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쉽지만"...우여곡절 '주민참여예산제' 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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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지만"...우여곡절 '주민참여예산제' 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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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3년만의 '주민참여예산제 조례', 왜 진통 겪었나?
사업예산 우선순위 결정권 '논란', 결국 한발씩 양보

쟁점사항에 대한 의견차로 막판 난항을 겪었던 '주민참여예산제'의 합의점이 도출되면서, 곧 조례안이 입법예고된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지방자치단체의 예산편성 과정에 주민들이 참여해 함께 논의하는 내용의 '제주특별자치도 주민참여예산 운영 조례안'의 윤곽을 확정시킴에 따라, 이달 중 조례안 입법예고를 거쳐 다음달 도의회 정례회에 제출키로 했다고 6일 밝혔다.

추가 합의된 내용은 사업예산의 우선편성 순위를 결정하는 '분과위원회'를 설치할 수 있다는 임의규정 신설과, 읍면동에서 제시된 의견을 수합해 협의하기 위한 행정시별 '지역회의 조정협의회' 설치 두가지다.

주민참여예산제는 한마디로 행정기관에서 전권을 행사해왔던 예산편성에 있어 주민들을 참여시켜 논의의 장을 마련한다는 것이 그 취지다. 나아가서는 참여민주주의를 향상시키는 제도적 장치라 할 수 있다.

울산 동구 등에서는 이미 이 제도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제주에서는 2008년 9월 조례안이 도의회에 제출됐으나 8대 도의회에 상정되지 못한채 자동폐기됐는데, 최근에 다시 이 제도의 입법화를 위한 논의가 진행되면서 결실을 맺게 된 것이다.

그동안 조례안 제정 논의에는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위원장 위성곤)와 시민단체인 제주주민자치연대(대표 배기철) 등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왔다.

지난달 27일 열린 '제주특별자치도 주민참여예산 운영 조례 제정을 위한 정책토론회'는 그동안 논의됐던 내용들을 총정리한 막바지 의견수렴 절차로 이뤄졌다.

이를 통해 전체적인 윤곽은 이뤄졌지만, 쟁점사항이라 할 수 있는 '사업예산의 우선순위 결정방법'에 있어서는 쉽게 타결을 보지 못했다.

# 주민참여예산제의 윤곽과 쟁점사항은?

문제는 현재 전적인 권한을 쥐고 있는 제주도당국이 예산편성권을 주민들에게 얼마만큼 배분해주느냐에 맞춰졌다.

주민참여예산제의 도입 취지와 기본적 방향에 대해서는 동의했지만, 과연 어느 정도의 내용과 범위로 가져나갈 것인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표출됐다.

지난 3월 도의회 위성곤 위원장의 제안으로 도의회 관계자와 도청 실무담당 사무관, 그리고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주민참여예산제 실무TF팀이 구성돼 운영돼 왔으나, 쟁점사항에 대한 합의점은 쉽게 도출되지 않았다.

우선적으로 합의를 본 내용은 이렇다.
 
80명 내외의 '주민참여예산위원회'라는 회의기구를 두기로 했다. 위원은 공개모집 절차와 읍.면.동 주민자치위원회에서 추천한 자 시민사회단체 등의 추천을 받은 자, 최근 3년간 선정된 모범납세자 등이 위촉될 수 있다.

이 위원회는 △예산편성 지침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는 활동 △예산편성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는 활동 △전체회의 등에 관한 활동 등이다.

즉, 전체적인 예산편성 지침과 주민의견을 수렴해 반영하는 일을 하는 역할을 맡는다. 어떤 사업의 예산을 편성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갖고 실무적 조정을 하는 기구는 아니다.

좁게 보자면 단순한 의견수렴 기구인 셈이다.

위원회의 위원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예산학교' 등이 설치돼 운영하는 내용도 들어있다.

이와함께 이 위원회의 하부조직의 성격으로 해 읍.면.동별로 '주민참여예산지역회의'를 두도록 하는 것에 대해서도 합의가 이뤄졌다.

