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쓴소리' 잔뜩 들은 해군총장, '위기' 느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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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소리' 잔뜩 들은 해군총장, '위기' 느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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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상쾌하지 못했던' 최윤희 신임 해군총장의 제주방문
해군기지 반전된 분위기 뚜렷...'말 아끼고', 원론적 입장만

최윤희 신임 해군참모총장이 20일 제주를 방문했으나, 우근민 제주지사로부터 부임을 축하하는 '덕담' 대신 '쓴소리'만 잔뜩 듣고 돌아갔다.

이번 그의 방문은 '신임 인사차'라는 명분이었으나, 긴박하게 돌아가는 제주해군기지 문제에 대해 우 지사와 시급히 풀어야 할 사안이 존재했기에 서둘렀던 것으로 보인다.

다분히 21일 예정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해군기지 조사 소위원회 회의를 의식한 성격이 짙다.

부임하자 마자 제주에 달려온 것만 보더라도, 현재 해군기지 문제의 흐름이 해군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심상치 않음'을 감지했다고 볼 수 있다.

바로 한두달 전만 하더라도, '공안대책회의'에다 경찰의 '반대세력에 대한 강경한 대응방침' 등으로, 제주 강정마을을 공안정국의 회오리로 몰아넣었던 당사자들이다.

국책사업인 해군기지 공사에 반대하는 입장을 가진 사람들을 마치 '좌파세력'인 것처럼 몰아세웠는데, 도의회는 물론 제주도당국까지 나서 "문제 있다"며 강력한 태클을 걸고 나서자 크게 당황한 듯 했다.

해군의 입장에서는 '중대한 기로'에 놓인 상황이다.

지난 3월 김성찬 해군참모총장, 4월 김황식 국무총리의 제주방문 때만 하더라도 해군기지의 '해'자만 나와도 '묻지마' 식으로 국책사업으로 차질없는 추진을 천명했었다.

그러나 이번 최윤희 총장은 그렇게 자신있게 말을 내놓지 못했다. 국책사업에서 뭔가 책잡힐 결정적 에러를 보였기 때문이다.

우 지사가 '쓴소리'를 하고, 최 총장이 머쓱해 하는 모습으로, 분위기는 반전돼 있었다.

우 지사의 문제제기는 크게 2가지 맥락이다.

하나는 제주해군기지 사업이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으로 바뀌었는데, 말로는 민군복합항이고 실제적으로는 '군항' 중심의 설계라는 지적이 그 첫번째다.

'민항시설'에 대한 자체검증 결과 2009년 정부와 제주도간에 체결된 '민군복합형 관광미항 기본협약서'의 내용에 적시된 15만톤급 크루즈 2척의 동시접안은 불가능하다는 결론이 내려진만큼, 이에대한 '재검증'은 당연히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공유수면 관리계획 변경조건에 따른 '오탁방지막' 시설을 정확히 하고, 제주도의 확인을 득한 후 해상과 해안 공사를 해야 한다는 점의 어필이다.

오탁방지막은 공사를 하는 과정에서 토사가 바다로 흘러가는 것을 막기 위한 시설이다. 제주도지사에게 그 권한이 있는 만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을 경우 '공사 중지' 명령까지 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공유수면관리계획상의) 해상공사라 함은 방파제 시설뿐만 아니라 구럼비 해안도 모두 포함된다는 얘기를 실무자를 통해서 들었다"는 말도 덧붙이면서, 우 지사는 최악의 경우 공사가 전면 중단될 수 있음을 최 총장에게 우회적으로 설명했다고 한다.

해군의 일방적 공사강행에 대한 문제에 대해서도 노골적으로 표출됐다.

지난 구럼비 암반 시험발파 당시 제주도가 공문을 통해 '시험발파 중단'을 요청했음에도 불구하고, 해군이 시험발파를 강행한데 대해 항의의 뜻도 전달했다.

