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아쉬웠나"...'발품' 적고, '겉핥기' 남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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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아쉬웠나"...'발품' 적고, '겉핥기' 남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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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후닥닥' 도의회 행정사무감사, 아쉬움이 큰 이유는?
의회 '준비부족', 수감기관 '불성실'...'질문 폭주 속 빈곤'

제주특별자치도의회가 지난 16일부터 25일까지 10일간 실시했던 행정사무감사는 민선 5기 제주도정에 대한 사실상의 첫 평가였다는데 의미가 있었다.

민선 4기 도정에서 5기로 전환되는 시점에서 이뤄진 지난해와는 차원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감사는 제주특별자치도를 비롯해 사업소, 직속기관, 출자.출연기관 등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그러나 감사가 마무리된 후 의회의 자체평가와는 달리 아쉬움은 컸다. 의회 출범 초기인 지난해의 열정적인 모습까지는 아니더라도, 질문을 통해 문제를 제기하는 '양'은 많았으나 '질'은 현저히 떨어졌다는게 대체적인 평가다.

#발품 판 감사 눈길...'여성 거버넌스' 변칙 사업집행 등 폭로

물론 '발품'을 판 의원들의 질문도 눈에 띄었다.

위성곤 의원(행정자치위원회)은 제주도 총무과 감사에서 '인사제도'에 대해 당사자인 공무원들 입장에서 여론을 듣기 위해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직접 설문조사를 실시한 후 이를 토대로 해 현 실정을 진단하고 대안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박주희 의원(복지안전위원회)은 제주도 보건복지여성국 감사에서 중증장애인의 삶의 질과 관련해 직접 현장에서 설문조사를 실시한 후 현실을 꼬집고, 장애인 고용확대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기도 했다.

이석문 의원(교육위원회)은 제주도교육청 감사에서 '제주교육관련 교사 설문조사'를 통해 학교현장이 '행정업무' 중심으로 운영되면서 교사들이 수업과 생활지도에 소홀해지고 있는 현실을 꼬집으며 현 교육정책의 방향이 잘못됐음을 지적했다.

행정사무감사에서 새롭게 밝혀진 사실들도 일부 있었다.

윤춘광 의원(행정자치위원회)은 지난 추경안 심사 때 전액 감액됐던 '여성 거버넌스'와 관련한 사업비가 도의회에 사전 양해를 구함도 없이 농협협력기금을 통해 집행한 사실을 들춰내면서, 도의회의 예산심의권을 무력화시켰다는 점에서 파문이 일었다.

안동우 의원(농수축지식산업위원회)은 제주도내 감귤 선과장 208곳 중 136개만이 정식으로 등록된 것이고, 나머지는 모두 '무허가'로 운영되는 사실을 제기하며 감귤유통과 관련한 정책에 허점이 있음을 지적했다.

김태석 의원(환경도시위원회)은 제주의 보전자원인 화산송이 81톤이 환경부의 협조 요청에 의해 대량 반출된 사실을 폭로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환경부가 이의 해명에 진땀을 흘리기도 했다.

이밖에 제주도립미술관의 미술소장품 구입에 있어 특정인의 작품을 고가에 구입하는 등의 문제를 제기한 김진덕 의원(문화관광위원회) 등의 질문도 주목을 받았다.

#'뻔한 스토리' 단골메뉴 질문 일색 '눈총'...국정감사 지적사항 '재탕 질문'

그러나 10일간의 감사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의원들의 질문은 '겉핥기'에 끝나는 경우도 많아 아쉬움을 갖게 했다.

질문은 수없이 쏟아졌으나, '질'이 함께 담보되지 못하는 한계를 보였다.

일부 의원들은 지난해 지적했던 내용의 팩트를 그대로 재탕하며 수치만 바꿔 질문하는가 하면, 감사 때만 나오는 '뻔한 스토리'의 단순 주의촉구 수준의 질문도 많았다.