지역회의는 주민자치위원과 일반주민 등이 참여하는 조직으로, 읍.면.동 지역의 예산편성과 관련한 중점투자 분야 등의 의견을 수렴해 제시하는 것을 주 기능으로 한다.

의견수렴 과정에서 지역회의가 최일선 조직이라 할 수 있다.

또 주민참여예산제를 통해 다룰 예산의 적용범위와 관련해서는 '사업예산'으로 한정하자는데로 의견이 모아졌다. 경상적 경비 등은 제외하자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무난했다. 제주도당국 역시 주민참여예산제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있어 '의견수렴' 차원의 기구 설치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었다.

# 왜 '막판' 논쟁이 있었나?

문제는 이런 기구를 통해서는 '의견'만 제시할 수 있을 뿐, 실질적으로 어떤 사업의 예산을 우선적으로 반영해야 한다는 강제성은 행사할 수 없다는데 있다.

바로 여기서 제주도당국과 시민단체를 비롯한 도의회간 논쟁이 있었다.

시민단체에서는 위원회 하부에 분야별 사업예산에 대해 논의하는 분과위원회를 설치하는 한편, 최상위 조직으로는 실질적인 사업예산의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협의기구를 설치할 것을 요구했다.

의견만 제시하는 차원이 아니라, 사업예산의 우선순위 결정에도 시민들이 참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제주도당국은 예산편성권은 어디까지나 행정기관에 주어진 고유권한이고 예산의 우선편성에 대한 판단은 실무부서에서 전문성을 갖고 해야 할 문제라며 난색을 표했다.

우선순위 결정 분과위원회나 협의기구에 도청 실.국장들이 당연직으로 참여하도록 하자는 대안까지 제시됐으나 제주도당국의 '반대입장'은 완강했다.

"아직은 시기상조"라는게 그 이유다. 분과위의 심의와 협의체에서 우선순위사업을 심사하게 된다면 상당히 종합적으로 사업의 타당성 등을 검토할 수밖에 없는데, 그럴러면 상당한 능력을 겸비한 위원들이 참여가 전제돼야 한다는 것이 제주도당국의 설명이다.

# 논란됐던 쟁점사항 어떻게 합의됐나?

결국 막바지 협의에서 제주도와 도의회는 이번 제정조례안에서는 '협의기구' 설치를 제외하기로 했다.

대신 "주민참여예산위원회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될 경우 분과위원회를 둘 수 있다"는 임의규정을 조례안에 담기로 합의했다.

분야별 사업예산의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분과위원회 역시 "꼭 설치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할수도 있다"라는 임의규정으로 넣기로 한 것이 특징이다.

또 읍.면.동 지역회의에서 제시된 의견들을 수합해 협의하기 위해 행정시별로 '지역회의 조정협의회'를 설치하는 내용을 조례안에 추가시키로 했다.

# "아쉬움 있지만"...도의회 예산심의

위성곤 위원장은 6일 <헤드라인제주>와의 전화통화에서 "막판 협의에서는 상당부분 양보한 점이 없지 않으나 오랜 논의 과정에서 앞으로 주민참여예산제를 어떻게 가져나가야 할 것인지 방향성 부분에 대해서는 서로 공유했기 때문에 일단 시행하면서 개선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도의회에서는 예산안 심의과정에서 참여예산제에 따른 읍면동 지역회의나 예산위원회에서 제시된 내용을 반영할 수도 있어 이 정도의 합의로도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TF팀에서 줄곧 활동해온 강호진 제주주민자치연대 참여자치위원장은 "아쉬움은 있지만, 일단 제도를 도입해 시행하면서 나타나는 문제에 대해서는 다시 검토해 제도를 보완하는 방향으로 해 나간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조례안은 의원발의가 아닌 행정발의로 입법화된다. 이달 중 입법예고 기간을 거쳐 주민의견을 수렴한 후 다음달 도의회 정례회에 제출돼 심의가 이뤄진다. 심의에서는 '분과위원회'의 설치 문제가 임의규정을 수정해야 하는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어쨌든 2008년 처음 시도됐으나 불발됐던 주민참여예산제는 우여곡절 끝에 3년여만에 시행을 눈앞에 두게 됐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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