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활동지원제도, 누구를 위한 제도인가?
상태바
장애인 활동지원제도, 누구를 위한 제도인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장애인인권 이야기] 홍선우 / 서귀포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홍선우 / 서귀포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헤드라인제주
홍선우 / 서귀포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 ⓒ헤드라인제주

국민연금공단에서 관리하는 장애인활동지원 홈페이지에는 장애인 활동지원제도를 이렇게 소개한다.

신체적·정신적 장애 등의 사유로 혼자서 일상생활과 사회생활을 하기 어려운 모든 장애인에게 활동지원급여를 제공함으로써 자립생활과 사회참여를 지원하고 그 가족의 부담을 줄임으로써 장애인의 삶의 질 증진을 목적으로 한다.

여기서 ‘모든 장애인에게’라는 말을 읽으면 이런 생각이 든다. 비현실적인 중증장애인 가산수당과 이로 인한 중증장애인 이용자 기피 현상에 놓여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고 있는 장애인, 그리고 기존에 장애인 활동지원제도를 이용하던 중 만 65세가 되어 노인장기요양보험의 수급자로 전환되어 더는 장애인 활동지원제도를 이용하지 못하게 되어버린 장애인, 이러한 상황들에 노출된 장애인은 위의 소개글에서 말하는 ‘모든 장애인’에 포함되지 않는 사람인가?

이런 문제를 제외하더라도 장애인 활동지원제도에는 많은 문제가 산재해 있다. 하지만 오늘은 앞서 말한 2가지의 문제에 대하여 짧게 말해보고자 한다.

첫째, 비현실적인 중증장애인 가산수당과 이로 인한 중증장애인 이용자 기피현상에 관한 문제이다. 현재 2020년 장애인 활동지원제도의 중증장애인 가산수당은 매일 일반적으로 제공하는 경우에는 시간당 1,000원이며 22시 이후 6시 이전 및 공휴일과 근로자의 날에 제공하는 경우에는 시간당 1,500원이다. 기존 단가에 합산하여 제공되고 있는데 이 정도의 금액으로는 금액만 보고 서비스제공을 해줄 활동지원사를 찾기 어렵다고 생각된다.

이것이 어려운 이유는 중증장애인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가산수당을 받으면서 일하고 있는 활동지원사가 하는 말들을 들어보면 알 수 있다. 활동지원사들은 가산수당 때문이 아닌 봉사 정신으로, 봉사하는 마음으로 일을 하고 있다는 말을 하곤 한다. 이런 말을 하는 이유가 뭘까 고민해 보았다. 그 이유는 받아도 그만 받지 않아도 그만일 정도로 가산수당의 금액이 적다는 것과 중증장애인에게 힘들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그에 비해서 받는 금액이 적기 때문에 본인들이 하고 있는 일에 다른 가치를 부여하여 봉사라는 말을 쓰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나의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서비스제공에 정당한 가치가 부여되어야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용자 입장에서 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고 또한 요구할 수 있으며 활동지원사의 경우에도 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봉사 정신과 봉사하는 마음은 좋지만, 서비스를 이용하여야만 살아갈 수 있는 상황에 놓인 중증장애인들이 언제까지고 봉사라는 말에 기대어 살아야 하겠는가? 가산수당이 현실적인 금액으로 증액이 이루어져야 서비스를 이용하고자 하여도 제공할 사람이 없어 이용하지 못하는 상황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둘째, 만 65세 도래 시 활동지원제도를 이용하지 못하고 장기요양제도로 변경되는 문제이다.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는 ‘고령이나 노인성 질병 등의 사유로 일상생활을 혼자서 수행하기 어려운 노인 등에게 신체활동 또는 가사활동 지원 등의 장기요양급여를 제공하여 노후의 건강증진 및 생활안정을 도모하고 그 가족의 부담을 덜어줌으로써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하도록 함을 목적으로 시행하는 사회보험제도(출처: 국민건강보험 홈페이지)’이다.

이렇듯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는 반드시 필요한 제도이다. 그러나 장애인 활동지원제도를 이용하고 있던 이용자는 장애인 활동지원제도를 지속적으로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두 제도의 소개글에서 알 수 있듯이 이 둘은 근본적으로 다른 제도이기 때문이다. 나이가 만 65세가 되었다고 장애인 활동지원제도가 아닌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로 변경되면 당장 이용할 수 있는 급여부터 차이가 생긴다.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의 재가급여는 1~5등급 및 인지지원등급으로 나뉘고 급여의 월 한도액은 1등급이 1,498,300원이다. 이에 반하여 장애인 활동지원제도의 활동지원등급은 1~15구간으로 나뉘는데 그중 8구간이 3,645,000원이다. 가장 높은 등급과 중간구간의 금액이 이처럼 차이가 나는데 이용하는 사람의 상황이 변한 것은 나이뿐이다. 단순히 나이가 들어서 기존의 이용하던 시간의 절반조차 이용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생기게 된다는 것이다.

중증장애인에게 앞서 말한 상황들은 생존의 문제가 걸려있는 심각한 문제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많은 투쟁과 요구가 있었으나, 현재까지 정부와 각 부처는 한시적 지원 등을 내세우고 근본적인 변화는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하루빨리 국회에서 법안을 개정하여 제도의 문제점이 개선되고 장애인이 만 65세가 되는 것을 두려워하는 있을 수 없는 상황이 사라지길 바란다.

마치면서…

장애인활동지원제도는 장애인 당사자에게 꼭 필요한 제도이며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살아가고 자립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서 반드시 제공되어야 하는 제도이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 개선되어야 할 부분들이 너무나도 많다. 정부에서, 각 부처에서 항상 말하는 예산의 부족함을 모르지 않는다. 하지만 이 제도가 있어야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언제까지고 우선순위라는 단어로 희생을 요구할 수는 없다. 빠른 시일 내에 가산수당이 현실화된 금액으로 증액되어 활동지원제도를 이용하고 싶어도 이용하지 못하는 사람이 생기지 않고, 만 65세 이상의 장애인들이 전과 다르지 않게 활동지원제도를 이용할 수 있는 대한민국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그렇게 되기를 기대한다.

<장애인 인권 이야기는...

우리 사회는 장애인을 단순한 보호 대상으로만 바라보며 장애인의 문제를 대신 해결해 주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장애인은 치료받아야 할 환자도, 보호받아야 할 어린이도, 그렇다고 우대받아야할 벼슬도 아니다.

장애인은 장애 그 자체보다도 사회적 편견의 희생자이며, 따라서 장애의 문제는 사회적 환경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사)제주장애인인권포럼의 <장애인인권 이야기>에서는 장애인당사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세상에 대해 새로운 시선으로 다양하게 풀어나가고자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