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 줄었으니 출근하지 마세요"...제주도, 간호인력 일방적 채용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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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자 줄었으니 출근하지 마세요"...제주도, 간호인력 일방적 채용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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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치료센터 간호사 8명 채용 후, 첫 출근 이틀전 취소통보
4개월 단기 지원 간호사들 '황당'..."봉사일념 묵사발 당한 기분"

제주특별자치도가 코로나19 확진자 급증에 대응하기 위해 단기 간호인력을 긴급 채용하려 했다가, 출근 이틀 전 일방적으로 채용 취소 통보를 한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되고 있다.

채용절차가 마무리될 즈음, 확진자가 감소해 간호인력이 필요 없어졌다는 것이 이유다. 

이는 주먹구구식 방역 대응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자, 봉사 일념으로 생업을 뒤로 하고 지원한 간호사들에게 큰 상처만 줬다는 점에서 공분은 커지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코로나19 확진자 급증으로 격리병상 부족 문제가 현실화되자 서귀포시 혁신도시 내 국세공무원교육원 건물에 경증.무증상 확진자들을 전담해 치료하는 200명 규모의 '생활치료센터'를 개설해 지난해 12월30일부터 운영을 시작했다.

제주도는 당초 운영 계획을 통해 24시간 상시 3교대로 20여명이 순환 근무를 진행할 계획으로, 의사 3명과 간호사 10명 등 총 26명의 인력을 고정 배치한다고 밝혔다.

이의 일환으로 4개월 단기계약직으로 간호사 인력 채용 절차를 진행해 육지부에서 지원한 2명을 포함해 총 8명을 채용했다. 이들 인력에 대해 1월 13일부터 출근하도록 했다. 

그러나 새해 들어 확진자가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자, 제주도는 출근 이틀 전인 지난 11일 이들에 대해 무더기 채용 취소통보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채용 취소를 통보받은 간호사 지원자들은 황당해 했다.

지원자 중 한명인 A씨는 제주도청 홈페이지 '제주도에 바란다'에 올린 글을 통해 자신이 이번 채용에 지원한 배경 및 과정을 설명하며 제주도의 일방적 통보에 대해 분통을 터트렸다.

A씨는 "코로나19와 관련해 전 국민이 힘든 시기임을 잘 알고 있다"며 "그래서 지난 12월 코로나19가 도내에 많이 확산되면서 의료인력이 부족하다는 메시지를 접한 후 봉사를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간호협회를 통해 지원을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타 지역에서는 간호인력을 아르바이트 처럼 지원 받고 있다고 들었는데, 저도 생업이 있는지라 단기간이라도 가서 도움이 될수 있을까하고 지원을 했다"고 설명했다.

A씨는 "(지원절차를 통해) 4개월 단기 계약직으로 채용하는 걸로 결정됐고, 채용신검 및 보건증 검사, 코로나19 검사, 기타 서류들을 제출하라는 연락을 받았다"며 "그리고 1월 10일쯤 1월13일부터 출근하라는 연락을 받았고 4개월간 거기서 제공되는 숙소에서 숙식을 해야 한다는 연락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물론 확진자를 간호하는 업무이므로 4개월간 (밖으로) 나오지 못한다는 말을 수긍했고, 아이들과 주변 사람들에게 자질구래한 일들을 다 인수인계하고 주변 정리를 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런데 월요일(11일) 아침 도청에서 전화 한통이 왔다"며 "'생활 치료센터에서 연락 받으셨죠?'라고 말하길래, 저는 당연히 수요일부터 출근한다는 내용을 알고 있다고 말씀드렸더니, '확진자가 줄어서 생활치료센터에 간호사가 필요없어서 출근 안하셔도 된답니다'라고 했다"고 전했다.

그는 "가족들에게도, 직장에도 4개월간 가게 됐다며 미안하다고 얘기가 다 된 상황이고, 이것저것 제출서류 준비하고 검사까지 하라해서 다 준비하고 했는데, 무책임하게 전화 한통으로 끝내시더라"라고 말했다.

이어 "그럴 거면 차라리 타 지역처럼 아르바이트로 구하시 던지..."라며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는 "아무리 생각해도 어떻게 해서 일을 이렇게 밖에 처리를 못한건지 꼭 해명을 듣고 싶다"며 "계약 채결에 필요하다고 서류는 다 받아서 진행 시켜 놓고, 해지는 전화 한통으로 끝내는 건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제가 봉사 해보겠다고 다짐했던 진심까지 완전 묵사발 당한 기분이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임태봉 제주도 재난안전대책본부 통제관(보건복지여성국장)은 "지난해 생활치료센터 가동을 준비할 당시에는 확진자가 폭증하던 상황이었다"며 "그래서 (간호인력 채용 기간을) 4개월 정도를 예상하고 준비를 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감염병관리법에 따라 관련 단체 등에 추천을 받아 긴급하게 채용 절차를 진행하는 과정이었다"면서 "그런데 협의가 늦어져서 생활치료센터 개소가 지연됐고, 1월 8일 즈음부터는 확진자 수가 크게 떨어져 병상이 여유가 생겼다"며 채용계획을 불가피하게 취소했음을 밝혔다.

이어 "전화를 통해 (채용 예정자) 8명에게 상황을 안내를 해 드렸고, 워크스루 선별진료소 등 근무를 제안했지만 조건이 맞지 않아 성사되지 않았다"며 "앞으로 운영될 예방접종센터의 경우 근무 조건이 비슷하기 때문에, 접종센터가 개소하면 이 분들에 대해 우선 채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제주도는 이날 신문고 게시판 답변 글을 통해 "간호사 채용계획 취소로 인하여 제주도 정책에 대한 신뢰를 드리지 못한 점에 대해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공식 사과했다.
 
이어 "지난 8일 센터 입소환자 전원 퇴소 및 도내 감염병 전담병원 가용병상수의 충분한 상황 등을 종합 고려해 지난 11일 생활치료센터를 탄력적(축소) 운영으로 결정함에 따라 간호사 채용계획을 부득이 취소하기에 이르렀다"며 "간호사 채용계획이 취소된 대상자들에게 신속하게 개별적으로 유선 연락을 드려 상황 설명을 드렸지만, 사후조치에 미흡했음을 재차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앞으로 제주도에서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센터 운영에 필요한 의료인력을 채용할 예정이니 참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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