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에 변심'...왜 돌연 입장 바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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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그룹에 변심'...왜 돌연 입장 바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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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지하수관리위원회가 '지하수 증산' 부결한 속내는
3월 "증산 필요성 있다"...11월 "필요성 없다"...'머쓱'

한진그룹 계열사인 한국공항(주)의 먹는샘물 '제주퓨어워터' 개발사업에 따른 지하수 취수량 증산 요청이 '1차 관문'인 제주특별자치도 지하수관리위원회 심사의 벽을 넘지 못해 결국 좌절됐다.

제주도 지하수관리위원회는 7일 한국공항(주)에서 신청한 제주퓨어워터 개발사업의 기간연장과, 지하수 취수량 증량 2개 안건을 심사한 후 기간 연장에 대해서는 동의하는 대신, 증산요청에 대해서는 부결시켰다.

기간연장은 오는 24일로 허가기간이 만료되는데 따른 것으로, 지하수의 취수기간을 2년 연장하도록 했다.

그러나, 논란의 핵심인 지하수 증산문제와 관련해서는 지하수의 취수량을 현행 한달 3000톤에서 6000톤으로 증산하는 것에 대해서는 부결했다.

뜻밖의 결정이었다.

이는 지난 3월 한국공항(주)에서 9000톤 규모의 증산을 요청했을 때에는 이런저런 명분을 삼아 허가해준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제주도내 11개 시민사회단체가 일요일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6일 황급히 기자회견을 갖고 "전면 불허"를 촉구한 것도 지하수관리위원회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의식하고 있었다.

대부분 지하수관리위원회의 1차 관문은 무난히 통과하고, 마지막 관문인 제주도의회에서 최종 결론이 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이러한 예상은 빗나갔다.

▲왜 돌연 입장 바꿨을까?

지하수관리위원회는 왜 돌연 입장을 바꿔 '부결'로 선회한 것일까.

회의는 오전 9시30분 시작해 오후 2시까지 이뤄졌다. 다른 안건도 있었지만, 이 사안을 두고 상당히 오랜 시간 논쟁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지하수관리위원회는 한국공항측의 사업계획서상 당분간 취수량 증산 필요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현행 수준 유지가 바람직하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회의가 끝난 후 제주도의 한 관계자는 부결사유를 묻는 질문에, "한국공항측에서는 항공기 승객에 기내 음료를 제공하는 수량이 모자라다고 요청했으나 증산할 필요성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또 "현재 취수량인 3000톤을 갖고 기내 제공음료 수요를 조정해달라는 요청을 한국공항측에 했다"고 전했다.

왜 증산 필요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했는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지하수관리위원회 역시 지난 3월 허가해준 전례 때문에 부결할 '명분'을 만들기가 쉽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지난 3월 심사에서 '허가'해준 이유를 거창하게 설명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3월 심사 때에는 증산 허가 이유로 "월 9000톤을 취수하더라도 지하수위 변화가 미미하고, 제주도가 신성장 동력산업으로 육성하려는 물산업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는 점을 들었었다.

더욱이 도의회에서 집중적으로 문제가 제기되자, 제주도는 9000톤으로 증산을 허가했다고 해서 '공수화 개념'은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까지 내놨었다.

▲여론 악화 우려 '정치적 검토' 이뤄졌나?

하지만 이번에는 '구체적인 이유'를 적시하지 않고 다만 "증산 필요성 없어 보인다"는 짤막한 코멘트 하나 붙였다.

이는 제주가 처한 현 상황과 맞물려 여러가지 측면의 '정치적 검토'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공항(주)에서 생산하는 먹는샘물 '제주퓨어워터'. <헤드라인제주>
가뜩이나 제주도정은 다음주 개회하는 도의회 정례회에서 행정사무감사와 내년 예산안 심사가 있고, 당장 이번주에는 제주의 세계7대자연경관 선정 결과 발표, 직면한 제주해군기지 문제 등을 안고 있다.

여기에 지하수 증산 문제로 인해 제주사회가 한바탕 논란에 휩싸이게 하지 않으려는 의도가 있어 보인다.

또 '여론의 악화'를 상당히 의식한 결과로도 볼 수 있다.

가뜩이나 제주삼다수와 농심간의 불공정 판매협약 문제로 공수화 개념이 흔들린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공항의 지하수 증산마저 허용할 경우 여론이 크게 악화될 것으로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번 결정은 공수화 개념을 지켜나감 속에서 지하수 보전정책을 펴 나가야 한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지하수 증산 심사 때마다 제각각 다른 잣대를 들이밀면서 '머쓱'행정의 신뢰성을 실추시켰다는  지하수관리위원회에 대한 신뢰성은 크게 실추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똑같은 사안의 두번의 심사에서, 서로 '다른 잣대'를 들이밀며 해석하고 결론을 낸 지하수관리위원회는 스스로도 무척이나 겸연쩍게 됐다.

여기에 이번 결정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나오는 것과는 별개로 해, 지하수관리위원회의 심사 원칙과 기준을 보다 명확히 할 필요성을 갖게 한다. <헤드라인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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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 2011-11-07 22:30:00 | 61.***.***.90
9000톤할때는 뭐라뭐라 막 하던데 6000톤신청하니 필요성 없다는 부결이유가 우습네요.
그전에는 왜 해줬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