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농업의 역사가 주는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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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농업의 역사가 주는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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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농업의 뿌리를 찾아서] (69)역사 시대의 제주의 농업

지금까지 70여회에 걸쳐 제주농업의 역사와 농업문화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제주농업의 역사를 정리하면서 미래의 제주 농업의 방향에 대해 고민 해본다.

우선 제주 농업의 지속적인 유지이다. 농업은 제주 공동체 형성 및 유지 발전의 최소한의 조건이다. 농업이 없는 국가, 농촌이 없는 도시, 농민이 없는 민족은 미래의 역사를 담보 받을 수 없다. 그래서 OECD는 농업을 일컬어 다원적인 복합기능의 수행자라고 정의 내리고, WTO(세계무역기구) 역시 농업을 식량과 섬유 물질 등의 제공은 물론, 환경생태계와 문화전통, 경관의 보전 등 다양한 비교역적 관심사항을 창출하는 기초생명산업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유엔 국제식량농업기구(FAO)는 국가와 민족의 형성 발전에 있어 식량ㆍ농업은 필수적으로 갖춰야 할 최소한의 필요충분조건이라고 말하고 있다. 또한 제주에 사람이 정착하고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제주라는 공동체의 정체성이 잘 유지하고 있는데 농업이 기여한 바가 크다. 앞으로도 시대의 변화에 따라 다양화의 가속도는 더욱 커질 것 이다. 제주에서의 농업은 제주다움을 유지하는 근본이 되어야한다.

다음은 안전한 먹거리 생산이다. 농업은 땅을 갈아서 작물을 가꾸고 그 생산물을 이용하는 산업으로 사람이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곡식이나 채소, 옷감의 원료가 되는 목화나 삼 등 생활에 필요한 여러 가지 원료를 공급해 주는 산업이다. 넓은 뜻으로는 축산과 임산, 그리고 농산물의 가공도 농업에 포함된다. 예로부터 농업은 사람들의 의식주 생활과 가장 깊은 관계를 맺고 있으므로, 우리 조상들은 농업을 '천하에서 가장 으뜸가는 일'이라 하여 어떤 산업보다도 중히 여겼다. 그래서 5천 년 우리나라의 역사를 지탱한 산업은 농업이었다. 신석기 시대부터 현대까지 농업의 역사를 살펴보면 농민의 삶이 안정되고 농촌이 살만한 곳일 때 비로소 사회가 발전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반대로 농민의 삶이 어려웠을 때는 거의 대부분의 나라가 혼란을 겪고 쇠퇴했습니다. 이러한 농업의 역사에 비추어 미래의 농업은 안전한 먹거리 생산의 지속적인 유지는 기본이다.

세 번째로 제주농업의 미래는 가치형 농업이어야 한다. 최근 몇십년 전까지 제주는 불리한 농업환경과 바다로 둘러싸여 풍부한 어족자원으로 농경과 어로 수렵을 겸하는 혼합 생계 방식으로 진행되어 왔다. 근대화 물결과 함께 ‘환금형 농업’이 더욱 발전했다. 자급자족 체계에 대한 노력 및 부족 농산물의 수입 등 생계형 농업에서 환금형 농업으로 급속하게 발전한다. 이 시기에 제주에는 온주감귤이 도입되었고 마늘, 감자, 양파, 당근, 무, 양배추 등 주요 작물이 주산지를 이뤄 환금형 농업이 정착되었다. 환금형 농업의 정착 결과 시장경제 속에 농업이 편입되어 농업소득을 올리는 성과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과잉생산문제에 직면하게 되어 미래 농업에 대한 새로운 대안 제시가 필요한 실정이다. 지금까지의 농업이 ‘생계형 농업’, ‘환금형 농업’이라면 미래의 농업은 ‘가치형 농업’이 더해질 것이다.

