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속 민원이라니?"...분개하는 주민들, 무슨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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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속 민원이라니?"...분개하는 주민들, 무슨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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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감사서 주민 202명 집단민원 '부결' 사례 도마
윤춘광 의원 "전문가 오만의 덫 아닌가...점검 필요"

농사일을 마치고 돌아가는 노인들이 과속하는 차량에 의해 사고위험에 노출되고 있다는 민원을 냈지만, 행정 편의적인 진단으로 해당 민원을 묵살시킨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행정사무감사 자리에서 제기됐다.

제주도의회 복지안전위원회(위원장 신영근) 윤춘광 의원(민주당)은 23일 제주도 자치경찰단을 상대로 한 행정사무감사에서 제주시 오라3동 월구마을의 사례를 언급했다.

윤춘광 의원. <헤드라인제주>

윤 의원은 "심의 방식이 주민 의견을 경청하지 않는 '전문가의 오만의 덫'에 걸린 것은 아닌지 점검이 필요하다"며 문제를 꺼내들었다.

자치경찰단이 제주도의회에 제출한 업무보고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18일 개최된 교통시설심의위원회는 오라3동 월구마을회장 등 202명이 제출한 민원을 부결 처리했다.

제출된 민원은 오라3동 농협 하나로마트 앞에 횡단보도를 신설해 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왕복 6차로인 도로(연삼로)의 교통량이 많을 뿐 아니라 이동성 도로라 차량 과속이 심해 보행자 신호등을 설치해야 한다는 민원이었다.

자치경찰단은 신호기 설치 조건에 맞지 않다며 해당 민원을 부결시켰다. 도로의 자동차 교통량이 많을 뿐더러 이 구간을 이용하는 보행자가 적다는 것이 그 이유다.

윤 의원은 교통심의위의 부결 처리 결과만 놓고 보면 타당성이 있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특정지역 주민 202명이 제출한 민원임에도 불구하고 현장 조사가 불과 1시간에 걸쳐 끝났고, 조사도 자동차 교통량 조사에 한정돼 있다는 점 등을 문제로 지적했다.

또 현장 조사가 진행된 시점이 해당 도로의 문제점을 전혀 파악할 수 없는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윤 의원은 "민원인들도 교통심의위의 부결이유로 제시한 점을 인정하고 있으나, 하루 종일 노역을 한 노인 중 일부는 먼 거리의 횡단보도보다는 무단횡단을 하게 된다는 점을 주요 이유로 들었다"고 말했다.

연삼로 북쪽에 거주하는 노인들 중 대략 40-50명의 노인들이 연삼로를 관통해 연삼로 남쪽의 밭으로 경작하러 갔다가 오후 늦게 돌아오고는 하는데, 지친 몸을 이끌고 먼 거리의 횡단보도까지 돌아가지 않고 어쩔 수 없이 무단횡단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민원 대표인 월구마을회장은 "이 민원은 졸속민원이 아니라 3-4년전부터 마을 노인들 사이에서 이야기 되었던 신중한 민원"이라며 "횡단보도 및 신호기를 설치하면 사고확률이 높아진다는 교통심의위의 판단은 도로사정만 알 뿐 도로와 마을의 연관성을 알지 못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윤 의원도 이 의견에 동조하며 "민원인 대표인 마을회장은 준법의지, 사망사고 예방, 장시간 노역 후의 노인의 심리상태 등 상식적으로 참작할 만한 사유를 납득시키려는 기대를 품었지만, 교통심의위원들이 제주시청 공무원에 의해 일방적인 설득을 당했다며 분개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코 적지 않은 수의 노인이 연루되어 있고 민원인의 수도 적지 않은 만큼, 교통심의위에서 왜 노인들의 귀가시간이 아닌 다른 시간을 선택해서 교통량만을 조사해보는 방식으로 얻어진 심의자료에 의존해 판단했는지 재검토의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헤드라인제주>

민원이 제기된 연삼로 도로구간. 동-서로 횡단보도의 거리가 상당히 이격돼 있다. <헤드라인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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