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와 변호사 수, 누가 결정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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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와 변호사 수, 누가 결정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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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박사의 시선: 삶과 경제] (8) 전문가 분야(Sector)의 진입 장벽
김진옥 제주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헤드라인제주
김진옥 / 제주대학교 교수 ⓒ헤드라인제주

의사 또는 변호사와 같은 고수익 직종의 진입장벽의 문제를 논하기 전에, 한국고용정보원 연구보고서의 직종별 2018년 연간 소득을 살펴보고자 한다.

한국고용정보원이 600개 직업마다 평균 서른 명의 재직자를 토대로 2018년 연간 임금을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가장 소득이 가장 높은 직업은 기업의 고위 임원이고 소득은 1억5천3백만 원이다. 2위는 국회의원으로 1억4천만 원, 다음으로는 외과 의사가 1억2천3백만 원, 항공기 조종사가 1억천 9백만 원 수준대로 뒤를 잇고 있다. 시인, 소설가, 연극과 뮤지컬 배우 순으로 소득 수준이 낮아 평균연봉 천4백만 원을 넘지 못했다.

직업 정보원 연구보고서는 각 직업군별로 30명씩 표본 추출하여, 당사자들에게 연간 수입을 물어본 것을 토대로 하고 있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자영업을 하고 있는 의사나 변호사를 포함하여 모든 조사대상자가 소득을 낮추어서 응하지 않았나 싶다. 즉 데이터의 정확성과 신뢰도가 떨어진다. New York Times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의사들(Medical Doctors) 중에서 27%의 사람들이 top 1%의 소득을 실현하고, 변호사들 중에서는 14.7%, 대학교수들 중에서는 1.8%가 top 1%의 소득을 실현하고 있다. 이와 같이 미국에서는 직종별 소득에 관한 데이터가 아주 구체적인데 비하여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그러하지 못하다. .

왜 그런가? 필자의 생각으로는 우리나라에 비하여 미국의 연구자들이 국세청을 비롯한 공공기관들이 갖고 있는 소득분배 데이터에 보다 과학적으로 접근할 수 있지 않나 싶다. 필자는 소득분배에 관하여 특정하여 공부하거나 연구하지 않았기 때문에 보다 구체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수 없지만, 적어도 이러한 데이터들이 제시하는 함축은, 우리나라의 경우 미국보다 소득분배에 관한 데이터가 숨겨져 있고, 이러한 데이터의 접근이 원천적으로 봉쇄되어 있지 않나 싶다. 왜 그런가? 독자의 상상에 맡긴다.

진입과 진퇴의 문제는 다양한 경제영역에서 발생하고 있지만, 진입과 진퇴의 문제를 고수익 집단인 전문직(변호사 또는 의사 등) 분야의 노동시장에 한정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의료 서비스 시장을 살펴보자.

정부는 장기적으로 의료서비스를 확충하기 위하여 의대 정원을 증가시키고 공공 의대를 신설하여 의료 취약지역인 지방에 의사를 공급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하고 국회를 통한 입법화 과정을 시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전공 의와 의대생들이 집단적으로 정부의 정책에 대하여 여러가지 이유를 들면서 항거하고 있다. 국민을 인질(Hostage)로 삼고 있다. 누구의 주장이 타당한가? 필자는 경제에 상존하는 의사 수는 정부나 이해 당사자인 의사들이 결정할 사항이 아니고 시장에서 결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의료시장에서 의사에 대한 수요가 많으면 의사 수를 증가시켜야 되고 의사에 대한 공급이 많으면 의사 수가 감소되어야 한다. 지금까지 정부는 의대 정원을 제약함으로써 의사라고 하는 전문가 집단에 들어가려고 원하는 사람들이 진입하지 못하도록 진입장벽을 쳤다. 고수익을 실현하는 의사가 되고 싶어도 정부가 쳐 놓은 인위적 진입 장벽에 막혀 의사가 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고, 의료시장에서 의사가 부족하게 된 것이 당면한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에 대하여 일각에서는 높은 의료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을 하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현재와 같이 대학 수학 능력 시험에서 상위 1%(?)의 학생만이 의대에 입학하여 의대에 진학하고 의사가 되어야 하는가? 상위 5-10%의 학생들은 의학 공부를 할 자격이 없는가? 의학 공부라고 하는 것이 그렇게 대단한 지적 능력이 필요한 것인가?

