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저리 떠도는 '순회교사', 무엇이 문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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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저리 떠도는 '순회교사', 무엇이 문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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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교육과정 '집중이수제'...교사 11%, 다른학교서 수업
이석문 의원 "수업 집중력 저하 문제 발생...피해는 학생 몫"

제주시내 A중학교에서 1학년 과학을 맡은 강모 교사. 1학기를 마무리하는 기말고사 준비와 함께, 2학기에 대한 준비로 분주하다.

2학기에는 A중학교가 아닌 B중학교에서 과학을 가르쳐야 하기 때문. B중학교 과학교사이기 위해 B중학교의 특성과 진도에 맞는 교육계획을 세우고 있다.

A중학교에 몸담고 있는 그가 B중학교까지 챙기고 고민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같은 고민은 강씨의 것만이 아니다. 제주도내 중학교 교사 192명이, 고등학교 교사 112명이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다.

강씨는 "2009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집중이수제 때문"이라고 설명헀다.

# 2009개정 교육과정, 그리고 집중이수제란?

2009년 12월31일 고시된 '2009개정 교육과정'이 올해부터 초등학교 1.2학년,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적용되면서 생겨난 현상이다.

2009개정 교육과정은 학생들의 학습 부담을 줄이고, 학교 교육과정을 다양화시키기 위해 도입됐다.

학기당 학생이 이수해야 할 과목수를 8개 이내로 줄이고, '집중이수제'를 시행해 특정 학기에 과목을 몰아서 수업할 수 있도록 했다. 학교 자율에 따라 교육과정을 20% 범위 내에서 늘리거나 줄여서 운영할 수도 있다.

집중이수제의 주 대상 과목은 국어, 영어, 수학 등 '입시과목'을 제외한 예.체능 과목이다. 올해 초등 1.2학년, 중.고 1학년을 시작으로 2013년까지 연차적으로 확대 적용된다.

그런데 집중이수제가 시행되면서 초등학교는 6년, 중.고등학교는 3년 동안 배워야할 과목을 보다 짧은 시간 안에 이수할 수 있게 됐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이석문 교육의원이 6일 제주도교육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도내 43개 중학교 모두 국어와 영어, 수학은 6학기에 걸쳐 골고루 배우도록 했다.

반면, 도덕이나 사회, 역사, 음악, 미술, 한문 등은 2개 학기(1년) 동안 집중 이수하도록 배치됐다.

고등학교 30개교 가운데 27개교는 체육을 2-4학기(1-2년)만에 집중 이수하도록 했다. 음악, 미술의 경우 11개교가 1년 만에 끝내도록 배치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 학교에서 맡은 과목을 모두 마친 교사는 업무에 '빈틈'이 생기게 된다.

따라서 소속 학교가 아닌 다른 학교를 '순회'하며 전공 과목을 가르치는 교사인 '순회교사'라는 개념이 생겨났다.
 
이석문 의원의 자료에 따르면, 도내 순회교사는 중학교의 경우 1261명 중 15%인 192명, 고등학교의 경우 1439명 중 8%인 112명에 이른다. 전체 교사의 11.2%.

특히 서귀포시 읍면지역에 위치한 중학교에서는 전체 171명 가운데 49명이 '순회교사'로, 그 비율이 29%에 달한다.

읍면지역 소규모 학교의 경우 학급 수가 작아서 교사가 할당된 수업 시수를 채우지 못해, 다른 학교에서 이를 채워야 하기 때문이다.

순회교사는 집중이수제 시행 전에도 다른 학교에 부득이한 경우가 생겨 일손이 달릴 때에는 투입되긴 했다. 하지만 이처럼 대규모로 발생한 적은 드물다는 게 이석문 의원의 지적이다.

# 남은 교사에 업무 집중...수업 집중력도 저하

이로 인해 발생되는 문제점은 무엇일까.

우선, 학교의 안전감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소속 교사가 다른 학교를 순회하게 되면서 해당 교사는 물론, 학교에서도 소속에 대한 불안감이 조성된다는 것.

또 업무 분장에서도 문제가 생겨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순회교사가 아닌, 남아있는 교사들이 나머지 업무들을 맡게 되면서 일부 교사에게만 업무가 집중될 수 있다.

수업의 집중력이 낮아질 수 있고, 이로 인한 교육의 질 또한 담보하기 어렵게 된다.

더구나 순회교사가 담임까지 맡을 경우 문제는 더욱 복잡해진다. 순회교사이면서 담임을 맡고 있는 교사는 중학교의 경우 16%, 고등학교는 10%에 이른다.

그런데 국.영.수 등 '메이저 과목'이 아닌 다른 과목에서 주로 순회교사를 맡으면서 학교에는 국.영.수 과목 교사가 남게 되고, 특정 과목 교사만 담임을 맡게 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담임이 부족할 수도 있어 결국 학생 생활지도가 어려워진다는 지적이다.

# 이석문 의원 "결국 피해는 아이들 몫"

이석문 의원. <헤드라인제주>

이와 관련, 이날 속개된 제283회 제주도의회 제1차 정례회에서 이석문 의원은 제주도교육청으로부터 교육 현안을 보고받은 자리에서 이 문제를 제기했다.

이석문 의원은 "2009개정 교육과정에 대해 예상했던 문제점이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 의원은 "대책 없이 서투른 채로 집중이수제가 진행되면서 학교 현장에서 적응되지 않고, 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결국은 아이들에게 피해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순회교사 담임 문제와 관련해서는, "모 학교에서는 1학기와 2학기에 따로따로 담임을 두는 '학기제 담임' 의견도 나오고 있다"며 대안 마련을 주문했다.

# 제주도교육청, "교과부에 집중이수 완화 건의"

이에 대해 제주도교육청은 교육과정 편성.운영 지침상 8과목 이내로 편성하도록 돼 있어 집중이수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고창근 제주도교육청 교육국장은 "제기한 문제에 대해 공감은 하지만, 어떤 정책을 시행할 때부터 완벽하게 접목시킬 수는 없다"며 "점진적으로 순회교사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고 국장은 "집중이수 완화를 위해 전국교육감 회의에서 8과목 이내 규정을 풀어줄 것을 건의했다"며 "또 기회가 있을 때마다 교과부 교육과정 담당자에게 집중이수 완화를 건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거점학교를 운영하는 방안이나 특정한 시기에 방학하는 방안, 그리고 보충학습 등을 활용해 이수하도록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순회교사를 줄일 뚜렷한 방침은 세워지지 않으면서, 학교 현장의 혼란은 당분간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어두운 전망이 나오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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