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금옥의 사는 이야기] 사회복지사의 간호조무사 실습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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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금옥의 사는 이야기] 사회복지사의 간호조무사 실습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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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환자는 ADI (acute drug intoxication : 급성약물중독)이예요~ 오늘 저녁은 NPO(nothing by mouth :금식)시키세요~ "

요양원을 그만 둔 후, '더 멋진 사회복지사'가 되고자 요즘 쉬는 틈에 간호조무사 학원에 다니고 있다. 실습은 8월말부터 시작을 했으니, 이제 간호사 실습도 두 달이 다 되어 가고 있다.

이 병원에 입원환자는 대부분 알콜중독, 조울증, 정신질환, 약물중독 등에 환자로 160명 정도이다. 병원은 지하1층 지상3층으로 되어 있는데 병동은 2,3층으로 휴게실을 중심으로 한쪽은 남자 병동, 또 반대편 쪽은 여자 병동으로 되어 있다. 나는 거의 대부분을 병동 안에서 실습을 한다.

“간호사~ 나 집에도 가야하고 밭에 가서 검질도 매야 하는 디 문 열어 줄꺼라? ”

알콜성 치매를 앓고 계신 여자 어르신이다. 내가 아침에 출근을 하면 나를 붙잡고 늘 말씀하신다.  그리고 잠시 잊어버리시곤 또 와서 말씀하시고, 퇴근할 때 까지 반복하신다. 이럴 때는 요양원 어르신들이 생각난다.

환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는데...  “박 간호사 선생님~ ○○○ 샴푸 먹었어요. 지금 토 하고 난리 났어요. 빨리 와보세요” 같은 방을 쓰는 환자가 다급하게 날 찾아와 말한다.

방에 가보니 샴푸를 먹었는지 계속 헛구역질을 하며 침을 흘리고 있었다. 간호사, 보호사와 함께 샴푸를 먹은 여자환자를 보호실에 데리고 들어가 처치를 했다.

다행히도 많이 먹지 않았다. 이 환자는 알콜중독 환자로 입원한지 이틀이 되었는데, 다른 병원에서 퇴원하자마자 바로 술을 먹어 부모님이 다시 병원에 입원 시켜 버렸다. 아직 어린 이 환자는 욱하는 마음에 샴푸를 먹은 것 같다. 하지만 이곳에 보낸 부모님의 마음이 몇 배 더 속상할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한숨을 돌리려는데 또 시작이다.

입원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여자환자 둘이서 아무데서나 옷을 훌러덩 벗어버린다. 방으로 데리고 가 옷을 입히며 “○○○님~ 정신 차리세요~ 정신 차리셔야죠~”

옆에 있는 환자가 날 보며 웃더니, “박 간호사님~, 혹시 그거 아세요? 박 간호사님이 여기에서 제일 많이 쓰는 말이 정신 차리셔야죠~ 예요. 습관이 되어서 신랑 분한테 그러시는 거 아니에요?”

나는 그냥 웃고 나왔다. 이 환자들은 아직 약에 취해 몸이 약을 받아들이는 기간 중에 나타나는 현상 중 하나라고 한다. 근데 특이한건 다른 분들은 안 그런데 두 분만 그러신다.

점심을 먹고 병동으로 올라왔다.  “Oh my god” 나도 모르게 기가 막혀 나온 한마디다.

환자 한 분이 화장실 세면대에 대변을 다 칠해났다. 요양원에서만 있는 일있줄 알았는데 정말 기가 막혔다.

환자분 손과 옷에도 대변이 묻어 있었다. 환자분을 데리고 샤워장으로 가 목욕을 시켰다. 평상시에는 표정이 없고 말이 없었는데 병력을 알고 보니 우울증과 환청으로 입원을 했다. 간호팀장님 말에 의하면 처음보다 많이 나아진 상태라고 하는데 과연 전에는 얼마나 심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MED(medication:투약)시간입니다.”

