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에서 12월의 제주 세시풍속
상태바
7월에서 12월의 제주 세시풍속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주농업의 뿌리를 찾아서] (67)역사 시대의 제주의 농업

7월의 세시 풍속으로 칠월칠석, 백중 물맞이, 백중제, 마불림제, 갈옷 만들기 등이 있다. 칠월칠석날 밤에 견우와 직녀가 만나 눈물을 흘리기 때문에 이날 밤에는 비가 내린다는 전설이 있다. 서귀포 지역에서는 이날을 ‘임금 대왕 돌아가신 날’이라 하며 이날 비가 내리면 풍년이 든다는 속신이 있다.

여기에서 말하는 임금은 광해군이며, 광해군이 제주에 유배 와서 죽은 달이 7월이기 때문에 이런 속신이 생긴 것으로 본다. 광해군이 죽은 날은 7월 1일이다. 백중 물맞이는 백중날 바닷가 절벽이나 계곡에서 떨어지는 물을 맞으면 신경통·관절염·윗병·허릿병은 물론, 겨울철 감기에도 걸리지 않는다고 한다.

백중날 절벽에서 떨어지는 물은 약물이라 하여 그 물을 받아 먹는다. 계곡이 없는 해안 마을에서는 바닷물에 목욕하는데, 이날 목욕을 하면 피부병에 걸리지 않는다고 한다. 목축을 하는 사람들은 음력 7월 14일 밤 자시(子時)에 목장으로 가서 우마의 번성을 기원하는 백중제를 지낸다. 백중제의 제물은 삶은 닭·밀가루빵·떡·과일·구운 생선·밥·나물 등을 준비한다. 목동[테우리]의 신(神)에게 드리는 제사로 우마의 무사와 번성을 기원한다. 마물림제 7월 13일부터 14일 사이에 마을 본향당에서 신의 옷에 묻은 곰팡이를 없애는 ‘마불림제’를 지낸다. ‘마’란 곰팡이를 이르는 말이며 ‘불림’이란 날려 없앤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마불림제란 곧 ‘곰팡이를 없애는 굿’이다. 갈옷 만들기는 음력 7월 7일부터 15일 사이에 풋감을 따서 빻아 즙을 낸 후 옷감에 적셔 햇볕에 말리는 감물들이기를 한다.

이 시기에는 풋감의 즙이 가장 많을 때이고 날씨가 무더워 감즙을 먹인 옷감의 색깔이 곱게 물들여진다. 감즙을 먹인 옷감은 첫날에는 밤에 밖에 널어 이슬을 맞게 하고, 다음날부터는 물에 적셔 말리기를 3~4일 계속하는데, 그 과정에서 감즙의 붉은 색이 점점 짙어진다. 갈옷은 땀을 흡수하므로 옷이 몸에 달라붙지 않아 여름철에 시원하며, 옷감이 질겨져서 오래 입을 수 있었으므로 노동복으로 많이 입었다.

8월의 세시 풍속으로 모둠 벌초, 추석멩질이 있다. 모둠 벌초는 음력 8월 1일부터 추석 전까지 조상의 묘에 가서 벌초를 한다. 8월 1일 날은 가문별로 모여 조상의 산소에 가서 벌초하는데, 이를 모둠벌초라고 한다. 이날은 객지에 나가 있는 후손들도 모두 참석한다. 벌초를 하면서 산소를 돌아보기 때문에 명절에 따로 성묘를 가지 않는다. 참석치 못할 경우에는 일정액의 경비를 보낸다. 음력 8월 15일 추석에는 집집마다 음식을 마련하여 조상에게 제사를 지낸다. 문헌에 의하면, 서귀포 지역에서는 추석날에는 조리희(照里戱)라 하는 줄다리기놀이와 포계(捕鷄)라고 하는 닭잡기놀이를 하였다고 한다. 또 추석날에는 친척집을 돌며 명절을 지내는데 이를 ‘멩질 먹는다’고 한다. 추석날 밤에 달이 밝으니 밖에 모여서 남자들은 무릎싸움[imagefont싸움]을 하고, 여자들은 강강술래[꼼짝꼼짝 고사리꼼짝] 놀이를 한다.