'시간 관계상'이라는 말이 단골로 등장할 정도로 지적만 잔뜩 해놓고 '결말' 없이 지나쳐 버리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언론보도나 국정감사 등에서 자주 나오는 단골메뉴를 갖고 재인용해 질문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정책자문위원이 준비해준 지적사항을 그대로 읽고 지나가기에 급급한 의원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문제는 감사기간이 10일 일정이지만, '시간적 촉박함' 때문인지 후딱후딱 지나가면서 '겉핥기'를 양산했다는 점이다.

감사를 받는 수감기관측이 즉답을 하지 못하면서 시간을 끌 경우 오히려 의원들이 '조급함'을 보이기 일쑤였다. 이러한 상황에선 짜증스런 '큰 소리'가 불쑥불쑥 튀어나오기도 했다.

하루 1개 부서일 경우 이런 모습은 덜 보였으나, 하루 2-3개 기관, 심지어 일부 상임위원회의 경우 하루에 7개 기관까지 감사하면서 '부실감사'는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빡빡한 일정 속에 감사가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은 현실적인 불가피한 점이라고 할 수 있으나,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의원들의 '준비 부족'과 확실한 매듭없이 질문만 쏟아내는 식의 감사를 양산했다고 할 수 있다.

#불성실한 '답변'...수감기관 '태도'도 문제

이러한 의회측의 아쉬움과 함께 수감기관의 '불성실 태도'도 여전히 문제로 지적됐다.

감사에 임하는 간부 공무원들이 소관 업무파악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가 어물쩍 답변으로 넘어가려는 모습도 적지않게 보였다.

다른 부서로 책임을 떠넘기려 하거나, 정확하지도 않은 내용의 답변을 하면서 의원들로 부터 화를 자초하는 일도 많았다. 지연되고 있거나 이행되지 않고 있는 사업에 대해서도 완결됐다고 보고했다가 혼쭐 나는 일도 있었다.

질의에 정확하게 답변을 하고 내용을 알지 못할 경우 사실대로 모른다고 답변을 해야 함에도, 부적절하게 답변을 하는 일도 문제로 지적됐다.

감사자료의 제출을 지연시키거나 부실한 자료를 제출하면서 시간을 소진시키는 사례도 있었다.

문화관광위원회는 행정시 감사를 진행하면서 행정시장의 무성의에 크게 화가 난 듯, 감사총평을 통해 직접적으로 '태도'를 지적하기로 했다.

제주시 감사 때 도의원을 지낸 바 있는 제주시장이 시정전반에 대한 질의 답변과정에서 소관 상임위가 아니라며 답변을 무성의하게 넘어가려한 점을 지적한 것이다.

대부분의 부서가 그런 것은 아니나, 일부 부서장들은 민선 5기 도정의 추진 사업에 대해 당당하게 설명하지 못하고, 시종 쩔쩔 매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지적사항에 대한 답변을 '내용'으로서 아니라 '인과관계'로 풀려는 모습도 적지 않게 노출됐다.

결국 의원들의 준비부족과 함께, 수감기관의 불성실한 태도가 이번 행정사무감사에서 '아쉬움'을 크게 했던 부분이다.  <헤드라인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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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 2011-11-27 21:24:04 | 211.***.***.251
평가기사에 이의는 없으나 공무원들이 답변 제대로 못한것은 무능 때문이 아니다
답변할 여유조차 주지않고 고성과 다그치는 분위기 때문이지
행정사무감사에서 개인견해 피력하고 동의하지 않으면 무조건 생각없는 공무원으로 치부하는 분위기를 먼저 고쳐져야

내가 보기에는 2011-11-26 14:00:07 | 211.***.***.77
박주희 의원이 그래도 낫지

2011-11-25 21:16:19 | 211.***.***.84
도의회도 무능하고 도청도 똑같슴다
감사끝난후 남는거있습니까?
좀 제대로들 허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