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한' 전자교탁, "쏘나타에 티코엔진 달았나?"
상태바
'답답한' 전자교탁, "쏘나타에 티코엔진 달았나?"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초점] 학교 보급된 최신형 전자교탁, 맥 빠진 이유있다
사양낮은 컴퓨터가 '문제'...수업활용엔 오히려 '짜증'

제주시내에 위치한 한 고등학교 교실안.

지난해 보급된 교단선진화기기인 '전자교탁'을 활용한 수업이 한창이다.

교사 A씨는 수업 내용에 대한 동영상을 학생들에게 보여주려 전자교탁을 통해 재생을 시도했다. 하지만 동영상은 끊김이 심하고 느릿느릿 재생됐고, 참다 못한 그는 동영상 시청을 포기했다.

지난해 한 대당 약 400만원을 들여 도입한 최첨단 장비인 전자교탁에서 왜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전자교탁을 시연하고 있는 모습. <헤드라인제주DB>
A씨는 전자교탁과 연결된 컴퓨터의 사양이 낮아서, 컴퓨터가 전자교탁을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전자교탁은 최신형인데 반해 컴퓨터는 2005년에 나온 오래된 것이어서 컴퓨터가 전자교탁의 사양을 따라가지 못해 이런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서귀포시에 위치한 한 중학교 교사도 비슷한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B씨는 "교실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어떤 교실에서는 컴퓨터 사양이 낮아 전자교탁의 전원이 들어오지 않거나 소리가 들리지 않는 문제를 겪기도 한다"고 전했다.

전자교탁은 터치스크린, 음향장치, 실물화상기, 노트북 등이 하나로 통합된 기자재로, 학생들에게 다양한 교육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해 보급됐다.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은 교단선진화 차원에서 지난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100여 억원의 예산을 들여 제주도내 모든 학교 학급마다 전자교탁을 보급했다.

전자교탁은 별도 컴퓨터와 연결돼 운용되는 기종과, 전자교탁 자체가 컴퓨터 기능을 하는 두 가지 기종이 쓰이고 있다.

그런데 두 학교의 사례에서는 모두 컴퓨터와 연결돼 운용되고 있는 전자교탁의 기종에서 불만이 쏟아졌다. 전자교탁을 돌아가게 만드는 컴퓨터 자체의 사양이 낮아, 제대로운 활용이 어렵다는 불만이다.

실제 제주도교육청을 통해 교사 A씨가 근무하고 있는 학교의 컴퓨터 현황을 파악한 결과, 34개 학급에는 2005년 이전에 보급된 컴퓨터가 32대를 차지하고 있었다. 2대만이 2008년 구입된 것이었다.

전자교탁을 제작, 판매하는 서울 소재 한 업체 관계자는 "컴퓨터 사양이 전자교탁 활용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지만 버벅거리는 등의 현상이 발생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

이에 A고교 교장은 "전자교탁을 통해 제공되는 교육 콘텐츠는 늘어났지만 낮은 컴퓨터 사양으로 인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며 "제주도교육청에서 컴퓨터 교체 예산을 지원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자교탁. <헤드라인제주DB>
전자교탁. <헤드라인제주DB>
상황이 이런데도, 제주도교육청은 당장은 예산 지원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대신에 교실이 아닌 다른 곳에 있는 '좋은 컴퓨터'를 전자교탁용으로 대체할 것을 권유했다.

교육청 관계자는 "전자교탁이 버벅대거나 하는 등의 문제는 반드시 컴퓨터 사양 때문만이 아니라, 교사 개개인의 유지보수 능력에 달려 있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모든 학교에 최신형 컴퓨터를 주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현재 제주도내 학교에는 적정 컴퓨터 대수인 1만2961대보다 두 배 가량 많은 2만3595대가 보급돼 있어, 당분간 컴퓨터 교체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신 교수.학습활동을 위해 활용도가 높은 교원용, 일반교실용, 교육용 컴퓨터는 학교가 보유하고 있는 컴퓨터 가운데 성능이 좋은 컴퓨터로 배치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교사와 학생들은 정작 '최첨단'의 감흥도 느끼지 못하고 있으나, 교육청 당국은 전자교탁과 연결되는 컴퓨터에는 여력이 없다는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

최첨단 교육장비라며 보급된 전자교탁.

'쏘나타에 티코엔진을 장착한 격'이라는 볼멘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