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길현의 제주 미래담론] (17) 이건희 회장의 사망과  상속세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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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길현의 제주 미래담론] (17) 이건희 회장의 사망과  상속세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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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회장이 마침내 영면에 들었다.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는 기사를 들은 지 6년이 지나 최종 이 회장의 별세 소식을 접하며,  무엇이 그 분의 죽음을 그렇게 어렵게 했는지를 생각하게 된다.

웰빙에 이어 웰다잉이 화두가 되고 있는 고령화 시대의 요즘이다. 이제는  미리 죽음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 가끔씩 지나온 날을 회고하고 반성하는 걸 넘어서 나의 유산이 무엇일지를 성찰해 보아야 한다는 것.  그런 과정에서 우리는 죽음 앞에서 조금은 의연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글로벌 거인. 그렇다. 이건희 회장에게 어울리는 호칭이다. 그만큼 대한민국 국민 그 누구도 글로벌 기업가로서 이건희 회장의 공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84.3%의 국민들이 이건희 회장의 공로가 크다고 응답을 했다는 조사를 굳이 들추지  않더라도, 반도체와 휴대전화 등으로 글로벌 세계시장을 석권한 엄연한 실적은 한국 국민들의 자긍심을 높여주는 데 부족함이 없기 때문이다. 이를 확인차 최근의 수치 하나를 보면, 2020년 삼성전자의 브랜드 가치는 약 71조원으로, 애플,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에 이어 세계 5위이다. 정말 대단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공ㆍ과라는 양 측면에서 이건희 회장은 박정희 대통령에 비견될 수 있겠다. 불법과 억압 등 어두운 측면도 그렇고, 한국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그래서일까  이유와 상황은 다르지만, 박정희와 이건희 모두 불시에 죽음에 임하게 됨으로 해서 성찰의 시간을 가질 수 없었다는 것도 유사하다. 그 부족 만큼이나 두 분은 우리 국민들 모두에게 아쉬움으로 남는다. 

2014년 5월 급성심근경색증으로 인해 의식이 없이 사실상 '식물인간'으로 병석에서 지낸 이건희 회장에게  남는 게 무얼까. 지난 6년여만이 아니다. 2020년 10월의 사후에도 아무 것도 존재하지 않아 보인다. 삼성만이 아닌 그 무엇을 통해 두고두고 여운으로 남았으면 하는 기대를 갖고 있었기에 그렇다.
'마누라, 자식 빼고 다 바꾸라'는 이회장의 신경영 선언이  인구에 회자되는 경영혁신의 대명사였던 것처럼, 그 무언인가 '하나 더'가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코로나 시대를 이겨낼 수 있도록 삼성과 한국경제의 미래에 대한 그의 식견을  남겨주었다면, 그리고 
19조에 달한다는 이회장의 재산을 가족 상속만이 아닌 다른 그 무엇에 쓰도록 하는 언명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이건희 회장에 대한 평가는 크게 달라지리라 본다.  역시 자본주의 사회에서 영웅은 이건희 회장과 같은 글로벌 기업가라고 생각하면서.
그래서 요즘처럼 코로나19의 어려움 속에서도 세상은 살 맛 난다고 위안을 삼으면서. 우리네 보통 사람들은 인간과 세상에 대한 작지만 큰 희망을 갖게 될 터이다. 정경유착 등의 이유로 49.2%에 달하는 부정적인 평가가 크게  줄어들 것이고, 이로써 삼성에게는 더 큰 무형의 자산으로 남게되었을 것이다. 

이건희 회장의 죽음에서  미래지향이 보이지 않아서 그런지, 느닷없이 상속세 논쟁만 불거져나오는 게 오늘날 한국사회의 민낯이다.  이건희 회장의 상속세가 10조 안팎이 된다고 하니, 상속세가 많기는 하다. 그렇다고  세금을 적게 내고 싶어하는 일반의 정서를 타고 즉각 상속세 인하를 몰아가는 일부 정치권과 언론은 참 딱해 보인다. 상속세가 50프로나 된다는 건 가혹하다는 게 그 이유이다. 상속세가  이중과세라는 논리까지 등장한다. 상속세가 높아 누가 돈을 벌려고 하며, 기업승계가 제대로 되겠느냐 아우성이다ㆍ

실제 한국의 상속세 부담은 여러가지 공제 혜택을 고려하면 30프로 정도라는 걸 모르지 않을 텐데도 그렇다. 언제면 한국에서도 상속세 폐지에 반대하는 워런 버펫이나 조지 소로스 같은 기업가가 나타날 지. 헛된 기대가 아니길 빌어본다. 우리가 미국에서 배울 게 이런 것이 아닐까. 

상속세는 부의 대물림을 억제한다는 측면에서 민주주의의 상징일 것이다. 사실 상속세 폐지한다고 대한민국이 망하지 않는다. 정부재정이 그렇게 어렵지 않을만큼 대한민국의 경제 동력은 탄탄하다. 요즘은 코로나로 조금 어렵기는 하겠지만. 어떻든 2019년 상속세 현황을 보면, 9,555명이 낸 납부액이 약 3조 1,000억원으로,  이는 국세청 세수 약 284조 4,000억원의 1.03프로 정도이다. 이렇게 보면 일반인에게 상속세는 그다지 큰 부담이 아니다.  

양길현 제주대학교 교수 ⓒ헤드라인제주
양길현 제주대학교 교수 ⓒ헤드라인제주

그런데도 틈만 나면 상속세 인하가 제기되는 건 한국사회의 노블리스 오블리제가 그만큼 부족하다는 걸 의미한다. 이는 역으로 한국사회가 점점 더 부의 편증을 강하게 보이고 있음에 주목하고 이를 해소하는 데 우리의 자산을 어떻게 운용해 나갈지에 더 지혜를 모을 때임을 시사한다.

상속세 논란을 절세의 가장 쉬운 수단으로 밀어붙이려는 것으로는 특히나 위드코로나 시대에는 미래가 안 보인다. 상속세가 없다는 캐나다ㆍ호주ㆍ스웨덴ㆍ노르웨이는 복지가 세계 최고수준으로 부의 편중을 상당부분 해소한 국가들임에 유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냥 그들 따라 무조건 상속세 폐지 또는 인하를 하자고 할 게 아니라는 얘기이다. 국민복지ㆍ기업투명성ㆍ사회적 신뢰  등에서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도록 부의 재편과 재분배 문제를 심각히 숙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상속세 논쟁은 한국사회의 부의 양극화 추세를 완화시켜 나가는 일련의 정책 흐름과 연동시키는 건 어떤지 하는 생각이다. 동시에, 상속세 납부액의 반은 납부자가 지정하는 기부후원에 쓰도록 하는 건 어떤지. 예를 들면 이건희 회장의 상속세 10억 중 5억원은 이재용 일가의 의사에 맞춰 어딘가에 기부후원 하도록 하면 어떨지. 이건희  회장의 상속세 논란을 지켜보면서 문득 떠오르는 생각이다. <양길현 제주대학교 교수>

*이 글은 헤드라인제주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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