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잃은 농정예산..."39개를 141개로 쪼개?"
상태바
길 잃은 농정예산..."39개를 141개로 쪼개?"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해설] 135억원 손질 도의회 1차산업 예산심사 결과의 우려
"39개 항목 삭감, 141개에 증액"...FTA대비 경쟁력 강화차원?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농수축지식산업위원회의 내년도 제주특별자치도 예산안 심사결과를 두고 말들이 많다.

세출분야에서 135억원의 예산이 삭감된 것은 그렇다 하더라도, 증액된 예산의 면면을 살펴보면 정확한 방향성 없이 이곳저곳 '분배' 해준 것 이상의 의미를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삭감된 예산 135억원은 6개 상임위원회 중 가장 많은 액수다. 특히 감귤특작과와 식품산업과 등 농정관련 분야에서 대대적인 손질이 이뤄졌다.

▶삭감된 39개 사업예산...'증액 예산' 확보차원 삭감은 아닐까?

감귤특작과에서는 감귤원 2분의 1 간벌지원사업에 편성된 6억원을 전액 삭감한 것을 비롯해, 민간보조사업인 만감류 유통시설 확충 4억원, 참다래 산지유통시설시설 2억원이 모두 전액 삭감됐다.

FTA 대응 경쟁력 강화지원사업 1억원과 감귤 소비확대를 위한 해외홍보비 1억2000만원도 전액 삭감됐다.

고품질 감귤 유통지도 단속반 운영경비는 2억5000만원 중 1억원이 삭감됐고, 덩어리가 가장 큰 감귤유통시설 현대화사업 18억원의 경우 무려 14억원을 잘라냈다.

식품산업과 예산에서도 가공식품 수출업체 포장디자인 개발비용 1억원 중 5000만원, 식품제조업체 HACCP 시설지원 1억8000만원 중 6000만원을, 제주 향토농산물 잼류 식품가공공장 지원 1억원 중 5000만원을, 식품가공연구 및 품질검사센터 설치 7억원 중 2억원을 각각 삭감했다.

농축산물 공동상표 명품화사업의 경우에도 1억원이 배정됐던 것에서 절반인 5000만원을, 무 경매방법 개선 장비 지원사업도 3억원 중 1억원을 각각 삭감했다.

행정시 예산에서는 제주시의 농수산물 산지유통센터 건립지원 5억2500만원이 전액 삭감됐다.

전체적으로 삭감된 항목은 39개에서 삭감이 이뤄졌다. 전액 삭감된 사업비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었다고 볼 수도 있으나, 각 항목에서 찔끔씩 쳐내는 방식은 마치 '증액해야 할 사업비'를 만들어내기 위한 억지성이 엿보인다.

▶증액된 사업들...141개 항목에 쪼개고 쪼개어 '배분 잔치'

실제 39개 항목에서 삭감한 135억원은 무려 141개 항목의 사업예산에 증액됐다. 39개를 갖고 141개로 쪼개고 또 쪼개었다는 것이다.

문제는 증액된 사업의 내용이다.

증액된 예산의 항목이 크게 늘어난 것은 민간경상보조 사업들에 찔끔찔끔 나눠 배분하는 방식을 보였기 때문이다.

실제 감귤관련 사업비에서 예산을 대거 삭감했음에도 불구하고, 감귤분야에 증액된 예산은 거의 없다.

대부분 민간에 소규모 단위로 나눠주는데 치중한 흔적이 엿보인다.

농업후계전문인력 리더십 교육 500만원, 대도시 농특산물 전시판매 홍보 한마당행사 지원 300만원, 전국 농업경영인대회 참가지원 200만원, 전국 으뜸농산물전시회 참가 200만원 등이 그 예다.

행정시로도 대거 예산이 쪼개어 배분됐다.

제주시에는 농업경영인 경영능력 배양 1000만원, 농업경영인연합회 운영경비지원 1000만원, 여성농업인 교양사업 1000만원, 농업인신문구독료 지원 1020만원 등이 증액됐다.

신규로는 영농조합법인 저장고 및 집하장 시설 6000만원, 서부지구 친환경영농조합법인 컨테이너 구입비 3000만원, 구좌 농업경영인 농산물 직판장 9000만원 등이 편성됐다.

서귀포시에도 후계농업인 신문구독료 지원 1000만원, 농업인단체 전국교류행사 지원 1000만원, 농업인대회 1000만원, 채소 화훼 비닐하우스시설 지원 3억원 등이 증액됐다.

신규로는 과수원 정비용 장비지원사업 5000만원과 500평 이하 감귤하우스 지원 6억2000만원이 편성됐다.

이처럼 이번 예산안 심사에서는 39개 항목에서 집중적으로 예산을 삭감한 후 소규모 단위로 민간지원금으로 증액편성한 점이 특징이다. 다분히 선심성으로 흘렀다는 의혹을 갖게 한다.

▶도의회 "FTA 대응 경쟁력 강화차원"...과연 그랬을까?

이 예산안 심사결과를 두고 도의회에서는 내년 1월 발효되는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이 제주지역 1차산업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됨에 따라 1차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방향으로 예산심사를 하고 계수조정을 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과연 그럴까.

도의회의 설명과는 달리 계수조정 결과 어디를 살펴봐도 'FTA 대응 경쟁력 강화차원'이란 말의 의미는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우선적으로 적극 장려하고 육성해야 할 정책적 사업들을 선정하고, 이 부분에 적극적인 투자가 이뤄져야 하는데, 증액된 사업예산은 그 어디에서도 FTA 대응차원의 경쟁력 강화와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오히려 제주도 농정예산이 가야 할 길을 잃어버린 느낌을 갖게 한다는 지적이다.

민간 행사지원에 200만원, 500만원씩 증액해주고, 행정시별로 '민원'이 있는 요소 곳곳에 나눠주는 '분배 잔치'를 한 것 이상의 특징을 찾아보기 어렵다.

39개를 쪼개어 141곳에 증액 배분한 이번 예산심사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헤드라인제주>

도의회 농수축.지식산업위, 내년도 예산안 계수조정 결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1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ㅋㅋㅋ 2011-12-09 11:12:33 | 49.***.***.216
의회의 허점을 아프게 찔렀네요
공감되는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