제일 웃뜨르 마을인 영남동을 비롯해 안덕면 상천리 ‘대난도’, ‘비지남흘’, 광평리 ‘마통동’, ‘조가동’, ‘모살못’을 찾아 나섰다. 특히 광평리 인근의 세 곳의 잃어버린마을은 4.3유적 조사보고서인 '제주 4.3유적Ⅱ’에도 수록되지 않아, 향후 세밀한 추가 조사가 요구되고 있다.

또 잃어버린 마을에 대규모 펜션들이 우후죽순으로 들어서면서 지형 훼손이 가속화되고 있어, 4.3유적의 원형보존에 대한 생존유족들의 안타까움과 상실은 컸다.

해발 5백 고지에 위치한 영남동은 4․3 당시 리 단위의 독립된 마을이었다. 16가호의 주민들이 오순도순 모여 살던 영남리에는 한문을 가르치던 서당도 있었다. 주민들은 옛부터 화전을 일궈 보리나 감자(지슬)를 재배했고, 대나무로 차롱 등을 만들어 판매하며 살아왔다.

4․3은 평화로운 영남리를 송두리째 파괴하고 말았다. 1948년 11월 18일 토벌대가 초토화작전을 벌이며 마을에 난입했다. 토벌대는 닥치는 대로 총을 쏘며 주민들을 학살하고 불을 질렀다.

주민들 대다수는 이런 토벌대의 만행에 해안마을로 내려갈 생각은 못하고 마을 위 어점이악 주변의 밀림과 자연동굴에 몸을 숨기며 살았다. 그러나 그 겨울, 토벌대는 눈 덮인 산야를 헤매는 주민들이 발견되면 즉석에서 총살하고 체포했다. 영남리에서는 4․3으로 92명의 주민 중 50여 명이 희생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병악 동남쪽에 위치한 대난도에는 4․3 당시 10여 호가 1개반을 이루어 살고 있었다. 주민들은 농사와 목축을 주업으로 삼아 살았다. 그러나 이 마을은 1948년 12월 9일 소개령 직후 불태워졌다.

이 곳에는 1949년 봄경 2연대 3중대 군인들이 주둔했다. 당시 안덕면 주민들이 대난도에 가서 주둔소 성을 쌓았고, 안덕면 특공대는 군인들과 함께 이 곳에 같이 기거하며 토벌작전에 참여하기도 했다. 군인들이 몇 개월 동안 주둔했는지는 증언만으론 확인하기 어려우나 군인들이 철수하고 나자 상창주민들 일부는 주둔소 건물의 목재를 사다가 자신의 집을 짓는 데 이용하기도 했다 한다.

현재 대난도는 원주민들이 모여지지 않아 재건을 못한 채 잃어버린 마을로 남아 있다.

67년이 흔적을 간직한 영남동을 비롯해 잃어버린 마을에는 올레와 돌담들만이 남아 있고 주변에는 대나무 밭만 그대로 예전의 삶의 터전이었음을 말하고 있다. 그리고 그 광기가 치유되지 않은 채로 이생을 떠나가는 4.3 유족들은 하나 둘 늘어만 가고 있다.

그때의 아픈 기억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가득한 유족들의 모습이 고스란히 사진에 담겼다.

사진전 개막식은 8일 오후 6시30분 열린다. <헤드라인제주>

<원성심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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