네 번째로 농업의 다원적 기능을 유지하여야 한다. 농업의 다원적 기능이란 식량을 생산하는 고유기능으로만 알려져 온 농업과 농촌의 새롭고 다양한 기능들을 말한다. 농업의 식량 안보에 더 나아가 지구온난화 방지와 환경ㆍ생태계 보전의 보루로서, 홍수를 방지하고 도시인들에게 휴식공간을 제공하는 역할 등 농업의 다원적 기능이 유지되어야 한다. 특히 최근 기후온난화 현상과 관련해 도심의 열섬을 줄이고 전 국민의 청정한 생활공간을 유지하는 기능으로서 농업·농촌이 역할을 해야한다.

다섯 번째로 청정을 가꾸는 환경 보전형 농업이어야 한다. 환경보전형 농업이은 환경 및 생태계에 미치는 불리한 영향을 최소화하는 농업을 말한다. 농업과 환경을 조화시켜 생산성을 지속 가능하게 하며 농업생산의 경제성 확보, 환경보전 및 생산물의 안정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것이다. 농업으로 발생하는 환경 저해요인까지 줄이기 위하여 환경농업은 단기적인 것이 아닌 장기적 이익추구, 개발과 조화, 단일작목 중심이 아닌 종합 농업체계, 생태계의 물질순환 시스템을 이루어야 한다. 유기농업 등 특수농법 뿐 아니라, 병해충 종합관리(IPM), 작물양분종합관리(INM), 천적과 생물학적 기술의 통합이용, 윤작 등 흙의 생명력을 배양하는 동시에 농업환경을 지속적으로 보전하는 모든 형태의 농업을 구축하여야 한다.

여섯 번째로 휴식과 치유가 있는 농업·농촌이어야 한다. 농업은 기존의 먹거리 생산에서 생산과 체험 중심의 농업을 건강과 복지의 영역으로 확대되어야 한다. 그리하여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농촌 인구 증가와 일자리 확대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다양한 정책효과를 낼 수 있다. 농작물이나 화초재배 또는 곤충사육을 통해 심신의 치유와 가족간 소통, 인성함양 및 건강을 챙기고 더불어 농업을 이해함으로써 치유농업으로 발전되기를 기대해 본다. 몸과 마음이 힘들고 위축된 도시민들에게 치유농업의 중요성과 필요성이 대두되는 시대가 되었다.

일곱번째로 미래화를 지향하는 농업이어야 한다. 전 세계적 인구 증가에 따른 식량 수요 확대, 농가 인구 감소 및 고령화에 따른 노동력 부족, 기후변화 심화에 따른 다양한 재해의 확대 등 국내외 농업은 여러 도전 과제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스마트 농업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농업의 첨단산업화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농업의 패러다임이 변화하며 스마트 농업이 부상하고 있는 추세이다. 스마트 농업이란 ICT를 비롯한 각종 첨단 기술을 생산 단계를 비롯한 유통단계, 소비단계는 물론이고 이용후기 까지 각 단계에 접목하여 농업 전체의 스마트화를 이루는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다. 농업과 첨단 기술의 융복합이 가속화되면서 농업·농촌에서도 다양한 신사업이 창출되고 있는 추세이다.

여덟 번째로 세계화를 준비하는 제주 농업이어야 한다. 제주에는 조, 메밀 등 잡곡류위 곡물 중심의 농업에서 고려시대 이후 목축업이 발전하였고 감귤, 키위 등 과수원예, 마늘, 양파, 당근 등의 채소원예 등 다양한 농산업을 구축하여 왔다. 이러한 과정에서 농가에서 직접 소비하는 자급적 농업에서 판매 목적의 상업적 농업이 정착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소규모 생산 체계에서 전문 생산, 대량생산의 기업적 농업이 발달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앞으로 우리 농업은 농업뿐만이 아니라 세계 농업 자체가 지금 거대한 변화의 물결에 휩싸여 있다.

