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세 청년의 죽음..."예견된 사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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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세 청년의 죽음..."예견된 사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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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보건소 인근...미비한 과속방지시설 "이럴줄 알았다"
시속 80km 차량...신호는 24시간 '점멸등'-방지턱도 없어

지난 23일 오전 8시30분께 제주보건소 인근 도로에서 오토바이와 차량이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제주시 도남동 제주보건소 인근 삼거리, 현재 KBS청사 신축 현장과 맞붙은 6차선 도로에서, 한라산 방면으로 올라가는 오토바이와 좌회전하던 차량간에 벌어진 사고다.

제주동부경찰서 교통조사계는 차량이 좌회전하는 중 좌측에서 빠르게 달려오는 오토바이를 식별하지 못하고 충돌해 발생한 사고로 조사했다.

당시 현장을 지나쳤던 시민에 따르면 사고로 인해 오토바이 운전자의 헬멧이 거의 100m 바깥까지 날아갔다고 하니 어느 정도의 사고였는지 가늠이 가능하다.

이 사고로 차량운전자 김모씨(44)는 부상을 당했고, 오토바이 운전자 강모씨(22)는 인근 병원으로 급하게 후송됐지만 끝내 숨을 거뒀다.

지난 23일 사고가 발생한 제주보건소 인근 도로. 많은 차량이 이동함에도 불구하고 신호등은 항상 '점멸' 상태다. <헤드라인제주>
지난 23일 사고가 발생한 제주보건소 인근 도로. 과속을 방지할만한 시설물이 전무한 실정이다. <헤드라인제주>

표면적으로 사건을 보면 오토바이가 다가오는 것을 파악하지 못한 차량 운전자와 빠른 속도로 내달린 오토바이 운전자의 1차적인 책임을 물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인근 도로의 사정을 아는 이들은 "언젠간 벌어질 사고였다"는데 입을 모은다. 매일 수천대의 차량이 이동하는 도로임에도 불구하고 차량사고에 대한 보완장치가 너무나도 미비하다는 것이다.

해당 도로는 제주시 연북로와 연삼로를 직통으로 연결하는 5차선 도로다.

별다른 신호체계나 장애물이 없이 뻥 뚫린 도로라 대부분의 차량들은 시속 70~80km의 빠른 속도로 이 도로를 달린다. 간혹 차량의 속도가 시속 60km를 넘지 못하면 여지없이 크랙션이 울릴 정도로 급박하게 돌아가는 도로다.

실제로 25일 오전 찾아간 해당 구간은 많은 차량들이 빠른 속도로 내달리고 있었다. 특히 한라산쪽에서 내려오는 차량의 경우 경사 진 내리막길이라 더욱 빨라졌다.

해당 도로에는 양 쪽으로 빠질 수 있는 삼거리 갈래길이 많다. 제주보건소 쪽 삼거리는 제주상공회의소, 제주합동청사 등의 기관과 연결되는 곳이라 차량 통행량이 특별히 많은 편이다.

그런데, 내달리는 차량들을 진정시킬만한 시설물은 부족한 실정이다.

제주보건소 삼거리에는 신호등이 설치돼 있지만 24시간 점멸등이 켜져있다. 도로사정에 따라 운전자들이 스스로 진입 여부를 판단하도록 설치된 것이다.

그렇다보니 노란불이 깜빡이는 신호등은 차량 운전자들의 과속을 효과적으로 규제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빗발친다.

매일 출근길 이 구간을 이용한다는 시민 이모씨(37.연동)는 "도로를 달려보면 알겠지만 차량들이 뭐에 씌인것처럼 (액셀레이터 페달을)밟는 도로"라면서 "언젠가 한번 크게 사고가 날 줄 알았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공무원이나 경찰이 한번이라도 관심을 갖고 현장을 지켜봤다면 문제를 알 수 있었을 것"이라면서 안일한 교통행정을 꼬집었다.

차량들의 과속 방지를 위해 단속카메라 등의 시설물을 설치하거나, 과속방지턱 정도의 시설만 설치됐어도 방지할 수 있는 사고였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결국, 한 수 앞을 내다보지 못한 교통행정이 예견된 사고를 방지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거세다. <헤드라인제주>

지난 23일 사고가 발생한 제주보건소 인근 도로. 많은 차량이 이동함에도 불구하고 신호등은 항상 '점멸' 상태다. <헤드라인제주>
지난 23일 사고가 발생한 제주보건소 인근 도로. 과속을 방지할만한 시설물이 전무한 실정이다. <헤드라인제주>

<박성우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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