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 성과급' 설문조사, "여론 왜곡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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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원 성과급' 설문조사, "여론 왜곡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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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교육청, 교과부 지시로 교원 대상 '성과급 제도' 설문조사
전교조 "일부 문항, '성과급 제도 찬성 쪽'으로 여론 호도" 반발

학교 실적에 따라 교원의 성과급을 차등 지급하는 '학교 성과급 제도'.

이를 두고 "교육활동의 결과를 수량화해 등급을 매기는 것은 교사 간 위화감을 조성한다"며 전교조 제주지부가 철회를 요구했지만, 이미 지난달 지급이 완료됐다.

그런데 이번에는 제주도교육청이 실시하고 있는 '설문조사'가 도마에 올랐다.

이 제도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설문조사 내용이 교원들을 '성과급 제도 찬성' 쪽으로 유도하도록 구성돼 있어, 공정성을 상실한 설문조사가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제주도교육청은 성과급 지급이 끝난 지난달 말부터 제주도내 교원을 대상으로 성과급 제도와 관련한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있다고 4일 밝혔다.

성과급 제도는 지난해까지는 개인별로 성과상여금을 차등 지급됐었으나, 올해부터는 학교별로도 S, A, B 등 3단계로 등급을 매겨 차등 지급했다.

지급 기준인 지표는 전국과 제주도교육청이 5대 5로 나누어 반영했는데, 공통지표 항목으로는 특색사업 운영, 학업성취도평가 향상도, 학업중단율, 취업률 등이 포함됐다.

제주도교육청의 자율지표는 초.중.고교 동일하게 교원직무연수 이수율, 교내 자율장학, 생활지도 프로그램 운영 실적 등을 반영해 지난달 말 교원들에게 성과급이 모두 지급됐다. 

이 제도와 관련해 전교조 제주지부(지부장 강동수)는 기자회견과 성명서 등을 통해 "교육활동의 결과를 수량화해 등급을 매기고 그것을 돈으로 환산해 성과급으로 지급하는 것은 교사별, 학교별 위화감을 조성하는 것으로, 학교 현장에서는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며 이를 폐지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성과급 제도에 대한 이번 설문조사는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내려온 것으로, 제도가 시행된 뒤 의례적으로 실시하는 설문조사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 설문조사의 경우 '일부 문항'이 문제가 되고 있다.

'표준 설문조사항목(예시)'라고만 적힌 설문지. 누가, 어떤 이유와 목적으로 무엇에 활용하기 위해서라는 설명이 전혀 없다.

또 첫 번째 문항을 보면, "'열심히 일하고 성과가 뛰어난 사람이 급여에서 우대받아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고 돼 있다.

그런데 이 부분에 있어 '성과급 제도에 대한 일방적인 찬성을 유도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교원 성과급 제도 관련 설문조사지. <헤드라인제주>

도민 김모씨는 이날 제주도교육청 인터넷신문고를 통해 "이 문장은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우대받아야 한다는 사회 정의를 실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문장 속에는 '급여에서 우대받아야 한다'는 내용이 교묘하게 삽입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우대받아야 한다'는 사회정의 실현의 문제를 마치 열심히 일하는 사람은 다른 교원에 비해 더 많은 보수를 받아야 한다는 억지 결론을 유도하는 것은 너무 유치하지 않느냐"고 질타했다.

교과부와 제주도교육청이 이같은 설문조사를 통해 성과급 제도에 대한 찬성 여론을 만들어내려 한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김씨는 "실제 모 시교육청에서는 '열심히 일하는 교사가 우대받아야 한다'는 의견에 응답자의 63.4%가 찬성했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발표하면서, 마치 교원 대다수가 성과급에 찬성하는 것처럼 여론을 왜곡시켰다"고 말했다.

그는 "제주에서도 '제주교사 대다수 성과급 찬성'이라는 언론 보도를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제주도교육청은 이같은 설문조사가 아닌 성과급 제도 자체에 대한 찬.반 의견을 묻는 설문조사를 먼저 실시할 것을 제안했다.

그는 "제주도교육청은 학교 현장에서 갈등과 대립을 일으켜 교육현장을 황폐화시킬 성과급에 대해 찬반을 묻는 설문조사를 먼저 하는 것이 옳다"며 "더불어 교과부에서 내려 보낸 전국 공통의 획일적인 설문지가 아니라 지역 실정에 맞는 설문조사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교조 제주지부도 의견을 같이 했다. 김영민 전교조 제주지부 사무처장은 이날 전화통화에서 "이번 설문조사는 성과급 제도에 대해 찬성쪽으로 몰아가려는 왜곡"이라며 "이 제도에 대해 호도하지 말고 객관성 있는 설문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제주도교육청 측은 이번 설문조사는 내년 정책 시행을 위한 의견 반영 차원에서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여론 호도'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교육청 관계자는 "설문조사는 교과부에서 받은 원본 그대로를 설문지로 해 실시하고 있다"면서 "내년 정책 시행을 위해 문제점이나 의견 등을 반영하기 위해 실시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설문조사 결과는 오는 14일께 각 지역교육지원청의 조사가 마무리되면 수합한 뒤 교과부로 전달된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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