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숙인 김 시장 "새벽 열던 여러분, 감사드립니다"
"그동안의 헌신과 봉사에 감사드립니다."
23일 오후 3시 제주시청 본관회의실.
이곳에서는 의미있는 '정년퇴임식'이 열리고 있었다. 보통 퇴임식은 고위직 공무원 혹은 기관장들을 대상으로 하는게 관례였다.
그러나 이날 정년퇴임식의 주인공들은 오랜 공직생활 기간 궂은 일 마다하지 않고 새벽을 열며 묵묵히 소임을 다해온 제주시청 환경미화원 4명이 그 주인공이어서 의미를 갖게 했다.
김병립 제주시장과 차준호 제주시 청정환경국장, 퇴임자의 가족들과 지인 등 30명 남짓한 축하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서 퇴임식은 시작됐다.
복잡한 절차는 없었다. 국민의례에 이어 제주도지사 표창장과 감사패가 전달됐다.
자리가 어색했던지 얼떨떨한 표정으로 앉아있다가, 감사패가 전달되고부터 살짝 상기된 모습을 띈다.
짧은 김병립 제주시장의 축사가 이어졌다.
"청결한 사회를 만들어 주신 여러분들과 어려울때 서로 힘이 되어 준 가족들에게도 감사를 드립니다. 여러분들은 정들었던 곳에서 떠나지만 영원히 제주시의 환경지킴이 입니다."
감사패와 함께 꽃다발, 식기 도자기세트 등의 선물도 함께 전해졌다. 상패며 꽃이며 손이 가득차 옆에 있는 이들의 도움을 구하기도 했다.
함께 자리한 동료 직원들도 떠나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이들의 퇴임을 마음 담아 축하했다. 악수를 청하며 굳게 잡은 손은 한동안 떨어지지 않았다.
19년간 제주시 본청 소속으로 클린하우스 세척을 해 온 김재복씨는 "지금까지 힘든 일은 하나도 없었다"며 이런 자리를 마련해 준 제주시에 고마움을 표했다.
일도2동 지역 환경미화원 최성자씨는 "내가 떠나가야 새로운 사람이 오게 되는 것"이라고 웃으며 "이렇게 퇴임식도 마련해 주고 참 고맙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각자 맡아 온 역할이 달랐고, 근무한 지역도 달랐지만 퇴임식에 받은 감동은 한결같은 듯 했다.
보통의 경우 시장이 직접 참석해 감사패를 전달하는 등의 명예퇴임식은 국장급 정도 되는 고위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이뤄지고는 한다.
이번에 마련된 퇴임식은 가장 낮은 곳에서 일하는 환경미화원들을 위해 늦게나마 전하는 작은 선물인 셈이다.
퇴임식을 마치며 김병립 시장이 한명 한명의 손을 잡고 악수를 건네며 "매일 새벽녘에 고생을 해주신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며 고개를 숙여 감사의 말을 전하자, 주인공인 4명의 눈시울은 붉어졌다.
많은 인파가 모인 퇴임식은 아니지만, 이날 조촐한 퇴임식의 의미는 각별하게 다가왔다. <헤드라인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