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글와글' 청소년성문화센터..."청소년은 대체 어디?"
상태바
'와글와글' 청소년성문화센터..."청소년은 대체 어디?"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운영 3달째 성문화센터, 중.고등학생 이용객 10% 그쳐
운영시간 비효율-수용력 한계, "학교측 협력 요청하겠다"

제주지역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눈높이에 맞춘 성교육을 위해 마련된 제주시청소년성문화센터.

제주시 사라봉 인근 제주청소년수련관과 같은 건물을 사용하고 있는 센터는 지난 3월 16일 문을 연 이후에 2400여명의 방문객이 드나들었다.

당초 '건전한 성가치관을 지는 청소년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취지로 운영을 시작한 성문화센터는 4일 '지역사회의 성교육 거점기관으로 빠르게 자리매김하고 있다'며 넉달간의 운영상황을 자평했다.

그러나 속 사정을 들여다보면 '건전한 성가치관을 지닌 청소년 육성'이 충실히 이뤄졌는지는 다소 의문이 드는 실정이다.

그간 찾아왔던 방문객 중에 중.고등학생의 비율은 고작 10.2%에 그치기 때문이다.

교육이 진행되고 있는 제주시 청소년성문화센터. <헤드라인제주>

# 100일간 방문한 중.고등학생 249명 그쳐

청소년성문화센터에 따르면 개소일로부터 지난달 말까지 총 이용인원은 2429명.

월요일이 휴관일인 것을 감안했을때 약 100일동안 하루 평균 24명정도 방문한 것으로 파악된다. 많은 숫자는 아니지만 방문객 유치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딴지를 걸만한 수준은 아니다.

그러나, 문제가 되는 것은 이중 성교육의 주요 타겟으로 삼아야 하는 청소년층은 불과 249명에 그쳤다는 것이다. 하루에 3명도 방문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센터를 찾아온 유치원 원아는 1012명으로 전체 방문객의 41.7%, 초등학생은 269명으로 11%를 차지했다. 청소년복지시설 방문객은 204명, 장애청소년은 53명이 찾아왔다.

그 외에는 학부모 331명, 교사 141명, 기타 170명 등 교육의 주체에서 살짝 벗어난 이들이다.

# 청소년의 특화된 프로그램...유치원생만 '와글와글'

유치원 어린이들이라도 찾아오면 된 것이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내부에서 진행되는 대부분의 프로그램이 청소년들에 맞게 특화된 탓이다.

300㎡규모의 센터 내에서 진행되는 프로그램은 총 4개 코스로 구성돼있다. 첫번째 코스인 생명체험방에서는 임신의 과정과 아이가 생기는 과정에 대해 소개된다.

두번째 코스인 '사춘기의 성'은 2차 성징기에 접어든 청소년들의 고민을 들어주는 프로그램이다.

코너를 돌다보면 다소 민망한 사진들이 눈에 들어온다. 벌거벗은 남성과 여성의 사진이 붙어있는데, 이는 성이란 무조건 감출 것이 아니라 올바로 알아야 하기 때문이라는 취지로 만들어진 코너다.

이와함께 생리대와 브래지어, 남자의 팬티 등이 진열돼있고, 담당 강사는 초경과 몽정에 대해 설명한다.

세번째 코스는 '사회속의 성'이라는 타이틀로 성폭력과 성매매를 예방하는 방법에 대한 설명이 이어진다.

유흥가를 재현한 소리의 방. <헤드라인제주>
브래지어 생리대, 남성속옷 등이 진열돼 있다. <헤드라인제주>
콘돔의 사용법을 알려주는 코너. <헤드라인제주>

'19금' 딱지가 붙어있는 윤락업소와 유흥가를 재현한 '소리의 방'은 왜곡된 성문화를 보여준다. "다 알고 이러는거 아냐?" "빼기는 뭘 빼. 2차 가자고!" 등 적나라한 대화내용이 귀를 울린다.

