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제주4.3 수형인 335명, 모두 '무죄' 선고...73년 한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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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제주4.3 수형인 335명, 모두 '무죄' 선고...73년 한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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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지법, 첫 집단 재심 선고...같은 날 전원 '무죄' 판결
재판부 "마음의 위안 얻길 바란다"...억울한 누명 벗은 유족들 '오열'
16일 열린 제주4.3 행방불명 희생자 재심 재판. ⓒ헤드라인제주
16일 열린 제주4.3 행방불명 희생자 재심 재판. ⓒ헤드라인제주

[종합] 73년 전 영문도 모른채 끌려가 불법 군법회의를 통해 투옥돼 억울한 옥살이를 하던 중 생사 소식이 끊긴 4.3 행방불명 수형희생자 333명과 일반재판 수형인 2명에 대한 재심재판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지난 1월 행방불명 희생자 10명에 대해 사상 처음으로 무죄가 선고된 후, 두번째 집단적 무죄 판결이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장찬수 부장판사)는 16일 4.3행불인 333명 및 일반재판 수형인 2명 총 335명에 대한 재심 재판 21건에 대한 선고 공판을 진행했다.

재판은 오전 10시 시작해 오후 6시가 넘도록 21회에 걸쳐 연이어 진행됐고, 총 335명에 대한 재심 선고가 내려졌다.

300여명에 이르는 피고인에 대해 하루에 동시 판결 진행은 제주지법 사상 처음 있는 일이자, 첫 대단위 '일괄적 재심판결'이라는 점에서 주목되고 있다. 

이날 재판에서는 제주4.3 당시 불법 군사재판을 받고 육지 형무소에 끌려갔다 행방불명된 333명과, 일반재판을 받고 수형생활을 했던 고태삼 할아버지(92)와 이재훈 할아버지(91) 2명 총 335명에 대해 무죄가 선고됐다.

고 할아버지는 경찰관을 폭행했다는 누명을 쓰고, 이 할아버지는 '삐라를 봤다'는 누명을 쓰고 인천형무소에서 각각 징역 1년을 복역했다.

이날 각 사건 공판이 진행될 때 마다 검사는 "별도로 신청할 증거가 없다"며 335명 각각에 대해 무죄를 구형했고, 법원은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16일 열린 제주4.3 행방불명 희생자 재심 재판. ⓒ헤드라인제주
16일 열린 제주4.3 행방불명 희생자 재심 재판에서 무죄가 선고되자 한 유족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재판부는 행불인들에 대해 무죄 선고가 이뤄질때 마다 "(행불인)피고인들은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억울하게 목숨을 빼았겼고, 그 세월이 70년 넘게 흘렀다"면서 "이 선고를 보기 위해 멀리서 오신 분도 계시는데, 조금이라도 마음의 평안을 찾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오늘부터 편안히 주무시길 바란다"며 유족들에게 위로의 말을 전했다.

재판부는 또 무죄 선고가 이뤄질 때 마다 피고인들의 사례를 소개하고, 유족들에게 직접 발언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유족들의 아픔에 공감을 표했다.

4.3당시 임시형무소였던 제주시 건입동 옛 주정공장에서 태어났다는 고윤옥씨(73)는 "어머니는 한 맺힌 삶을 살면서, 그저 먹을것이 없으니까 품팔이도 하고, 낫으로 벗삼아 땅치며 통곡했다"면서 "해마다 경찰에서 어머니를 찾아와 조사했는데, 감옥에서 고통당한 기억 때문인지 경찰이 다녀가면 술을 드시고 담배를 피며 한맺힌 삶을 살다 20여년 전 돌아가셨다"고 토로했다.

고씨는 "아버지는 (토벌대가)총으로 밀고와 남원 바닷가에서 돌아가셨고, 그때부터 의귀리 30여호의 집들이 같은 날 제사를 지내고 있다"면서 "오늘 무죄 판결을 내려주신 것을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전했다.

16일 열린 제주4.3 행방불명 희생자 재심 재판. ⓒ헤드라인제주
16일 열린 제주4.3 행방불명 희생자 재심 재판에서 무죄가 선고되자 유족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16일 열린 제주4.3 행방불명 희생자 재심 재판. ⓒ헤드라인제주
16일 열린 제주4.3 행방불명 희생자 재심 재판. ⓒ헤드라인제주

재판장은 또 행불인들이 형무소에 끌려갔을 당시 가족들에게 보낸 편지에 '춥다'고 써 있던 것을 언급하며 "그때만 해도 언젠간 집에 가리라 희망이 있으니 편지를 보냈을 것인데, 그 꿈이 70년 지난 오늘까지도 이뤄지지 못했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는 제주로 이주해 온 이희선 작가의 '내가 좋아하는 것들, 제주'에서 '고통은 위로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느끼는 것이라 했다. 4.3사건에 대해 제대로 알면 제주도 사람들이 왜 처음 보는 이들에게 입을 다물 수밖에 없는지, 속을 먼저 내어 주지 못하는지, 왜 남자가 그토록 귀한지, 제주여자들이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갈 수밖에 없었는지 해답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라는 구절을 인용하며 거듭 "오늘 판결로 유족들이 위안을 삼으셨으면 한다"고 전했다.

