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인사 스타일'...5급까지도 '싹쓸이 교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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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인사 스타일'...5급까지도 '싹쓸이 교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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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도정 출범 2년차 정기인사, 특징과 배경은?
'일 중심' 혁신인사 기조 전면교체...첫 인사 '혹평'이 약 됐나?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20일 정기인사를 발표하기 직전 간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인사방침 및 기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일 중심'의 혁신인사를 기조로 전면에 내세운 원희룡 제주도정이 국장급에 이어 5급(사무관) 공무원까지도 전면적 교체를 하는 인사 태풍을 몰고 왔다.

지난 15일자 이뤄진 국장.과장급 인사에서 유임자가 겨우 1~2명에 불과할 정도로 전면교체를 단행한 원 지사는 20일 5급 이하 공무원 정기인사에서도 담당급 사무관들을 대거 교체하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날 정기인사에서 인사대상 인원만 승진 60명(사무관 승진의결자 제외), 전보 677명 등 총 737명에 이른다. 그중에서도 전보 발령된 사무관만 무려 160명이다. 사무관급 대부분을 교체했다는 얘기다.

당초 승진자가 60명 남짓해 전체적 인사규모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으나, 변수는 이번에 다시 전면 시행된 '부서장 책임제'에 있었다.

'부서장 책임제'는 실국장이 담당 또는 실무직원을 과별 1명 또는 실국별 3명 이내로 추천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려됐던 '자기사람 챙기기' 부작용 최소화를 위해 검증을 통해 일부 걸러냈다는 후문이다.

국장이 '찜'했던 공무원들 중에서도 상당부분 전보발령이 이뤄졌다.

인사부서 관계자는 "'할 일의 적임자'를 찾는데 주안점을 두고, 출신 지역, 학교 등 연고 관련성은 철저히 배제한 채 선발했다"며 "그간 부서장들로부터 성실하고 열심히 일하는 직원이라는 평을 받는 직원들이 새로운 업무를 희망하는 부서와 일치하는 경우에는 과감히 실국장의 추천부서로 배치했다"고 설명했다.

어쨌든 이번 인사는 부서장 책임제에 의해 판은 훨씬 커졌다. 여기에 원 지사가 '확 바뀌었다'는 느낌을 주기 위해 교체폭을 의도적으로 크게 가져나갔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난 국장급 정기인사에서 올해 공로연수에 들어가는 1955년생 공직자는 물론, 아직 1년여 정도 보직기한이 남아있는 1956년생 공직자까지 보직에서 전격 제외시키는 파격적 결단을 내린데 이은 후속 조치인 셈이다.

5급 사무관 인사에서는 '신참'급의 전진배치가 눈에 띈다.

제주도청내에 '중국협력팀' 직제가 신설하고 중국에 능통한 6급 행정직 공무원(김남진)을 파격적으로 팀장에 발탁했다. 원 지사와 고교동창이라는 점에서 오해를 사는 점도 있으나, 연공서열식 배치가 아닌 실무에 능통한 공직자를 팀장에 과감하게 평가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또 관광산업경쟁력강화지원추진단 산하에는 중문관광단지 인수담당, 가파도 섬 만들기 담당 등의 TF팀을 설치하고 카지노관리기구추진담당에 현원돈 사무관 의결자, 중문관광단지 인수담당에 김우숙 사무관 의결자, 가파도섬만들기담당에 이재부 사무관을 각각 임명했다.

여성공직자로는 처음으로 청렴감찰팀장 직무대리에 강애숙 5급 승진 의결자를 발탁한 점도 눈길을 끌었다.

또 축산진흥원장 명예퇴직에 따라 조류AI, 구제역 등 가축방역을 전담할 축산정책과 동물방역담당에 김은주 지방수의주사를 직무대로 직위승진 형태로 해 배치했다. 스마트그리드담당에는 이번에 사무관승진 의결된 김미영씨가 임명됐다.

그동안 필요성이 제기돼 온 감사직렬 및 방재안전직렬 공무원 발령이 처음 이뤄졌다.

감사위원회 독립성을 강화하고 방재안전 분야 전문 공무원 배치 필요성에 따라, 이번 인사에서는 그동안 감사 및 방재안전부서에 근무한 경력의 공무원 가운데 전직 시험에 합격한 감사직 6급 3명, 방재안전직 6급 3명과 7급 2명 등 총 8명을 감사위원회와 안전총괄기획관, 서귀포시에 각각 발령됐다.

원 지사가 이번에 국장급에 이어 사무관 이하 공무원까지 대대적인 교체를 단행한 것은 인사기조를 분명히 하면서 '혁신'의 모양새를 갖추고자 했던 노력의 흔적이 엿보인다.

전면교체 카드는 원 지사가 취임 후 처음으로 자기색깔을 내는 파격적 인사를 단행했다는 점에서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지난 첫 인사에서는 '색깔없는 인사', '전임도정 인물 안배' 등 혁신과는 동떨어진 인사를 하면서 곤혹스런 처지에 몰렸었다. 여기에 '내가 해야 로맨스' 식의 공공기관장 인선과 연이은 인사실패로 인한 비판도 쏟아졌다.

'인사참패'로 불릴만큼 인사분야에 있어서만큼은 '낙제점' 수준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이번에는 크게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혁신' 기조를 틀어쥐면서 '일중심', '조직중심'의 선공후사 원칙과 함께 전면교체라는 초강수 카드를 꺼내 들었다. 지난 '혹평'이 약이 된 셈이다.

두번에 걸쳐 발표된 '깜짝 인사'로 일단 분위기를 반전시키는데는 성공한 것으로 평가된다.

제주자치도는 이번 인사의 후속조치로 부서 팀워크가 마련된 만큼, 일 중심, 조직 중심의 부서로 변화가 되었는지 등 중간평가를 실시해 그렇지 못한 부서에 대해서는 인사부서에서 팀원 배치 시 검증을 강화하거나 추천을 제한하는 등 부서장 책임제 검증 시스템을 마련해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원 지사는 "앞으로 인사원칙은 일중심, 조직중심"이라며 "일에 대해 처절할 정도의 절실함이 있어야 모든 어려움 끌어안고 변화를 주도할 수 있다. 인사에서 평가를 받고, 우선적인 처우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은 일에 대한 절실함이 있는 사람을 우선 선발하겠다"고 말했다.

원 지사는 또 "사적 관계가 아니라 일 중심, 조직 중심의 개선이 됐는지 중간평가를 반드시 거치겠다. 끼리끼리 문화가 만연했는지 점검하고 6개월 뒤 정기인사에 반영하겠다"며 "미흡하고 부작용이 크다면 추천권을 단계적으로 줄여나가는 장치를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제주특별자치도는 인사혁신 기본계획을 발표하고 앞으로 열심히 일하는 공무원에 대해서는 도 전입, 희망부서 선택권 또는 선진지 시찰 기회 제공, 승진 가산점, 표창 수여 등 인사 우대 등 각종 특전이 지원되도록 다양한 인센티브 시책을 시해하겠다고 밝혔다.

기피, 현업부서 근무자와 열심히 일하는 공무원이 우대 받고 읍면동 등 행정의 최일선에서 도민을 위해 묵묵히 봉사하는 공직자의 자긍심을 고취하기 위한 민선6기 인사혁신 기본계획을 마련해 시행하기로 했다. <헤드라인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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