마지막 '성적주체로서의 나' 코스에서는 10대의 연애와 문화 등에 대해 토론해보고, 성적 의사결정 훈련이 이뤄진다.

대부분의 프로그램이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는 과정이다. 물론, 담당자가 유동적으로 눈높이에 맞춘 설명을 한다고는 하지만, 시설물 자체가 청소년들의 교육에 맞게끔 구성돼 있다.

# 운영시간 효율성 지적...인원 수용 한계도

직접 참여해보면 프로그램은 흥미를 끌 수 있게끔 구성돼 있다. 강사진도 경험많은 전문가들이고, 참가자들의 만족도도 높은 편이다. 그럼에도 청소년들의 참여가 저조한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먼저 운영시간의 비효율성 문제를 꼽을 수 있다. 현재 성문화센터는 오전 10시부터 낮 12시,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두 차례에 걸쳐 교육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또 프로그램에 참여하려면 사전에 미리 예약을 해야한다.

그 외 시간의 방문객은 그저 센터를 둘러보는 정도만 허용된다. 센터 운영의 핵심이 잘 짜여진 교육이기 때문에 그냥 시설물을 구경하고 온다면 '수박 겉 햝기'식의 맥빠진 경험을 하게된다.

운영시간은 오후 6시까지다. 중.고등학교의 하교시간과 얼추 맞물리는 시간대에 끝나는 센터는 찾아 올 엄두가 날리 없다. 기껏해야 주말 시간대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실정.

또 프로그램의 경우 10명 이상의 참가자가 모여야지만 교육이 진행된다. 현재로서는 단체 방문객에 특화된 프로그램이라 볼 수 있는 것이다.

현장학습 등 학교 자체적인 행사로 참여하기에도 시설의 수용력이 벅차다. 대개의 중.고등학교의 경우 참여하기 위해서는 한 학년이 단체로 움직이기 마련인데 100~200명의 인원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 운영되는 프로그램의 제한인원은 30명 가량이다. 그 외의 인원이 들어온다면 공간이 협소해 교육이 진행되지 못한다.

전문인력의 부족함도 문제로 지적된다. 청소년성문화센터를 담당하는 인력이 단 두명이다보니 교육 수용력의 확대는 어려운 현실이다.

교육이 진행되고 있는 제주시 청소년성문화센터. <헤드라인제주>
교육이 진행되고 있는 제주시 청소년성문화센터. <헤드라인제주>

# "학교측과의 소통 부재...교육청 도움 구하겠다"

이에 대해 청소년성문화센터 관계자는 "학교측과의 커뮤니케이션이 맞지 않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센터의 수용력에 한계가 있다보니 최대 40명 정도의 교육생을 받을 수 있지만, 학교에서는 한 학년이 움직일 수 있도록 몇백명씩 오겠다고만 하더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참여해보면 알겠지만 한번 교육에 참여하고 나면 학생들의 성적인 주체성이 월등히 높아진다"며 "그러나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공부에 주력하지 이런 부분에 대해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육청이 커리큘럼을 짤때 학급별로 교육을 받을 수 있게끔 해달라고 요청하고, 청소년들이 관심을 많이 가질 수 있도록 홍보방안도 마련돼야 할 것 같다"고 답했다.

또 프로그램과 시설이 청소년들에게 맞게끔 구성돼있지 않았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최대한 연령에 맞는 프로그램으로 진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그는 "유치원생의 경우 '사회속의 성'이나 '성적주체로서의 나' 순서는 빼고 끝에 인형극을 운영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며 "프로그램의 다양화를 모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청소년들의 그릇된 성문화를 바로잡기 위해 운영을 시작한 청소년성문화센터. 이제 갓 3달된 센터는 그간의 성과를 돌이키기 보다 남아있는 과제에 대한 해결이 필요한 상황이다. <헤드라인제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