고등학교 졸업성적만으로 사람의 능력을 재단하는 방식이 정상적인 사고인가?

전문가 분야의 진입장벽은 법률 서비스 시장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정부가 변호사 숫자를 제한함으로써 법률서비스 시장의 진입장벽을 조장하고 있다. 변호사가 되어 판사 검사가 되면 영감으로 둔갑하는 사회를 개탄한다.

의사와 마찬가지로 고등학교를 정상적으로 졸업하면 변호사 시험을 준비할 수 있고 변호사가 될 수 있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정답도 없고, 학문도 아닌(?) 법률에 관한 공부가 사회적으로 국가적으로 뭐가 대단하다고 정부가 앞장서서 진입장벽을 쳐서 변호사 수를 제한하여 그들의 이익을 보호하는가? 정부는 변호사 수를 제한할 권한이 없다. 변호사 숫자는 정부와 해당 이익집단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고, 시장(MARKET)에서 결정되어야 한다. .

이러한 전문가 집단의 진입장벽이 철회될 때, 업종간 임금격차가 줄어, 우수한 인적 자원이 경제적 생산성이 높은 분야 즉 임금이 높은 분야로 배분되어 국민 경제의 소득수준을 증가시킬 수 있다. 이것은 또한 분배의 형평성을 제고한다.

재화 시장과 전문가 분야의 용역 시장에서 진입과 진퇴를 자유롭게 하여 경쟁을 심화시키고 경제의 유연성을 증가시켜 경제적 효율을 증가시켜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이익이 발생하는 곳으로 기업과 전문 인력의 진입이 일어나고, 손실발생이 일어나는 곳에서는 기업과 전문인력의 진퇴가 일어나야 한다. <김진옥 / 제주대학교 교수>

*이 글은 헤드라인제주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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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ㄱ 2021-03-07 00:57:27 | 222.***.***.148
논리적이면서도 재밌는 글 잘 읽고 갑니다. '숫자 통제'는 웃긴 짓이죠. 전문직 선진국으로 가려면 기회는, 질적에선 다양한 루트로, 양적으로는 '많이'주되 그 상수들이 시장의 평가를 받게 해야 한다고 봅니다. '변호사 되기 쉬운' 미국이 법률 후진국이던가요?

보는눈 2020-09-21 11:33:48 | 39.***.***.161
제대로 짚으신 교수님 늘 화이팅 응원합니다

0000 2020-09-21 11:09:48 | 112.***.***.26
좋은 논평입니다 교수님 계속 강의하셔서 잘못된 사회 고쳐주세요 언젠가 교수님과 술한잔 하시게요

비법학자 2020-09-18 22:55:15 | 119.***.***.32
법학이 뭐 그리ㅜ대단한 거라고, 요즘 법조계가 얼마나 더러운 짓 많이 하는지 아래 비꼬는 진입장벽 양반은 잘 모르는가.이론 따로 행실머리 따로 ㅉㅉ

진입장벽 2020-09-18 18:55:07 | 222.***.***.13
정답도 없고 학문도 아닌법률에 관한 공부라는점에 대해서 웃고 갑니다ㅎㅎㅎ법학에 대해 전혀 모르시나봅니다.

전문가 진입장벽 2020-09-18 09:37:00 | 39.***.***.89
명쾌한 글입니다. 수능만으로 모든걸 예단하는 지금의 사회 정말 문제가 많습니다. 시험만 잘보면 인성이든 뭐든 다 뒤로 한채 높은 연봉을 보장하는 모순된 사회구조, 경제적 측면에서 이렇게 풀어내니 너무 이해가 잘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