농경사회의 농업에서는 토지와 노동을 주축으로 한 전통적인 재래식 농법으로 농사를 지었다. 산업혁명 이후 산업사회의 농업에서는 대형농기계를 중심으로 한 기계농업이 성행하였다. 대형 농기계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미국이나 캐나다 등의 농업이 발전하게 된 것은 산업사회의 필연적인 귀결이라고 볼 수 있다. 세계화를 위한 우리 농업의 방향은 기술농업이다. 기술농업이 발전하면서 지금까지의 관행 농업은 점차 쇠퇴의 길을 가고 있다. 지금까지 미국,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등의 대규모 농업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네덜란드, 이스라엘, 덴마크, 일본, 한국, 대만 등 기술집약적인 소농국의 농업이 급속하게 발전할 수밖에 없다.

아홉 번째로 통일을 준비하는 농업이다. 북한은 80년대 이후 먹는 문제의 해결을 위하여 농업 부문에 중점을 둬 식량 증산에 박차를 가해 왔다. 하지만 북한은 식량난의 해소는 커녕 오히려 어려움이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지고 있다. 지형적으로 북한은 가파른 경사지, 산간 지대 등 농업 생산에 불리한 조건이며, 기후적으로는 낮은 온도로 이모작(二毛作)이 불가능하며, 일년 강수량의 50% 이상 여름에 집중됨으로써 홍수 피해가 자주 발생하는 등 대체적으로 남한에 비해 농업에 불리한 조건을 갖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측면적 방안으로 농산물 및 농업기술 교류 등이 남북관계 개선과 함께 가속화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2018년 이후 산림녹화용 묘목 공급(강원), 스마트팜 농장 시범·농축산물 교류(경기), 농업기술·자원 교류(전남, 경북), 농업복합단지조성·스마트팜(전북), 양돈단지 구축(충남), 천연물 재배단지(충북) 등 전국 각 지자체에서도 남북 교류협력 사업 관련 농업 교류에 대한 제안들이 이어지고 있는 추세이다. 제주는 북한에서 키우기 어려운 감귤을 비롯한 아열대 작물이 재배되어지고 있고, 겨울철 건강 식재료인 월동채소가 재배되어지고 있으며, 대표적인 구황작물인 감자의 2기작 생산 조건을 갖추고 있어 다른 지방보다 씨감자 대량 생산에 있어서 유리한 조건을 갖고 있다.

지금까지의 제주농업의 역사가 주는 교훈을 정리해보며 제주의 농업·농촌은 미래의 후손들에게 물려줘야 중요한 유산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그리고 앞서 제시한 제주 농업의 지속적인 유지, 안전한 먹거리 생산, 가치형 농업, 농업의 다원적 기능 유지, 환경 보전형 농업, 미래 지향 농업, 세계화 농업, 통일 준비의 농업 등에 대해 정리해 보도록 하겠다. 

<이성돈의 제주농업의 뿌리를 찾아서> 코너는?

이성돈 서부농업기술센터 농촌지도사 ⓒ헤드라인제주
이성돈 서부농업기술센터 농촌지도사 ⓒ헤드라인제주

농촌지도사 이성돈의 '제주농업의 뿌리를 찾아서'는 제주농업의 역사를 탐색적으로 고찰하면서 오늘의 제주농업 가치를 찾고자 하는 목적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이 기획 연재글은 △'선사시대의 제주의 농업'(10편)  △'역사시대의 제주의 농업'(24편) △'제주농업의 발자취들'(24편) △'제주농업의 푸른 미래'(9편) △'제주농업의 뿌리를 정리하고 나서' 편 순으로 이어질 예정입다.

제주대학교 농생명과학과 석사과정 수료했으며, 1995년 농촌진흥청 제주농업시험장 근무를 시작으로 해, 서귀포농업기술센터, 서부농업기술센터, 제주농업기술센터, 제주농업기술원 등을 두루 거쳤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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