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계약'→'공개입찰' 변경, 계약해지 사유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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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예계약'→'공개입찰' 변경, 계약해지 사유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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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도의회 삼다수 '공개입찰'방식 조례 개정추진의 의미
(주)농심 계약해지 위한 '사정변경' 단초...법적분쟁은 불가피

국내 먹는샘물 페트병 시장의 최상위를 점하고 있는 '제주삼다수'가 (주)농심과의 '노예계약' 사실이 뒤늦게 확인되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이의 대응방안으로 '조례 개정'을 통한 공개경쟁입찰 전환이 추진된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는 26일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 설치조례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다음달 7일까지 의견을 수렴한 후 내달 정례회에 상정해 처리키로 했다.

이번에 입법예고된 조례안은 1998년부터 제주삼다수의 도외지역 판매권을 독점하고 있는 (주)농심과의 계약을 종료시키기 위해 이의 판매방식을 공개경쟁입찰로 전환시키기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이에따라 조례 제30조 3항에서는 "먹는 샘물 국내판매 사업자 선정은 경쟁 입찰에 의하여야 한다"는 내용이 명문화됐다.

다만, 먹는 샘물 유통 구조의 특성상 공사가 직접 공급을 할 경우에는 경쟁 입찰을 아니할 수 있다는 부분을 추가했다.

즉, 개발공사가 직접 공급할 경우를 제외한 나머지 모든 부분에 있어서는 공개경쟁입찰을 통해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제주도의 소유주식지분에 대한 배당금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게 하기 위해 제6조에 "제주자치도의 소유주식지분에 대한 배당금은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배당금사업특별회계를 설치해 관리한다"는 부분을 추가했다.

김태석 환경도시위원장은 "공사의 먹는샘물 국내판매 사업운영의 투명성과 공정성 측면에서의 재검토가 필요해 의회 발의로 조례개정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공개입찰' 조례 개정 그 자체로도 효력 있을까?

하지만 조례가 개정돼 '공개입찰방식'이 명문화되더라도 곧바로 계약방식이 전환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개발공사와 (주)농심의 2007년 계약서는 현재 효력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인데, 이 계약서의 효력이 완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조례 개정을 통해 중단시킬 수 있는가 하는 문제는 다분히 법적 다툼의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다시말해 이미 체결된 계약서를 바탕으로 해 현재 사업이 진행 중인데, 조례가 개정됐다고 해서 진행 중인 사업을 중단시키는 것은 법적 분쟁의 소지가 크다는 것이다.

(주)농심에서는 현재 계약서대로 진행 중인 사업이 불쑥 개정된 조례에 의해 갑자기 중단되는 일이 있도록 지켜만 보지는 않을 것이란 예상은 쉽게 할 수 있다.

따라서 조례 개정 그 자체만으로는 현재의 독점적 노예계약의 효력을 중단시키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법적분쟁이나 대한상사중재원 중재 신청 등에서 개발공사가 최대한 유리하도록 하는 제반 요소에 대한 검토를 통해 대응논리를 시급히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예계약' 쉽게 해지 못하는 이유는?

이를 위해서는 일련의 상황이 발생하게 된 과정을 정확히 짚어볼 필요가 있다.

지난 2007 12월15일 체결된 삼다수 판매협약에 관한 계약서에서는 '3년이 지난 다음부터는 구매물량 이행때 1년단위로 연장하기로 하는 조건'이 명시됐다.

"제3조(협약기간) 협약기간은 이전 협약 제3조(협약기간)의 자동연장 조건에 따라 본 협약 체결일로부터 3년간으로 하며, 그 이후에는 제6조(구매물량) (2)항의 구매계획물량이 이행될 경우 매년 연장된다."

즉, 계약이 체결된 후 2008년, 2009년, 2010년 3년간 계약물량을 이행하면, 그 다음해 부터는 전년도 구매물량을 이행할 때마다 자동으로 1년단위의 계약이 연장된다는 것이다.

'3년이 지난 다음부터는 구매물량 이행때 1년단위로 연장하기로 하는 조건'이 그야말로 '독소조항'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2007년 12월 15일 체결한 '제주 삼다수 판매 협약서'.<헤드라인제주>
농심이 구매물량 이행을 못할 경우 계약은 해지될 수 있지만, 현재 삼다수의 시장점유율 등을 놓고 볼 때 그럴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지난 판매계약에서는 3년간 구매물량을 2008년 37만톤, 2009년 42만톤, 2010년 50만톤으로 명시했다. 이 정도의 판매목표는 삼다수 판매현황을 볼 때 무난한 수준이다.

이 때문에 3년의 계약이 끝난 올해부터는 매년 1년단위 자동연장에 들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올해 판매목표는 55만톤으로 설정되면서 사실상 내년에도 자동계약이 이뤄지게 됐다.

현재의 계약조건에 따르면 (주)농심이 '도덕적 양심'에 따라 스스로 사업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개발공사에서 재계약 혹은 일방적 계약해지는 불가능하다.

▲계약해지 가능한 방법, '사정변경'의 명확한 이유를 찾아라

이에따라 가능한 방법을 모두 찾아 시도해본다면 그나마 가능성이 큰 것이 '조례 개정'을 통해 판매계약방식을 공개입찰로 전환하는 것이다. 이는 '사정변경'의 충분한 이유가 될 수 있다.

26일 도의회가 서둘러 조례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것도 이 때문이다. 특별한 계약해지 사유를 발견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  '사정 변경'이란 변수를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판례에서는 '사정변경'에 의한 계약해지를 원칙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사정변경'의 의미 역시 계약의 기초가 됐던 객관적인 사정을 말하는 것으로, 일방 당사자의 주관적 또는 개인적인 사정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아주 예외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계약 내용의 조정이나 변경 등을 해야 할 사정이 생겼다라는 분명한 논리를 우선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2007년 당시에는 예견할 수 없었던 사정변경의 분명한 사유가 제시돼야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번에 조례가 개정돼 '공개입찰방식'으로 전환된다면 충분한 '사정변경'의 이유가 될 수 있다.

이 불공정성과 사정변경 등을 이유로 해 대한상사중재원에 중재를 신청하는 방법이 검토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가능성은 연간 구매물량 협의를 대폭 상향조정하는 방법으로 해 (주)농심을 압박하고 협약변경을 요구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현재 삼다수의 연간 생산능력 등을 감안해 구매물량 목표가 정해지는 만큼 일방적으로 터무니 없는 높은 수치를 제시할 수는 없는 상황이어서 현실적으로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어떤 시나리오를 갖고 대응을 하든지 간에 (주)농심이 순순히 기득권을 내어주기 힘든 상황에 직면할 것이란 점을 감안할 때, 법적.제도적 차원의 충분한 검토와 준비를 해 나갈 필요가 있다.

단순한 논리로 섣불리 대응했다가는 오히려 낭패를 볼 가능성이 있다.

결국 이번 도의회의 조례개정을 통한 공개입찰방식 전환 추진은 궁극적으로 (주)농심과의 계약해지를 위한 '사정변경'의 타당한 사유로 삼기 위함이란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헤드라인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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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2011-10-26 14:42:15 | 122.***.***.111
해설기사 완전 꿰뚫었네
정확하고 정곡을 찌른 분석이다
제주 기자들 역량 날로 좋아지는듯 보여 흐뭇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