우 지사는 최 총장에게 "발파 공사와 관련해 해군측 관계자가 뒤늦게 도청 고위 간부에게 전화가 와서 미안하다고 했다고 하는데, '나는 못들은 것으로 하라'고 지시했다. 사과를 하려면 직접 해야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는 말도 전했다.

만약 앞으로 오탁방지막 설치없이 발파 공사가 이뤄진다면 도지사로서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다는 강력한 경고메시지도 전달됐다.

말미에는, "제주도에서는 (해군기지 문제를) 그냥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며 "큰 일을 그렇게 마무리할 수는 없다"고 단호한 입장을 피력하기도 했다.

이러한 우 지사의 '쓴소리'에 최윤희 총장의 답은 간략간략하게 이뤄졌다.

구럼비 암반 발파문제에 대해서는, "소통의 부재 때문으로, 미흡하게 하면서 도지사께 불편하게 해드렸는데, 앞으로는 그런 일 없도록 잘 소통해 나가겠다"며 우회적으로 유감의 뜻을 밝혔다.

또 "제주도의 뜻이 많이 반영되고, 편안하게 해결될 수 있도록 방법을 찾아보겠다"는 말도 했다.

앞서 제기된 15만톤급 크루즈의 자유로운 이용이 가능한지에 대한 '재검증' 문제에 대해서는 "크루즈의 자유로운 이용 검증과 같은 (해군기지)사업목적에 맞는 문제제기에 대해서는 적극 응할 수 있다"고 답했다.

해군기지 찬성이나 반대차원이 아니라, 사업목적과 관련한 부분은 적극적으로 응하겠다는 말이다.

면담을 마치고 제주도청을 빠져나가면서는 취재진들에게 "제주도민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갈등 없이 합리적으로 해결하도록 하겠고, 제주해군기지를 하와이나 시드니 같은 세계적인 항으로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잘 소통하겠다", "합리적 해결", "사업목적과 관련한 문제제기는 적극 응하겠다", "제주해군기지를 시드니나 하와이 처럼 만들겠다"는 말이 최 총장이 이날 남긴 주요 키워드다.

하지만, 최 총장의 이러한 얘기들은 최소 일시적 '공사중단' 없이는 '미사여구'에 지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제주도에서 제기한 민항시설 전면 재검증과 구럼비 암반 발파 중단, 오탁방지막 설치는 사실상 '공사중단'을 전제로 하고 있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오탁방지막 설치는 '협의'를 통해 풀 문제가 아니라, 공유수면관리계획의 변경조건에 따라 당연히 해야 할 의무적 사안이다. 재검증 또한 적당히 응하면서 합의점을 도출할 문제가 아니라 '설계 전면 변경'을 전제로 한다.
 
그동안 '국책사업'이란 미명하에 일방적으로 밀어붙여왔던 해군이 '위기'에 몰린 것이다. 이날 우 지사와의 면담 분위기는 바로 이런 달라진 상황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쓴소리를 잔뜩 듣고 돌아간 최 총장은 어떤 결단을 내릴까. <헤드라인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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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우 2011-10-22 04:53:47 | 122.***.***.228
말 그대로 해군 기지. 해군(이) 기(어댕기)지! 잘쿤다리! 캐새이들!

젠장 2011-10-21 22:26:09 | 61.***.***.114
욕먹어 싸지요^^ 비겁한 해군 같으니라구

그만 때려처라 2011-10-21 10:45:12 | 211.***.***.214
이제 뽀록날거 다 뽀록났는데 해군대장께서는 어떻게 수습하실 생각인지
그러니 첨부터 물어는 보았어야죠
강정마을 해체시켜도 좋은지를

고우 2011-10-20 22:41:18 | 211.***.***.220
해군참모란 작자. 명박이랑 극우전쟁무식이들 믿고 까부는것도 정도가 있어야지 지금이 5공화국인줄 아나봐

잘카니 2011-10-20 22:35:34 | 220.***.***.149
해군참모총장님 체면이 말이 아니구먼.
도지사에게 실컷 면박당하고.
진즉에 해군기지 해군답게 정도를 갔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