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성' 없는 복지서비스..."억장이 무너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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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연성' 없는 복지서비스..."억장이 무너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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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대상 '바우처 사업' 서비스, 이사가면 지원 끊겨
'예산 없다'며 지원 거절...'빈 자리' 예산은 묵히나?

올해 3월께 직장 문제로 서귀포시 예래동으로 이사한 K씨. 모자가정인 그는 이사를 오기 전에 살던 제주시 노형동에서 아이를 위한 지원프로그램인 바우처 사업을 신청했다.

사업 대상자로 선정된 K씨는 카드를 발급받고 4월부터 사업이 시행된다는 안내까지 받았다. 그러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거주지를 옮기게 됐지만, 같은 제주지역이기 때문에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으로 여겼다.

그런데, 굳게 믿고 있던 예래동주민센터는 바우처 지원사업을 더 이상 신청받을 수 없다고 밝혀왔다.

K씨는 이미 노형동에서 사용하면 된다는 답변을 들었는데 왜 지원이 불가능하냐고 따졌지만 예래동은 "예산상의 문제로 더이상 신청을 받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K씨는 "이 제도가 현실성이 있는 제도인가"라고 따지며 "바우처에 쓰이는 예산이 국비인지 지방비인지 모르겠는데 왜 지원되지 않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호소했다.

사업 대상자로 선정됐다한들 살고있는 지역을 벗어나면 더이상 지원의 손길이 닿지 않는 사업에 대해 K씨는 "억장이 무너진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 사회서비스 '바우처 사업'...이사가면 지원대상 누락

노인, 장애인, 산모, 아동 등 사회서비스가 필요한 저소득 계층을 위해 현금이 아닌 서비스 이용권을 발급하는 바우처 사업.

직접 서비스기관을 소개하는 것이 아닌 카드 등의 형태로 이용권을 발급하면, 각 사회서비스 공급기관간의 경쟁을 유도해 고품질 서비스를 이끌어내는 방식으로 시행되는 사업이다.

여러 형태의 바우처 사업이 있는데, K씨의 경우 전국가구 월평균 소득 100%이하인 가정의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시행하는 '지역사회서비스 투자사업' 바우처 사업의 대상자로 신청된 것이었다.

현재 제주도는 지역사회서비스 투자사업으로 '아동발달지원서비스와 인터넷.게임 중독아동 치료서비스', '자기주도학습 코칭서비스', '아동인지능력향상서비스', '문제행동아동조기개입서비스', '아동건강관리서비스' 등 12개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그런데, 서비스 지원 대상자가 다른 지역으로 전출을 가게 되면 지원 대상에서 사라진다는 맹점을 지니고 있다. 같은 제주지역인 제주시에서 서귀포시로 넘어왔을 뿐이지만 해당 서비스가 인계되지 않는 것이다.

유연성 떨어지는 행정 시스템이 아쉬운 대목이다.

# 예산 없어 가로막는 추가 신청...'빈 자리' 예산은 묵혀

행정기관에서는 사업 지원과 관련해 새로운 전입지에서 서비스를 재신청하면 된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국비 70%, 지방비 30%로 시행되는 바우처 사업의 경우 대부분 사업비 규모에 비해 몰려드는 신청자가 많아 연초에 대상자가 마감된다.

서귀포시 주민생활지원과 관계자는 "각 바우처 사업마다 대상자와 지원규모가 틀리기는 한데, 많은 지원자가 몰린다"며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 등은 거의 대상자에 포함되고 그 외의 저소득가구도 사업 대상자로 포함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선호도가 높아 2~3달만에 대상자 선정이 마감되다보니 신청을 받으려해도 못받는 경우가 많다"고 항변했다.

이어 그는 "지역별로 배정되는 예산이 달라 타 지역에서 받던 서비스를 인계하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서비스를 인계하지 못한다고 했을때 이전 지역에서 지원 대상자에게 배정됐던 사업비는 어떻게 될까. 현재로서는 '묵힌 돈'으로 두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서귀포시 관계자는 "서비스를 받고싶어 하는 사람들이 한두명이면 모를까 수백명인 상황에서 지원 대상자를 추가로 선정하는 것은 어렵이 않겠느냐"고 항변했다.

또 그는 "당초 사업 예산보다 조금 더 많은 지원자를 선정한다"는 점과 "지원 대상자로 선정된 시민들 중 다른 지역으로 전출하는 상황이 생각보다 많지는 않다"는 이유를 들며 별다른 대비책을 마련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수백명의 신청자가 몰렸다는 부분이 증명하듯이 한명이라도 더 서비스를 지원받기를 원하는 상황에서 "신청자가 많아 대상자를 선별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사업비를 묵혀두는 상황은 아쉬움을 남긴다.

대상자에서 누락된 것만으로도 "억장이 무너진다"는 K씨. 그의 하소연을 귀담아 들어야 할 필요성이 있지 않을까.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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