유족의 한 사람으로 재판에 출석한 장정언 전 국회의원은 "제 어머니는 해녀이셨는데, 매일 바다에 나가셨다"면서 "동네 사람들이 '매일 가면 지치지도 않냐'고 하면, '(4.3때 죽은)아들을 만나러 간다'고 하셨다"고 말했다.

장 전 의원은 "물속에 아들찾으러 가셨는지 잊지 못해서 가셨는지 모르지만, 항상 '나 아들 만나러 감져' 하셨지만, 결국 만나지 못하셨다"면서 "오늘 하늘나라에서 만나고 있다"며 거듭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또 "20년 전 4.3특별법 재정되고 대통령이 제주도까지 와서 국가 공권력에 의해 희생됐다고 사과한다며 큰절했다. 그래서 저는 명예가 회복 된 줄 알았다"며 "그런데 20년이 지나도록 (형님은)죄인이었다. 피고인이라는 말 듣는 순간 가슴이 휑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4.3과 관련해 제주도민 모두 당사자인데, 오늘 무죄라는 말씀에 이분들 앞에 평화를 주셨다"면서 "이제 제주인들도 이제는 힘을 내고 서로 도우며 상생하고 더 떳떳하게 살아갈 미래 후손들과 잘 살아갈 수 있는 희망을 주셨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한편,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이날 4.3수형인에 대한 무죄 선고와 관련해 환영 메시지를 발표했다.

원 지사는 행방불명희생자 333명에 대한 무죄 판결과 관련해, "영문도 모른 채 끌려가 끝내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부모·형제의 명예를 회복하는 일이 유족 분들의 소원이었다"며 "오늘 판결을 계기로 행방불명 희생자들이 억울함을 풀고, 안식을 찾기를 기원하고, 유족들의 고통이 조금이나 치유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생존수형인 고태삼.이재훈 할아버지에 대한 무죄 선고와 관련해서도 "4·3 당시 일반재판에서 형을 선고받고 인천형무소로 끌려갔던 소년들은 갖은 폭행과 고문을 당했고, 고향으로 돌아온 후에는 연좌제의 굴레로 인한 가족들의 고통까지 감내해야했다"며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두 분에 대한 무죄 판결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헤드라인제주>

다음은 무죄 판결을 받은 수형인 335명의 명단.(호적상 이름과 다를 경우 병기)

△2019재고합2(1명)

故김호근

△2020재고합1(13명)

故김순원, 故이시전, 故박세원, 故오영하, 故오계영, 故김오만, 故이계형, 故임동야, 故임청야, 故강재철, 故고문익, 故장흥수, 故양성두

△2020재고합2(21명)

故강순표, 故강행반, 故고군봉, 故고성인, 故권태식, 故김봉홍, 故김한추, 故김두형, 故김학능, 故김성수, 故김 염, 故문기호, 故김사민, 故고문선, 故고봉두, 故권유석, 故김남득, 故김찬수, 故김태형, 故김종규, 故김여순

△2020재고합3(16명)

故고완룡, 故임상범, 故홍기봉, 故서인옥, 故황인휴, 故강찬수, 故진명원, 故이덕진, 故고정표, 故고성화, 故홍순화, 故김봉석, 故백운길(백운기), 故오을수, 故김창일(김창문), 故양윤옥

△2020재고합4(20명)

故홍진표, 故오순봉, 故김택수, 故김정익, 故김영수, 故양시우, 故홍순규, 故고임출, 故홍군주, 故김만려, 故강봉규, 故박해진, 故고두수, 故김윤하, 故정희경, 故현명윤, 故오승구, 故양봉률, 故김원보, 故김두병

△2020재고합5(20명)

故김하규, 故현용규, 故김영오, 故김병윤, 故오국남, 故진창길, 故김석훈, 故김재택, 故김귀호, 故강택추, 故고운근, 故김응상, 故강문수, 故진군석, 故강남일, 故허중길, 故오태인, 故김병효, 故전영승, 故양우아

△2020재고합6(15명)

故강봉희, 故김용희, 故유완식, 故현군범, 故김병욱, 故강태문, 故정순종, 故박기원, 故안태아, 故양원옥, 故안오봉, 故임철기, 故김치옥, 故김봉훈, 故김성대

△2020재고합7(19명)

