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연한 미래' 속 청소년들..."새로운 꿈을 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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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연한 미래' 속 청소년들..."새로운 꿈을 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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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시 진로직업박람회...9000여학생 참여해 '진로 탐색'
행정-교육-민간 소통 '결실'..."이제 뭘 해야할지 알게됐어요!"

"장래에 고고학자가 되고 싶은 학생이 있다. 평범한 꿈은 아니지만 어렸을적부터 역사를 좋아하던 학생은 혼자 관련서적도 찾아보고 정보도 뒤져가며 미래에 대한 꿈을 키웠다.

그런데, 주위의 어른들은 일단 교과공부와 입시공부를 우선해야 한다고 몰아세운다. 그래야 '훌륭한 어른'이 된다나. 친구들조차 당연하다는 듯이 입시 위주의 공부에 힘을 쏟는다.

TV나 강연회에 나오는 유명한 사람들은 청소년들에게 "꿈을 가져야 한다", "희망을 찾아라" 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 꿈을 어떻게 가져야 하는지, 희망을 어떻게 찾아야 하는지 알려주는 이는 없다. 또 꿈을 갖더라도 어떤 노력을 해야하는지 알 길이 없는 학생은 매일이 혼란스러울 뿐이다."

한 학생만의 국한된 사례는 아니리라. 입시 위주의 교육환경에서 청소년들은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음에도 꿈을 제한받고는 한다.

세상에는 수 많은 직업이 있지만 청소년들이 생각할 수 있는 범위는 한정돼있다. 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어쨌든 '획일화된 교육'을 받아야 하는 것이 현 교육 주소다.

이러한 학생들의 고민을 해결해주기 위해 우리나라 최남단에서 색다른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각 학생들의 갈 길을 제시해주는 '진로.직업 박람회'가 그 것이다.

서귀포시와 재단법인 서귀포시교육발전기금(이사장 송형록)은 18일과 19일 이틀간 서귀포학생문화원과 동홍체육관에서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제1회 서귀포시 진로.직업박람회'를 개최했다.

보통 '직업박람회'라 하면 취직을 앞두고 있는 청년층에게나 어울릴 법하다. 그러나 이날 행사는 학생들의 꿈을 더 명확하게 새겨주고, 방향을 잡아주기 위해 마련됐다.

19일 서귀포학생문화원에서 열린 '제1회 서귀포시 진로.직업박람회'. <헤드라인제주>
일대일 진로상담을 하고 있는 학생. <헤드라인제주>
진로검사를 받고 있는 학생들. <헤드라인제주>

행사에 참여한 서귀포시 관내 약 9000여명의 중.고등학생들은 전문 직업인과의 만남, 유명인사 초청강연, 직업체험관, 이색직업 판넬 전시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진로 결정을 내렸다.

특히 학생들이 손수 꾸민 '커리어 파일 경진대회'나 전문 상담 선생님들과의 대화를 통한 '진로검사' 등은 실질적인 도움을 줬다.

개막식 초청강연에는 개그맨 정종철씨가 강사로 출연해 '청소년의 꿈 설계'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줬다.

이와함께 제주출신의 영화감독, 음악평론가, 도시공학 전문가, 기업CEO 등 각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선배'들이 재능기부로 참여해 학생들과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동홍체육관에 별도로 꾸려진 직업 체험관은 제주도내 대학과 고등학교, 기업체 등 16곳이 참여했으며, 서울 소재 유망한 IT업체 등도 참여해 체험거리를 제공했다. 커피 로스팅 등의 바리스타 체험 등은 단연 인기만점이었다.

이색직업을 소개해주는 판넬도 학생들의 관심을 끌었다.

전시된 판넬에는 화재감식 전문가, 장기 코디네이터, 두피모발 관리사, 게임마케터, 교도관, 변리사 등 평소 접해보지 못했던 직업들이 소개되고 있었다.

그렇다고 흥미 위주의 전시는 아니었다. 가령 '분수설계 디자이너'를 소개한 판넬은 분수설계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진학해야 하는 학과로 조경학과, 건축학과, 도시계획과 등을 제시했다.

또 공간지각력과 기술설계 능력 등이 필요하다는 조언과, 성격은 리더십이 가하면서도 꼼꼼한 타입이 좋다고 소개했다. 실질적인 방향을 제시해 준 셈이다.

무엇보다 학생들에게 각광을 받은 곳은 '진로검사' 부스였다.

먼저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적성검사를 가진 학생들은 이내 발표된 내용을 들고, 옆방에서 기다리고 있는 진로진학상담 선생님을 찾아간다.

선생님은 학생의 진로검사 결과를 보고 해당 학생에 맞는 진로와 계획 등에 대해 일대일로 조언해준다. 자신의 진로가 확신이 없는 학생들에게는 정확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돕고, 진로에 대한 확신이 강한 학생들에게는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진로적성검사를 받은 애월고등학교 2학년 강재룡 학생은 "평소에 방송쪽 일에 관심이 많았었지만, 뭘 해야할지 몰라서 막막 했었는데 오늘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같은 학교 2학년 신기훈 학생은 "적성검사 결과 원래 꿈 꾸고 있던 경영분야의 적성이 나왔다"면서 "이제 뭘 해야할지 확신이 생겼으니 공부를 열심히 하는 일만 남았다"고 말했다.

공부를 하더라도 목표가 있는 것과 없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는 법. 이날 학생들은 자신의 미래에 대한 청사진을 그렸다.

# 지역사회 주체 '행정-교육-민간' 한데 어우러져

특히 이번 행사는 행정과 교육, 민간 등 지역사회의 각 주체가 한데 모여 치러졌다는데 큰 의미가 부여됐다. 추진력은 민간에서, 행사의 경험이나 정보는 교육에서, 사업비 등은 행정에서 기꺼이 담당한 것이다.

우선 행사의 아이디어는 제주지역 각 학교에 배치된 상담 선생님들의 모임인 제주진로진학상담교사협의회(회장 김순찬) 내부에서 나왔다.

갈피를 못잡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로 상담을 벌이자는 취지로 시작된 것. 하지만, 당초 예정대로라면 소수의 학생을 대상으로 한 조촐한 행사에 그칠뻔 했다.

그러던 중 행사의 필요성에 공감한 재단법인 서귀포시교육발전기금이 행사의 주최를 도맡았고, 이후 사업의 범위가 확대됐다. 소수의 학생을 대상으로 했던 계획은 서귀포 전역의 학생이 됐다. 행사에 소요되는 예상 예산은 500만원에서 1억원 가까이 늘어났다.

여기에 서귀포시 행정의 적극적인 후원까지 더해져 커다란 '시너지 효과'를 발휘했다.

행사의 주체가 된 이들은 대부분 서귀포나 제주 출신으로, 특별한 대가 없이 지역 후배들을 돕기 위해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송형록 서귀포시교육발전기금 이사장은 "아이들이 직업을 갖기 위해서는 어떤 것을 준비해야 하고, 어떤 노력을 해야하는지 알려주고 싶었다"면서 행사의 취지를 설명했다.

송 이사장은 "재능기부 봉사자를 비롯한 주변의 수 많은 이들이 교육에 관심을 가져줌으로써 행사가 성공적으로 치러졌다"며 "이 행사를 연례적으로 개최하고 점차 확대해 나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헤드라인제주>

19일 서귀포학생문화원에서 열린 '제1회 서귀포시 진로.직업박람회'. <헤드라인제주>
일대일 진로상담을 하고 있는 학생. <헤드라인제주>
19일 서귀포학생문화원에서 열린 '제1회 서귀포시 진로.직업박람회'.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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