점심 약을 먹는 시간이다. 아침식사 빼고는 약 먹는 환자들은 물 컵을 들고 휴게실로 나와 약을 복용한다. 약은 간호사가 일일이 다 찢어서 주며 먹었는지 확인을 한다. 가끔 약을 거부하는 환자도 있다. 이럴 때는 설득을 시켜 약을 먹도록 하거나 심하게 거부하면 담당 의사선생님께 말씀을 드려 처리한다.

병원에서는 시간마다 정신보건사회복지사가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프로그램에 참여를 못하는 사람들은 안에서 탁구를 치거나, 장기, 윷놀이, 독서,글쓰기, 학접기 등을 하며 지낸다.

제일 재미있게 봤던 건 남자환자들끼리는 내기 게임을 할 때 개인적으로 돈을 소지할 수 없기 때문에 간식으로 받은 커피믹스 5개, 담배 12개피를 화폐처럼 이용한다. 그 장면을 처음 접했을 땐 난 배꼽 빠지게 웃었다.

환자들과 함께 오후 프로그램에 참석을 했다. 프로그램은 싸이코드라마 시간이었다. 나도 전에 교육을 갔을 때 해본 경험해 본 적이 있다.

싸이코드라마를 간단히 설명하면 모레노에 의해 시작된 집단치료의 한 형태이다. 싸이코드라마는 갈등을 말보다는 행동으로 직접 표현하여 드러내고, 이 과정을 통해 과거의 상처받은 마음을 치료하며, 보다 깊이있게 자신을 이해하고,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하도록 하는 치료방법이다

“자 어느 분이 나와 해 볼까요? ” 진행을 담당하는 정신보건사회복지사가 말을 하자 서로 눈치를 보며 선 듯 일어나지 않았다.

10분이 흘렀을까? 환자 한 명이 해 보겠다며 나섰다. 환자는 입원하기 전 동거녀와 헤어졌는데 그 동거녀를 아직도 사랑하고 마음속에서 떠나보내지 못하겠다고 했다.

환자는 처음에는 어떻게 말할까 힘들어했지만 진행자에 도움으로 마음속에 있는 동거녀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한참 하더니 환자는 눈물을 흘리며 말을 잊지 못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자 환자에 얼굴은 너무나 편안해 보였다.

처음 실습을 시작했을 때 환자들이 나에게 부르는 박 간호사님이라는 호칭과 의학용어가 너무나 어색했다. 하지만 지금은 점점 알아가는 기쁨이 너무나 크고 즐겁다.  <헤드라인제주>

*이 글의 1차적 저작권은 박금옥 객원필진에게 있습니다.

박금옥 객원필진은...
 

   
▲ 박금옥 객원필진
박금옥 생활복지사는 고등학교 때 평소에 집 근처에 있는 성 이시돌재단 양로원에 어머니가 봉사활동을 하러 가실 때마다 따라 다니면서 자연스레 봉사활동에 관심을 갖게된다. 그러다 대학전공도 사회복지를 선택하게 되고 아예 직업으로 진로를 정하면서 외길을 걸은 지 어느덧 6년째다.

그 동안 그녀는 아동, 노인, 장애인을 두루 다 경험하던 중 노인시설에서도 근무하게 되는데 그 곳에서 중증의 어르신들을 모시면서 그녀의 삶에 대한 생각과 가치관에도 큰 영향을 주게되면서 서귀포시 남원읍 위미에덴실비노인요양원에서 3년넘게 근무해왔다.

그곳에 근무하면서 그곳에 요양하는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써왔다. 그러다, 2009년 그는 결혼을 하면서 요양원 일을 잠시 멈췄다.

더 멋진 사회복지사가 되기 위해 요즘 '간호조무사' 공부를 하고 있다. 더많은 소외계층에 실질적 도움을 주고 싶다는 그의 생각이 담겨져 있다.

"함께 도움이 되는 세상이야기를 공유하고 싶다"며 글을 올리고 있는 그녀를 통해 우리 이웃의 이야기를 엿볼 수 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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