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믿을 행정..."터미널 이전? 해볼테면 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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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믿을 행정..."터미널 이전? 해볼테면 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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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시외버스터미널 이전 방안...인근 상권 팽배한 '불신'
"대책은 있나" 강한 반발..."어차피 이전 못해" 시큰둥 반응도

현재 제주시 오라동에 위치해 있는 제주시 시외버스종합터미널이 교통환경 변화에 따라 아라동으로 이동해야 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온 가운데, 인근지역의 상인들이 행정에 대한 '불신'을 표했다.

대부분의 상인들은 터미널이 이전했을 경우 죽어가는 지역상권을 '나 몰라라' 할 것이라는 행정을 믿지 못하겠다고 꼬집었다.

또 일부 상인들은 '지지부진' 행정에 대한 불신을 털어놓으며 이전 계획을 시큰둥하게 여겼다. 이들은 "어차피 옮기겠다는 계획을 세운다 해도 질질 끌다가 아무것도 못할 것"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속 뜻'은 다소 달랐지만 떨어진 행정의 위신이 간접적으로나마 비쳐진 셈이다.

이전방안이 논의되고 있는 제주시외버스터미널. <헤드라인제주>
식당이 몰려있는 시외버스터미널 인근 상권. <헤드라인제주>

# 교통체증 부르는 버스터미널...아라동이 최적

시외버스터미널의 이전 방안은 지난 4일 열린 '도시교통정비기본계획 수립 연구용역 최종보고회'를 통해 제안됐다.

용역을 의뢰받은 (주)동호는 교통시설의 개선을 위해 현재 오라동에 위치한 버스터미널의 위치를 이전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현재 터미널의 위치가 교통체증을 불러오기 때문에 외곽지로 이동시키자는 것이다.

보고서에 제안된 터미널의 이전 장소는 노형동과 삼양동, 아라동, 삼도2동까지 4개 대안이다. 대부분 교통이 집중되는 것을 방지하는 '한적한 곳'에 위치했다는게 특징이다.

그러나 노형동은 도심지와의 연계 교통수단이 부족한 상황이고 제주 동부지역과의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점이 단점으로 꼽혔다. 삼양동의 경우도 한참 인구가 늘어나고 있는 제주 신시가지와의 접근성이 너무 떨어진다는 점이 지저됐다.

구도심권 중심부인 삼도2동의 경우 부지를 확보하는데 많은 예산이 소요될 것이라는 점과 기존 터미널과의 차별성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고사됐다.

결국, 여러가지 여건상 제주시내와의 접근성이 높으면서 도심의 교통혼잡을 완화시킬 수 있는 대안으로 아라동이 최적지로 꼽힌 것.

한창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아라개발지구가 완공되면 다소 이동이 불편한 제주 서부지역과의 교통시스템도 원활해질 것이라는 점도 하나의 장점으로 여겨진다.

제주도는 이날 용역 보고회가 끝남과 동시에 제안된 최종보고서를 채택했다. 일부 개선의 여지는 있으나, 큰 그림에서는 동의한 것이다.

# "대책이나 마련해 놓고 옮기겠다는 것이냐"

이 같은 소식이 들리자 일부 상인들은 터미널 이전에 대한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해당 지역의 상권이 버스터미널에 특화됐기 때문에 터미널이 이전할 경우 아무런 대책이 없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정모씨(52)는 "주변에 있는 것들이 다 기사식당이고 여관인데, 어떻게 터미널 하나 옮긴다는 식으로 쉽게 생각할 수가 있느냐"며 분을 냈다.

실제로, 터미널 인근의 경우 다른 지역보다 숙박업소와 음식점의 밀집도가 높았다. 터미널을 기점으로 오가는 유동인구를 맞이하기 위해 특화된 것이다.

정씨는 "왜 저런 계획을 정할때는 뒷수습까지 생각하지 않는지 모르겠다"며 "옛 제주대병원만 해도 병원 하나만 옮겨졌을 뿐인데 상권이 아예 죽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숙박업을 운영하고 있는 한 업주도 "무작정 터미널을 이동하겠다는 것은 그야말로 우리한테는 죽으라는 소리"라고 강하게 맞섰다.

그는 "꼭 우리 뿐만이 아니라 주변의 모텔 건물들은 다 어쩔 것이냐"며 "앞으로 어떻게 돌아갈지는 모르지만 이전을 한다 하더라도 뭔가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숙박업소가 몰려있는 시외버스터미널 인근 상권. <헤드라인제주>
식당이 몰려있는 시외버스터미널 인근 상권. <헤드라인제주>

# "이번엔 아라동이래? 해볼테면 해보라지"

반면, 일부 상인들은 터미널 이전계획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여러가지 문제에 부딪혀 결국 무위에 그친다는 것이다.

특히 20년이 넘는 오랜 시간동안 인근에서 장사를 해 온 '터줏대감' 상인들이 이 같은 반응을 보였다. 터미널 이전계획은 이미 오래전부터 시도됐다는게 이들의 설명이다.

27년간 슈퍼마켓을 운영한 강모씨는 "이번에는 아라동이라느냐"며 "어차피 옮기겠다는 계획을 세운다 해도 결국 옮기지도 못할 것"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강씨는 "화북이네 어디네 옮기겠다는 이야기는 숱하게 들었지만 결국 아무것도 하지 못하더라"며 "그럴때마다 괜히 불안했는데 이젠 그럴 것도 없겠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이전이 된다고 하면 당연히 반대하겠지만 지금은 별 걱정이 들지는 않는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20여년간 한식당을 운영했다는 한 업주는 "어차피 이전 계획을 세운다 해도 질질 끌다가 아무것도 못할 것"이라며 "이런일이 한두번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어디로 이전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땅이 비싸네 교통이 안되네 여러가지 이유를 들면서 결국 안될것이라고 본다"며 "제주도가 하는일이 다 그렇지 않느냐"며 불신을 표했다.

터미널 이전 계획에 대한 상인들의 반응은 다소 달랐지만, 행정에 대한 시민들의 불신이 엿보인 현장. 제주도는 어떠한 대처를 취해야 할까. <헤드라인제주>

<박성우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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