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돈 들여 설치하고, 파손되자 "난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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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싼 돈 들여 설치하고, 파손되자 "난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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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교통사고 잦은 곳 개선사업, 파손된 안전봉은 누가?
행정당국 "네가 고쳐라"...떠넘기기에 곳곳 파손된채 방치

'교통사고 잦은 곳'의 사고 위험을 줄이기 위해 제주시가 도로환경 개선사업을 추진했지만, 일부 시설물이 두 달도 채 안돼 망가지고 있다.

게다가 훼손된 시설물이 사고 위험성을 낳고 있는가 하면, 이들 시설물에 대한 보수를 누가할 것인지를 놓고 기관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17일 오후 제주시 이도2동 CGV극장 앞 왕복 6차선 도로.

제주시 CGV극장 앞 도로. 횡단보도가 옮겨오고 교통섬이 생겼다. <헤드라인제주>

제주시는 지난해 12월말 사업비 1억7000만원을 들여 이 곳의 교통사고 위험을 줄이기 위한 공사를 마무리 지었다.

이 도로는 경찰과 도로교통공단이 정한 '교통사고 잦은 곳 개선사업' 대상지로, 실제 이 곳에서는 크고 작은 교통사고와 무단횡단이 종종 발생하고 있다.

이에 제주시는 교통사고 잦은 곳 개선사업 중장기계획에 따라 횡단보도 위치를 종전보다 동쪽으로 50m 정도 옮기고, 교통섬, 중앙선안전지대, 안전봉 등을 설치했다.

횡단보도 중간에 있는 교통섬을 중심으로 동서 방향 약 50m의 중앙선안전지대에는 안전봉이 빼곡히 세워져 있다. 차량들의 불법 U턴을 막아 교통사고 위험을 낮춘다는 취지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준공된지 두 달도 채 안된 이날 이 도로를 확인한 결과, 안전봉 10여 개가 원래 있어야 할 자리에 서 있지 않았다.

차량과의 충돌로 훼손된 것을 제주시가 치우면서 듬성듬성 이가 빠진 모양새를 하고 있었다. 일부 안전봉은 강한 충격을 받아 휘어져 있었다. 

제주시 관계자는 "차량 운전자들이 예전에 했던 것처럼 이 곳에서 U턴을 하다가 안전봉과 충돌하면서 훼손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시 CGV극장 앞 도로. <헤드라인제주>
제주시 CGV극장 앞 도로의 안전봉 일부가 훼손되고 휘어졌다. <헤드라인제주>
제주시 CGV극장 앞 도로의 안전봉이 훼손돼 사라졌다. <헤드라인제주>

종전에 쓰이던 주황색 안전봉은 휘어졌다가 원상복구되는 고무 제질이었기 때문에 불법 U턴을 막는데 한계가 있었다.

따라서 금속 제질로 된 안전봉을 세워 놓았는데, 벌써 10여 개가 훼손되면서 사라진 것이다.

문제는 망가진 안전봉이 도로쪽으로 기울면서 사고 위험성을 낳고 있다는 점. 운행 중이던 차량이 이를 피하려다 옆 차선의 차와 부딪힐 수 있어 위험하다.

시민 박모씨(29)는 "차를 운전하다가 도로쪽으로 휘어져 있는 안전봉을 발견하고, 이를 피하려 핸들을 급히 꺾다가 사고가 날 뻔 했다"며 아찔한 순간을 전했다.

지금은 도로쪽으로 난 안전봉은 모두 제주시가 치워놓은 상태로, 이로 인한 사고 위험성은 줄어 들었다.

그러나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이를 보수.개선해야 할 주체를 두고 제주시와 도로교통공단 제주지부가 서로 떠넘기기를 하고 있다.

먼저 제주시의 입장. 제주시 관계자는 "교통사고 잦은 곳은 경찰과 도로교통공단이 지정하는데, 국무총리실에서 이 사업이 승인되면 제주시는 시행을 할 뿐"이라며 "임의대로 바꿀 수 있는 입장이 못 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자꾸 훼손되고 하니까 (안전봉을) 철거할 생각도 해보지만, 개선안은 경찰과 도로교통공단이 제시해야 한다"며 제주시 차원의 대책은 아직까지 마련되지 않았음을 밝혔다.

반면, 도로교통공단측은 제주시가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개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공단 관계자는 "도로교통공단은 자문기관으로써 기본안을 낸 것은 맞지만, 전반적인 공사나 설치 부분은 제주시에서 감독하고 있다. 권한이 없다"며 "제주시의 의지만 있다면 개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제주시가 공단쪽으로 합동점검 요청을 하면 현장을 점검한 뒤, 개선안을 낼 수 있다"며 "따라서 개선을 위해서는 제주시가 먼저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자칫 사고를 낳을 여지가 있지만, 이를 개선하려는 적극적인 모습은 보이지 않아 시민들은 불안해 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제주시 CGV극장 앞 도로의 안전봉이 훼손돼 사라졌다. <헤드라인제주>
제주시 CGV극장 앞 도로의 안전봉 일부가 훼손되고 휘어졌다. <헤드라인제주>

<조승원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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