9월의 세시 풍속으로는 동백기름짜기, 낙인고사, 귀표고사, 추렴 등이 있다. 동백기름짜기는 동백열매를 주워 기름을 짜두는 것이다. 기름은 위장병·결핵·천식 등의 약으로 복용하거나 머리에 바르며 음식의 양념으로 사용한다. 낙인고사는 방목하는 마소의 엉덩이에 쇠를 달구어 찍어 소유를 표시하는 것을 낙인이라 한다. 낙인은 봄에 하는 사람과 가을에 하는 사람이 있다. 소는 방목을 하기 전에 봄에 낙인을 하고 말은 겨울에도 방목을 하므로 가을에 낙인을 한다. 일반적으로 가을에 하는 낙인이 상처가 쉽게 아물어 더욱 좋다고 한다. 낙인을 하기 전에 준비된 음식과 그날 사용할 낙인과 밧줄을 같이 올려 제사를 지내는데, 이를 ‘낙인코’라고 한다. 낙인으로 인한 상처가 덧나지 않기를 빌고 우마의 번성을 기원하는 제사이다. 낙인하는 날 마소의 귀를 찢거나 잘라 내어 표시하는 귀표를 같이 한다. 귀표할 때 잘라 낸 귀 조각을 구워 제사 지내는 것을 ‘귀표코’라고 한다. 추렴은 9~10월에 말고기가 가장 맛이 좋을 때이므로 몇몇 사람이 모여 말을 잡아 고기를 나눠 먹는다. 말고기를 먹으면 겨울철 감기를 예방하고 잡귀를 멀리 쫒는다 하여 가을철에 추렴하여 먹는다.

10월의 세시 풍속으로는 시만국대제[혹은 신만곡대제(新萬穀大祭)]가 있는데 곡식을 추수하고 나서 감사를 드리는 추수 감사제이다. 비교적 간단히 지내는 굿으로, 갓 베어 온 이삭과 줄기를 통째로 올리거나 또는 수확한 햇곡식을 윗부분으로 떠서 올린다. 이는 한 해 농사의 풍요를 신에게 감사드리는 제의이다.

11월의 세시 풍속으로는 동지팥죽이 있다. 애기[초순]동지에는 팥죽을 쑤지 않고 종[종순]동지에는 팥죽을 쑨다. 11월 초에 동지가 들면 애기동지라고 하여 팥죽을 먹지 않는다. 동짓날 팥죽을 쑤어 집 어귀나 골목길에 뿌리면 액막이가 되어 잡귀가 접근하지 않는다고 한다. 동짓날의 날씨로 점을 치는데 날씨가 따뜻하면 다음 해에 질병이 많을 것이라 하고, 동짓날 눈이 많이 쌓이면 다음 해 보리농사가 풍년이 된다고 한다.

왼쪽부터 8월 제주의 모듬벌초 풍습 모습, 12월 제주민속 초가지붕 잇기 모습
왼쪽부터 8월 제주의 모듬벌초 풍습 모습, 12월 제주민속 초가지붕 잇기 모습

12월의 세시 풍속으로는 장담그기, 엿만들기, 지붕잇기 등이 있다. 장 담그기는 10월에 메주를 만들고 11월 보름이 지나 12월 중에 장을 담근다. 정월에는 장을 담지는 않는다.

장을 담을 때는 돼지날[亥日]·말날[午日]·닭날[酉日]·개날[戌日]·토끼날[卯日]은 좋다 하고, 용날[辰日]·소날[丑日]·뱀날[巳日]·범날[寅日]에 담으면 좋지 않다고 한다. 엿 만들기는 좁쌀밥에 엿기름을 넣어 삭힌 후 건더기를 건져내 버리고 국물만 솥에 넣어 약한 불에 오랜 시간 졸여 엿[조청]을 만든다.

