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정난 주민들 "지들이 들쑤셔놓곤 뭐 어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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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정난 주민들 "지들이 들쑤셔놓곤 뭐 어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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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도심 재생사업 주민토론회...성난 주민들 '고성'
'주민주도 사업' 제안에 "이제와 떠넘기느냐" 반박

지난 2008년부터 추진돼 온 제주시 구도심 재생사업이 좌초 위기를 직면한 가운데 18일 열린 주민토론회.

성난 주민들은 울분을 참지 못하고 고함을 내질렀다. 가만히 있던 사람들을 들쑤셔 놓고 이제서야 짐을 떠넘기겠냐며 울분을 터뜨린 것이다.

제주특별자치도는 18일 오후 3시 제주영상문화예술센터 4층 강당에서 '제주시 구도심 재정비촉진지구 재정비촉진계획'에 대한 3차 주민토론회를 가졌다.

이틀간 나뉘어져 진행된 이번 토론회는 전날인 17일에는 일도2동.건입동 주민들을 대상으로 이뤄졌고, 이날은 삼도2동 주민들이 모인 가운데 진행됐다.

제주시 구도심 재생사업 주민토론회에서 역정을 내는 주민들. <헤드라인제주>
제주시 구도심 재생사업 주민토론회에서 역정을 내는 주민들. <헤드라인제주>
18일 열린 제주시 구도심 재생사업 주민토론회. <헤드라인제주>
제주시 구도심 재생사업 주민토론회에서 역정을 내는 주민들. <헤드라인제주>

그런데, 전날 토론회의 분위기와는 사뭇 달랐다. 전날 토론회에서도 일부 의견 충돌이 있었지만 조용히 넘어간 반면, 이날 토론회는 주민들의 발언이 시작된 이후부터 고성과 고함이 끊이지 않았다.

토론회에 자리한 이들은 "일도2동의 경우 상업지구라 재개발이 된다하더라도 큰 무리가 없는데, 우리는 수십년을 살아 온 집이 있다"면서 "멋대로 재개발 지구로 지정해놓고 이제와서 손을 떼겠다는데 가만히 있을 수 있냐"며 억울해했다.

구도심 재정비사업은 오는 2020년까지 관덕로 북측 병문천~산지천 일대인 일도1동과 삼도2동, 건입동을 아우르는 45만3200㎡를 지구별로 나눠 주택재개발사업, 도시환경정비사업을 벌이는 계획이다.

이중 삼도2동 무근성 일대 16만㎡는 주택재개발사업, 건입동 탑동로 남쪽 일대 8만8000㎡는 도시환경정비사업을 벌일 계획을 갖고 있었다.

그렇다보니 주택재개발사업 지구에 포함된 주민들은 "누구 마음대로 지금 있는 집을 버리고 나가라는 것이냐"면서 화를 감추지 못한 것이다.

한 주민은 "지금 무근성 인근에 사는 주민들은 대부분 60~70먹은 노인들"이라며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2020년에 새 아파트가 지어지는 것을 기다리라는 것이냐"고 토로했다.

역정을 낸 또 다른 이유는 앞서 진행된 용역진의 추진경과 보고 때문이었다.

용역을 수행하고 있는 (주)동호의 최동규 전무는 "제주시의 경우 주민들로 이뤄진 조합이 사업을 추진하되 행정에서는 원활한 추진을 위해 행정적인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며 행정의 입장을 대신해 설명했다.

또 지난 5월 사업에 참여할 수 없다는 뜻을 밝힌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관련해 "LH는 통합에 따른 경영여건 변화로 도시재생사업 참여를 최소화하거나 유보하고 있어, 신규사업에 참여할 수 없다고 밝혀왔다"고 말했다.

이와함께 "최근 육지부에서 진행되는 재개발 사업의 경우 착공조차 하지 못해 사업이 뿌리채 흔들리는 경우가 많다"면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토지소유자 등의 추진의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결론적으로 재개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주민들로 구성된 조합이 주도적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설명에 대해 주민들은 "누가 하고 싶어서 재개발이 시작됐느냐"면서 "제주도가 재개발 지구를 정하면 우리는 무조건 따라야 하는 것이냐"고 반박했다.

이어 "노인들이 조합을 만들어서 재개발 사업을 이끌어가는것이 말이나 되냐"라며 "자기네들이 추진하려다가 어렵겠다 싶으니 이제와서 주민들에게 떠넘기려 하고있다"고 힐난했다.

(주)동호 최동규 전무. <헤드라인제주>
울분을 참지 못하고 자리를 뜨는 주민들. <헤드라인제주>
제주시 구도심 재생사업 주민토론회에 참여한 박희수 의원. <헤드라인제주>

비난의 칼날은 도의원도 비껴가지 못했다. 자리에 있던 제주도의회 박희수 의원은 성난 주민들을 달래고, 애초에 제주도가 잘못했던 부분에 대해 지적하기 위해 마이크를 넘겨받았다.

박 의원은 "오늘이 3차 주민설명회인데 이러한 설명들은 1차 설명회부터 이뤄졌어야 했던 부분"이라며 "그래야 주민들이 올바른 판단을 했을 것이 아니었나"라고 제주도를 꼬집었다.

그런데, 주민들은 오히려 "우리는 의원의 말을 들을 시간이 없다. 의원이라고 잘한 것이 있는 줄 아나"라고 화를 내면서 말을 가로막았고, 박 의원의 발언은 고함소리에 묻혔다.

한 시민은 "사업 계획때문에 4년동안 재산권이 묶이면서 내 집에 마음대로 페인트칠도 못했고, 헌 집을 수리하지도 못했다"며 "지금 백지화가 된다 하더라도 그 보상이 충분히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시민은 "제주도가 산지천을 중심으로 탐라문화광장을 만들려는 것으로 아는데 한 땅을 갖고 두 개 사업을 추진하는게 말이나 되느냐"며 "가만히 있는 사람들을 우롱한 격"이라고 비난했다.

한시간이 넘는 시간동안 주민들의 성토는 끈임없이 이어졌고, 결국 화를 이기지 못한 주민들이 하나둘씩 나가기 시작하면서 토론회는 흐지부지 끝났다.

제주도 관계자는 "일단 주민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는데, 이렇게 나오면 대화가 안되지 않느냐"며 "보상 문제에 대해서는 사업을 추진할 것인지 안할 것인지를 우선 정하고 논의해야할 문제"라고 말했다. <헤드라인제주>

<박성우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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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심한 영혼! 2011-11-01 14:10:03 | 121.***.***.105
그 뒷북은 여전하시네~ 내일도 못보는 이들이 어찌 백년을 내다볼 수 있을까나? 그저 공적 쌓는데에 안달, 불쌍한 영혼들일세!

2011-10-18 21:56:36 | 220.***.***.59
톡톡튀는 헤드라인제주 기사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