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 속' 탐라문화광장..."일단 밀어부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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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 속' 탐라문화광장..."일단 밀어부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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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탐라문화광장 심의 조건부 의결...재정충당 어쩌나
국비확보 '불투명' 우려..."구도심 활성화 틀 새로 짜야"

'탐라문화광장 조성사업'이 타당성 논란을 뒤로하고 1차 관문을 넘어선 가운데, 충분한 검토과정 없이 '밀어부치기 식' 사업이 추진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민선5기 도정의 공약사업'이라는 타이틀을 등에 업고, 열악한 제주의 재정여건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우려 때문이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지난달 31일 지방재정계획 및 공시심의위원회에서 탐라문화광장 조성사업을 조건부로 심의 의결했다.

위원회는 그동안 구도심 용역이 꾸준히 실시된 만큼 기존 용역의 내용을 검토해 사업의 콘텐츠를 보완하고, 재정위기를 감안해 추가적으로 국비를 확보할 것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이에 탐라문화광장 조성사업은 도의회 예산심의에서 예산이 삭감되지만 않는다면, 기본 및 실시설계와 도시관리계획 입안 등의 절차를 거쳐 내년부터 공사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 '구도심 살리겠다' 탐라문화광장 조성사업은?

해당 사업은 제주시 산지천을 중심으로 5만㎡ 내외의 부지에 제주신화를 주제로 한 광장과 테마정원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제주도는 2013년까지 금산수원지 등을 제외한 3만2086㎡에 테마카페와 세계음식테마거리, 산지천 분수, 유선형도로 등을 조성할 밑그림을 그렸다.

동문로터리에서 중국피난선까지 이어지는 도로는 폐쇄되고, 제주여신을 주제로 한 메인광장과 쇠, 달, 풀, 물, 바람, 돌을 주제로 하는 6개의 테마정원이 들어선다.

북수구와 칠성대 복원사업도 함께 병행될 예정이다.

제주도는 관련 사업예산으로 공공부문 400억원과 민간자본 352억원 등 총 752억원으로 예상했다. 그외 부수적인 관련사업을 포함한다면 금액의 규모는 더욱 커진다.

# "국비확보? 글쎄..." 수백억 신규사업...재정위기 자초 우려

논란의 핵심은 빚더미에 나앉은 제주의 재정형편으로 해당 사업의 사업비를 충당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제주도는 시설비와 토지매입 등을 위해 순수 지방비로 290억원이 들어갈 것을 계획했다. 이에 위원회가 국비 규모를 늘리라면서 '제동'을 건 것이다.

하지만, 국비확충 절차부터 난항이 예고된다.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국회 상임위원회별 예산 심사가 시작된 가운데, 제주도에 배정된 국비보조 예산은 약 1조2억원 가량으로 파악됐다.

이는 올해 국비보조 예산인 9577억원보다 증가한 수치지만, 당초 1조 2000억원 가량의 예산계획에서 깎이고 깎여 겨우 얻어낸 금액으로 평가된다.

국비지원 검토 과정에서 당장 내년에 열리는 세계자연보전총회(WCC) 운영 예산과 제주4.3평화공원 단계별 조성사업의 예산은 절반이 됐다. 그외 번영로 확충공사나 하천정비 공사 등이 시급함에도 국비는 순조롭게 끌어오지 못했다.

결국, 신규사업에 '인색'한 국비를 지원받는데 있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되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제주도가 일정 부분의 부담을 감수해야 하는데, 이 또한 말처럼 쉽지가 않다.

지난달 26일 재정진단T/F팀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내년도 제주의 가용재원은 2850억원에 그친다. 자체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사업 여력이 크게 위축된 것이다.

가뜩이나 재정여건이 어려운 상황에서 수백억원 규모의 신규 사업을 추진한다면 자칫 위기를 스스로 자초할 수 있다는 우려가 인다.

# "수백억 동네공원?"...탐라문화광장 정체성은?

탐라문화광장의 '정체성'에 대한 우려도 아직 실마리를 찾지 못한 형국이다.

지난 9월 열린 제주도 환경도시위원회(위원장 김태석)에서 탐라문화광장의 용역진인 (주)우주엔지니어링으로부터 중간 보고를 받은 의원들은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당시 한나라당 한영호 의원은 "탐라문화광장의 기본은 원도심의 활성화인데, 산지천에 사업이 편중돼 중앙로나 옛 제주대병원 등의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겠느냐"고 따져 물었다.

민주당 김경진 의원은 "구도심에 전체에 대한 고민 없이 광장사업을 추진하다보니 업적 위주의 용역이 나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같은 당 김명만 의원도 "관광객들에게 감동을 줘야 하는데 그런 것이 보이질 않는다"며 "이런 식으로 조성하게 되면 수백억원을 들인 동네공원에 지나지 않는다"고 강도높게 지적했다.

이 밖에도 탐라문화광장에 대해 '이름과는 달리 정작 탐라문화가 없다'는 지적 등이 제기되고 있다. 옛 제주의 터인 한짓골이나 해짓골 등의 의미를 놓쳤다는 것이다.

# 구도심 관련 사업 '밑그림' 다시 논의돼야

전반적인 상황에 대해 구도심 사업의 전체적인 '밑그림'을 다시 그려야 한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탐라문화조성사업 뿐만 아니라 트램 구축, 문화예술의 거리 등이 논의되는 시점에서 도입해야할 것이 무엇인지, 과감히 포기해야할 것은 무엇인지 재논의 돼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구도심 활성화에 가장 핵심사업이었던 '구도심 재생사업'은 사실상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막대한 비용을 들여 용역 등을 추진해 놓고도 주변 사업과의 연계성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계획의 결정고시를 차일피일 미룬 것이 위기를 자초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결국 골격이 됐어야 할 구도심 재생사업이 백지화 된다면, 구도심 살리기를 위한 그림이 다시 나와야 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으로 여겨진다.

'기대 반 우려 반'으로 추진되고 있는 탐라문화조성 사업이 성공적인 결실을 거두기 위해 안팎의 여론을 수렴하는 유연한 대처가 요구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박성우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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