이때 필요에 따라 마늘이나 돼지고기·꿩·닭 등을 넣는다. 엿을 만들 때 넣는 재료에 따라 질병 치료약으로 이용하였다. 엿은 몸보신을 위해 먹기도 하지만 피부의 종기 치료약으로도 사용하였다. 지붕잇기는 초가지붕의 헌 띠를 걷어 내고 새 띠로 덮어주는 일을 한다. 이 일은 많은 사람을 필요로 하므로 이웃과 더불어 수눌음[품앗이]으로 한다. 띠밭[새왓]에서 띠를 베어다 말려서 지붕에 덮고 줄을 꼬아 가로 세로로 엮어 맨다. 초가지붕은 1년~2년마다 새로 덮어 주어야 한다. 전해오는 제주의 세시 풍속은 일상생활에서 계절에 맞추어 관습적으로 되풀이하는 민속으로, 음력의 월별 24절기와 명절로 구분하여 행해졌다.

시골 농촌의 세시풍습은 어려웠던 시대에 공동체 문화를 이루어 왔던 소중한 흔적들이다. 제주의 세시풍습은 논농사 중심의 본토와 달리 밭농사와 어로, 목축과 사냥 등 제주도의 다양한 생업 형태를 반영하면서 형성되어 있다. 또한 생산과 신앙, 제사를 공동으로 하는 마을공동체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만큼 집단놀이의 성격이 강하다.

특히 방애불 놓기, 고사리 꺾기, 개역(미숫가루) 만들기, 쉰다리 만들기, 밭밟기, 백중 물맞이, 갈옷 만들기, 모둠 벌초, 추렴, 엿만들기, 지붕잇기 등의 제주의 세시 풍속은 육지와 사뭇 다르게 살아 왔던 제주인의 문화였다. 지형적으로 기후적으로 농업활동이 어려웠던 제주인들만의 함께 살아 왔던 삶의 양식이며 제주만이 가질수 있었던 아름다운 풍습이다.

이러한 제주의 세시풍습은 도시화, 정보화 등 시대가 변하면서 제주의 아름다운 미풍양속마저 사라지고 있어 안타깝다. 요즘 아이들은 눈만 뜨면 게임에 빠져 들고, 이제 스마트폰이 그들의 노리개가 되어 버리는 현실을 보며 공동체가 아닌 혼자 즐기는 개인주의 문화로 변해가면서 지금시대를 사는 미래 시대를 살아갈 후손들은 각박한 세상의 고독한 군중이 되어 풍요 속에서도 정신적으로 빈곤하게 되는 추세이다. 제주에서 오랜 동안 행해져 온 세시 풍속은 오늘날에 와서 행해지지 않는 것도 많으나, 예로부터 집집마다 민족적 관습에 따라 전승되었고, 또 제주 지역 특성을 살린 고유의 풍속을 유지하며 다 같이 즐기는 미풍양속의 일환이라는 점에서 앞으로도 잘 보존·전승시커야 할 것으로 보인다.

※ 참고자료: 한국학중앙연구원, <향토문화전자대전>; 제주도 교육청(1996), <제주의 전통문화>; 진성기(1997), <제주의 민속>

<이성돈의 제주농업의 뿌리를 찾아서> 코너는?

이성돈 서부농업기술센터 농촌지도사 ⓒ헤드라인제주
이성돈 서부농업기술센터 농촌지도사 ⓒ헤드라인제주

농촌지도사 이성돈의 '제주농업의 뿌리를 찾아서'는 제주농업의 역사를 탐색적으로 고찰하면서 오늘의 제주농업 가치를 찾고자 하는 목적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이 기획 연재글은 △'선사시대의 제주의 농업'(10편)  △'역사시대의 제주의 농업'(24편) △'제주농업의 발자취들'(24편) △'제주농업의 푸른 미래'(9편) △'제주농업의 뿌리를 정리하고 나서' 편 순으로 이어질 예정입다.

제주대학교 농생명과학과 석사과정 수료했으며, 1995년 농촌진흥청 제주농업시험장 근무를 시작으로 해, 서귀포농업기술센터, 서부농업기술센터, 제주농업기술센터, 제주농업기술원 등을 두루 거쳤다. <편집자 주>

 국립문화재연구소, 2001, 제주도·세시풍속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