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람쥐 챗바퀴' 토론..."이걸 뭐하러 듣고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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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람쥐 챗바퀴' 토론..."이걸 뭐하러 듣고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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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시청사이전 논란 '끝장토론' 시민 반응은 '쌀쌀'
반복되는 의견에 '텅 빈' 플로어..."토론자 꼭두각시 아니냐!"

제주시청사 이전 논란에 종지부를 찍기 위해 30일 열린 '제2차시민대토론회'가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채 흐지부지 마무리됐다. 시민들간의 갈등을 봉합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임에도, 토론회를 참관하던 시민들은 고개를 저으며 일찌감치 자리를 떴다.

나왔던 이야기가 반복되는 '다람쥐 챗바퀴' 같은 토론으로 인해 발생한 문제다. 심지어 일부 시민들은 제주시측에서 의도적으로 선정한 토론자만 패널로 선정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했다.

제주시는 30일 오후 2시 제주시청 제1별관회의실에서 '제주시청사 이전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제2차 시민대토론회를 개최했다.

30일 열린 제주시청사 이전 시민대토론회. 토론회가 중간쯤 진행되자 빠져나간 시민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헤드라인제주>
30일 열린 제주시청사 이전 시민대토론회. 시민들로 인해 제주시청 제1별관회의실이 가득 찼다. <헤드라인제주>

이날 토론회는 시청사 이전 여부를 두고 갈등을 빚고 있는 시민복지타운 내 토지주들과 시청인근 상인들이 대거 참석할 것으로 예정돼 서로의 의견을 피력하는 자리가 마련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발제자를 비롯해 대부분의 토론자들이 시청 이전에 대해 비효율성을 역설하는 분위기로 흘렀고,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 참가자들은 속속 자리를 비웠다. 토론회의 말미에 자리에 남아있는 이들은 시청 공무원들이 대다수였다.

토론에 앞서 발제에 나선 홍관일 제주시 총무과장은 "제주시청사가 이전할지 안할지는 아직 아무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고 전제했지만, 사실상 시청사 이전의 어려움을 피력했다.

홍 과장은 "그동안 청사 이전을 위해 꾸준한 노력을 해왔으나, 재원 조달문제와 근대문화유산인 현 청사의 활용방안, 청사 신축을 통제하는 중앙정부의 사정 등으로 인해 답보상태"라고 털어놓았다.

이어 "현재 청사가 이동할 경우 가뜩이나 위축된 구도심권이 무너질 우려가 있고, 예상되는 청사 신축비 1300억원은 현 시점에서 너무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며 "결론적으로 재정의 어려움, 구도심권의 문제 등을 종합해 볼 때 현 시점에서 청사이전 문제의 효율을 점검해야 한다"고 밝혔다.

토론자로 나선 이들도 청사 이전이 어렵다는 견해에 대해 대부분 생각을 같이했다.

김계춘 한라일보 논설위원은 "시청사 이전 문제는 주민들이 요구한 것이 아니라 행정이 나서서 시행한 사안"이라고 행정의 잘못을 꼬집으며 "이날의 결과가 나타날때까지 행정은 주먹구구식으로 일관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시청사 이전에 대해서는 "막대한 재정적인 부담과 현 시청사 인근 상권의 공동화가 우려되는 시점에서 신중히 검토해야 할 사안"이라며 사실상 계획을 유보해야 할 것을 피력했다.

박경영 제주시 의정동우회 회장은 "이쯤에서 청사 이전 문제는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며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시청이 현 위치에 그대로 자리를 지키는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발제자도 밝혔듯히 현재 제주시가 1300억원을 충당할 능력이 없다"며 "제주시청이 제주특별자치도의 출장소가 된 상황에서 행정개편 논의도 없이 막대한 비용을 들여 시청사를 신축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토론자로 나선 한재림 민족통일 제주도협의회장과 오철규 제주시 주민자치위원회 협의회장, 강창두 시청대학로 상인회 고문도 재정적 부담때문에 시청사 이전은 어려울 것이라는 논조로 주장을 이어갔다.

30일 열린 제주시청사 이전 시민대토론회에 참가 패널들. <헤드라인제주>
30일 열린 제주시청사 이전 시민대토론회. 시민들로 인해 제주시청 제1별관회의실이 가득 찼다. <헤드라인제주>
토론회 말미 텅 빈 강당. 자리를 가득 메웠던 당초 모습과 대조된다. <헤드라인제주>

문제는 이 시점부터 발생했다. 당초 자리를 가득 메웠던 시민들은 똑같은 발표가 이어지자 하나 둘 자리를 뜨기 시작한 것이다. 문을 지키고 있던 몇몇 공무원들이 만류함에도 한번 빠져나가기 시작한 이들은 썰물처럼 밀려나갔다.

자리를 박차고 나간 한 시민은 "똑같은 소리만 해대는 토론을 뭐하러 듣고 있냐"며 "토론이라함은 주고 받는 것이 있어야 하는데, 토론자들을 한쪽편으로만 모아놓는 것이 토론이냐"고 분을 냈다.

또 다른 시민은 "결국, 자기 주장만 옳다고 이야기하는 자리에서 더 이상 할것이 뭐가 있겠냐"며 "지금의 시청은 동사무소만도 못한 행정을 벌이고 있다"고 힐난했다.

참석자들이 반쯤 빠져나간 시점에서 시민복지타운 토지주의 대표격으로 이상윤 전 제주시의회 부의장이 나섰지만, 토론회장은 다소 공허한 느낌이 감돌았다.

이 전 부의장은 "시청 이전을 반대하는 대학로상인회 3500명의 서명을 받아서 옮기지 말아야 한다고 하는데, 시청 이전 계획이 세워졌을 당시 몇명의 서명이 이뤄졌는지는 아느냐"며 "그때 수만명의 서명은 무엇인가"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 토지주들은 자신들의 땅을 빼앗긴 사람들"이라며 "결국, 토지주들도 억울하게 당한 사람들인데 이들을 설득시키고 대안을 마련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패널들의 발언이 끝나고 플로어 토론이 이어지자 한 참석자는 이날 토론회는 제주시가 '짜 놓은' 자리라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도남동에 거주하는 시민 임신국씨는 "토론 주제 발표한 사람들은 모두 '꼭두각시'"라고 비난하며 "전부 (이전이) 안되는쪽으로만 발표하는데, 시청사나 군청사를 설립하고 수범적으로 잘 운영하는 사례는 하나도 발표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임씨는 "지난번 1차 시민토론회까지만 해도 시청사를 이전한다는 패널들이 많았는데, 오늘 자리에는 그런 사람들이 하나도 없다"며 "제주시는 한 사람의 토론자도 반대할 수 없도록 토론회를 편집해놓았다"고 꼬집었다.

제주시의 가장 큰 현안인 시청사 이전 문제를 두고 2시간이 넘게 진행된 시민대토론회.

제주시가 올해안에 세부적인 계획을 설정하겠다고 밝혔지만 결국 시민들의 갈등을 봉합하지 못하면서 추후에 제기될 마찰이 우려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박성우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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