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자원본부가 왜 갑자기 '경제적 논리'로 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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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자원본부가 왜 갑자기 '경제적 논리'로 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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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색달하수처리장 재이용시설에 들이댄 '경제적 타당성'
농업용수 전환 긍정적 측면불구, "돈먹는 하마 될 걸?" 난색

제주 지하수의 효율적 관리를 추구해야 할 제주특별자치도 수자원본부가 재활용수 설치문제에 있어 갑자기 '경제적 논리'를 들고 나오면서 그 배경에 궁금함을 갖게 한다.

수자원본부는 2일 오전 11시 서귀포시 예래동주민센터에서 색달하수종말처리장 방류수 재이용시설 설치에 따른 타당성 조사용역 중간결과가 제시된데 따른 주민설명회를 가졌다.

한국농어촌공사에 의뢰돼 시행되고 있는 이 용역은 색달하수처리장 방류수를 재처리 한 후 주변 골프장 조경용수 및 농업용수 등으로 공급하는 방류수 재이용 사업의 타당성을 분석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재이용 시설이 설치된다면 방류수의 재이용수를 우선적으로 농사용이나 조경수용 등으로 공급하고 현재 설치된 농업용 지하수는 폐공하거나 일부만 남겨둬 재이용수가 부족할 경우 보충용으로만 사용한다는 것이 당초 구상이었다.

제주 지하수의 보전 측면에서 바람직한 방향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지하수→재이용수' 전환에 지역주민-관광사업장 '긍정적' 접근

설명회에는 예래동 지역 주민들을 비롯해 버자야제주리조트, 한국관광공사, (주)호텔신라, (주)호텔롯데 관계자 등 중문관광단지 및 인근 관광사업장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재이용수를 농업용수 및 조경수용 등으로 공급하고, 현재의 농업용 지하수는 폐공 등의 조치를 통해 보전해야 한다는 의견을 갖고 있는 김경진 제주도의회 의원도 자리에 함께했다.

1일 5000톤 처리규모인 이 시설이 들어설 경우 색달처리장의 재이용수가 인근지역의 농업용수는 물론 중문관광단지와 골프장, 그리고 예래동 휴양형 거주단지 내 조경용수 등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문제는 어떻게 지역주민들과 관광사업장 등을 설득하고 재이용수를 활용하도록 할 것이냐 하는데 있다.

김경진 의원은 "현재 가동 중인 제주시 한경면 판포처리장 방류수 재활용시설의 경우 하루 1000톤씩, 연간 30만톤의 공급이 가능하지만, 재활용수에 대한 불신감 때문에 재활용수 생산량의 10% 정도만 농업용수로 공급되고 나머지 90% 이상은 바다로 방류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심지어 가뭄 때 지하수관정에서 염수가 올라오더라도 농민들은 재활용수 이용을 꺼리고 있다고 한다.

이에따라 주민들에게 재이용수를 사용하더라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점을 입증해 내는 것이 중요했다.

다행히 이날 설명회에서 지역주민들은 재이용수 시설의 설치를 상당히 바랐던 것으로 나타났다. 중문관광단지 입주 사업장에서도 문제가 없다면 사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김경진 의원은 전했다.

12월까지로 예정돼 있는 용역의 최종 결과가 나오면 지역주민과 제주도, 한국관광공사가 방류수 재잉용 설치에 따른 활용에 대한 업무협약(MOU)를 체결하자는 얘기까지 나왔다.

김경진 의원은 설명회가 끝난 후, "하수종말처리장에서 재이용시설을 설치해 농업용수와 조경용수 등으로 공급한다면 현재의 농업용 지하수공들은 폐공하는 방식으로 해 지하수 보전에 기여할 수 있다"면서 "앞으로 제주 전체적인 측면에서 이러한 방향의 지하수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즉, 막대한 양이 투입되는 농업용 지하수 등을 재이용수로 전환시키면서 지하수 사용량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한국관광공사가 하수처리장 방류수 재활용수를 적극적으로 이용한다면 농민들의 재활용수에 대한 불신을 대폭 해소해 제주 서부지역 주민들의 이용률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며 "궁극적으로 이를 통해 지하수 보전에도 많은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수자원 본부의 '경제적 타당성' 논리..."결국엔 돈먹는 하마될 것"

하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이날 오후 수자원본부측에서는 느닷없이 '경제적 타당성' 문제를 들며 재이용시설 설치에 대해 난색을 표했다.

수자원본부 관계자는 이날 <헤드라인제주>와의 전화통화에서 "시설비와 유지관리비가 너무 많이 들어가는데 비해 경제적 타당성이 낮은 것으로 나왔다"며 "결국엔 돈 먹는 하마가 될 우려가 있어 사업 추진이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 시설을 설치하는데 따른 비용이 70-80억원이 들고, 유지관리비도 소모품 교체비와 전력비, 약품비 등을 포함해 연간 2억원에서 2억5000만원이 소요되면서 경제적 타당성이 낮다는게 이유다.

막대한 사업비가 들지만, 재이용시설에서 나오는 물을 사용할 수요처가 크지 않다는 이유를 들고 있다.

이 관계자는 "재이용 시설에서 1일 1000톤씩의 물을 공급할 수 있다고 한다면, 주요 수요처로 꼽히는 관광지인 여미지에서는 약 80톤, 신라호텔에서 약 50톤만 사용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그럼 나머지 800여 톤의 물은 농업용수로 사용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고 말했다.

즉, 색달동 일대에서 농업용수가 부족하지 않는 상황이고, 가뭄 발생 확률도 적기 때문에 매일 800여톤의 재이용수를 쓰겠느냐는 반문인 것이다.

▲지역주민 설득해야 할 수자원본부가 오히려 '돈 걱정'만

그러나 이러한 수자원본부의 입장은 철저히 '경제적 논리'로만 지하수 문제에 접근했기 때문으로, 오히려 지역주민들의 입장보다는 소극적인 것이어서 눈총을 사고 있다.

농업용 지하수를 재이용수로 전환시켜야 하는 문제는 지하수 보전 및 관리의 차원에서도 충분히 설득력이 있을 뿐만 아니라, 농업용 지하수를 점차적으로 줄여나간다는 전제 하에서 이 문제를 바라봐야 하는데, 당장 들어갈 '돈'만 걱정하는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수자원본부의 본연의 역할을 감안할 때, 설령 지역주민들이 재이용수 사용을 꺼려 하더라도 수자원본부는 이를 설득해야 하는 위치에 있음에도, 오히려 경제적 문제로 접근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재이용수로의 전환을 시도하는 것이 '돈'을 벌자는 목적이 아니라 지하수자원의 효율적 관리측면에서 제기된 것임에도, 이를 차치하고 '경제적 타당성'에만 매달리는 형국이다.

설명회에 참석했던 김경진 의원은 "재이용수 시설 설치문제는 하수종말처리장 증설문제를 협의할 때 지역주민들도 요구한 사항"이라며 "제주도 전체적인 지하수 관리 측면에서 이 문제에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자원본부는 오는 12월 용역이 마무리되면 최종 결론을 내릴 방침이다. 최종 결론에서도 이 '경제적 논리'가 판단에 중요한 작용을 할까. <헤드라인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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