故송태인(송태우), 故양묘길, 故오치운, 故오국효, 故오윤표, 故오만석, 故현순기, 故현성우, 故홍행표, 故변항찬, 故양석호, 故양지홍, 故김연순, 故오송률, 故윤상전, 故이용선, 故이두영, 故현춘공, 故현상기

△2020재고합8(20명)

故이송림, 故강병하, 故임석진, 故임성숙, 故고두정, 故박두창, 故강태훈, 故김길남, 故김홍두, 故안태훈, 故채석배, 故오두희, 故현만석, 故오봉경, 故양군흥, 故오태규, 故양군찬, 故김경현, 故김부아, 故강달호

△2020재고합9(19명)

故강병인, 故고봉희, 故강윤식, 故오영춘, 故강윤표, 故홍순언, 故송태규, 故김태규, 故이창휴, 故김병수, 故김정상, 故오남윤, 故김두호, 故이용수, 故이만생, 故김상호, 故김재훈, 故오영철, 故강경봉

△2020재고합10(20명)

故변기형, 故강현수, 故박두승, 故정석봉, 故강어생, 故김인석, 故김사옥, 故강한직, 故채고배, 故강재춘, 故한치운, 故강공여, 故송태진, 故김형주, 故오대흥, 故양해길, 故오병현, 故현용석, 故김병시, 故김병우

△2020재고합11(13명)

故홍칠석, 故오공모, 故강학반, 故김덕수, 故오갑정, 故김상백, 故김재환, 故김희숙, 故장무언, 故오경선, 故고영준, 故백공희(백상수), 故오국화(오국임)

△2020재고합12(20명)

故현수석, 故김세환, 故이권형, 故강우순, 故모만필, 故이덕흥, 故김중언, 故고방전, 故고만구, 故신동찬, 故김응림, 故양하석, 故강성춘, 故현상옥, 故오상준, 故오호진, 故양우빈, 故강현모, 故백자춘, 故양계진

△2020재고합13(20명)

故김덕진, 故김국림, 故김병익, 故고언주, 故고창만, 故고선조, 故김기임, 故고원안, 故김병육, 故김덕윤, 故김두빈, 故김덕익, 故김경환, 故김두옥, 故김명환, 故김상준, 故고철송, 故고봉원, 故고상빈, 故김보진

△2020재고합14(20명)

故김석구, 故김성수, 故김창수, 故김재준, 故문달현, 故문중희, 故김기전, 故김팽식, 故김희길, 故문숙현, 故문원도, 故김승홍, 故김승화, 故김종수, 故김영규, 故김창주, 故문도태, 故문창우, 故김정현, 故김창수

△2020재고합15(19명)

故문하룡, 故안기후, 故부언종, 故박윤탁, 故서상집, 故변광희, 故서용은, 故박기영, 故서석하, 故서상현, 故손돈규, 故송태영, 故양근시, 故양남기, 故부성방, 故부성식, 故신성화, 故양경찬, 故부태진

△2020재고합16(18명)

故전준부, 故정창모, 故진성보, 故전군부, 故현보하, 故임창윤, 故현태선, 故전완부, 故진용아, 故홍영주, 故현상구, 故이한빈, 故한치권, 故현상연, 故홍군오, 故정태석, 故한희창, 故현명서

△2020재고합17(19명)

故오태승, 故오형봉, 故오인규, 故오영권, 故이덕신, 故이만흥, 故이영봉, 故이상협, 故윤춘숙, 故이호연, 故이정연, 故양석중, 故양신석, 故양치호, 故오도균, 故오형만, 故양석봉, 故양성주, 故이문구

△2020재고합18(19명)

故강문구, 故강군표, 故강상언, 故강중림, 故강찬표, 故강창하, 故강정수, 故고두추, 故강수만, 故강기우, 故강영구, 故강세영, 故강상문, 故강원추, 故고기원, 故고만수, 故강영반, 故고경옥, 故고덕원

△2020재고합 21(1명)

故이성로

△생존수형인 

고태삼, 이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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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 2022-02-25 13:42:13 | 58.***.***.216
군사재판 당시 하루 수십명에서 수백명까지 재판했다는 등으로 불법재판이라고 하더니 이 사람들은 하루에 335명을 재판해도 되는가? 내가 하면 괜찮고 남이 하면 불법이고 좌파는 하여간 내로남불이 아닐 수 없다.

인화 2021-04-02 23:28:07 | 61.***.***.11
죄송합니다.이제라도 편히 잠드시기를..

EOC 2021-03-17 13:51:26 | 210.***.***.126
이 판결을 보며 일본을 부모로 모시는 친일파들과 극우들이 매우 큰 사회 문제를 일을켰고, 일으키고 있는지 알 수 있다. 그동안 고생하고 수고한 모든분께 위로를 전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