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섬의 생명의 보고, 곶자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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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섬의 생명의 보고, 곶자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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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돈의 제주농업의 뿌리를 찾아서] (56) 역사속의 제주농업 문화

곶자왈은 화산활동 중 분출한 용암류가 만들어낸 불규칙한 암괴지대로 숲과 덤불 등 다양한 식생을 이루는 곳을 말하며, ‘곶’과 ‘자왈’의 합성 어인 제주어이다. 즉 곶자왈이란 암괴들이 불규칙하게 널려있는 지대에 형성된 숲으로, 다양한 동·식물이 공존하며 독특한 생태계가 유지되고 있는 지역을 말한다.

곶자왈이 제주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이유는 과거 경작이 불가능하여 개발로부터 격리되어 버려진 땅으로 존재하였지만, 환경의 가치가 더욱 중요시 되고 있는 현재는 오히려 자연생태계가 잘 보존되어 있어 자연자원과 생태계의 보전가치가 높은 지역이 되었다. 곶자왈 용암지대는 토양의 발달이 빈약하고 표층은 물론 심층까지도 크고 작은 암괴들로 이루어져 식물이 자라기에 어려울 뿐만 아니라 식생의 발달속도가 느려 지금과 같은 숲이 형성되는 시기가 오랫동안 이루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곶자왈은 한라산을 기준으로 동서로 길게 뻗어있는 조천읍 교래리와 선흘리, 구좌읍 송당리를 비롯하여 안덕면 화순리, 한경면 저지리 등 중산간 지역을 중심으로 해안까지 광범위하게 분포하고 있다. 곶자왈 지대는 대부분 해발고도 200~400m 내외의 중산간지역에 분포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사람이 주로 살던 해안 지역과 목축 등으로 사용되던 산간지역을 자연스럽게 완충하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곶자왈 지역은 주로 완만한 경사를 가진 제주의 동서방향을 따라 발달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 특히 보전상태가 양호한 제주도 서부의 한경-안덕 곶자왈, 애월 곶자왈, 그리고 동부의 조천-함덕 곶자왈, 구좌-성산 곶자왈 지대를 제주의 4대 곶자왈이라 한다

곶자왈을 구성하는 암괴와 미기복은 지하수 함양(涵養)은 물론 보온보습 효과를 일으켜 열대식물의 북방한계 식물과 한대식물의 남방한계 식물이 공존하는 독특한 숲을 만들고 있다. 곶자왈은 생태계의 허파 역할을 담당할 뿐 아니라 한라산과 해안지대를 연결하고 있어 생태계의 가교 역할도 수행한다. 이곳에는 이끼류, 양치류, 초지성 식물, 화초류, 수목(침엽수, 활엽수), 습지(물웅덩이)가 발달하여 방목중인 가축들이 물과 먹이를 확보할 수 있고 풍우설(風雨雪)을 피할 수 있었던 장소였기 때문에 목축을 위해 중요한 공간이었다.

제주의 4대 곶자왈 분포도.
제주의 4대 곶자왈 분포도.

곶자왈 지대는 토양발달이 지극히 미약한 곳에 용암류로 뒤덮여 있어 농업활동에 있어서는 적지가 아니어서 농경지로의 전환이 이루어지지 못하여 그 생태나 원형이 잘 보전되어 왔다. 곶자왈 용암이 분포하는 지역의 이름을 따서 서부지역의 한경~안덕 곶자왈 지대와 애월 곶자왈 지대, 동부 지역의 조천~함덕 곶자왈 지대와 구좌~성산 곶자왈 지대로 구분하고 있다. 용암은 그 특성상 토양 발달이 빈약하여 선구 식생이 정착하기 어렵고 식생의 천이 속도도 느려 지금과 같은 숲으로 발달하는 데에 긴 시간을 필요로 하였다.

곶자왈은 암괴로 이루어진 장소이므로 땅이 척박하여 경지로 이용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방목에도 적절하지 않아 대부분 방치되어 덩굴이 엉클어진 자연림 지대를 이루어 왔다. 그러나 최근 이 곶자왈 지대는 ‘제주의 허파’ 또는 ‘자연의 허파’등과 같이 인간의 허파에 비유되면서 ‘제주 생태계의 생명선’으로 강조되면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곶자왈은 과거 불모의 땅으로 인식되었지만 오늘날에는 지하수의 함양기능을 비롯하여 한라산과 해안지역사이의 환경적인 완충기능을 하는 중요한 기능을 하고 있다.

제주도 동부, 서부, 북부에 걸쳐 원시림의 모습으로 넓게 분포하며, 보온, 보습 효과가 뛰어나 북방한계 식물과 남방한계 식물이 공존하는 세계 유일의 신기한 숲으로 알려져 있다. 용암제방, 용암수형, 용암돔, 부가용암구 등 특이한 지질구조들이 다양하게 분포하여 제주도만의 독특한 모습을 이루고 있다.

제주 곶자왈은 한라산에서 날아든 풀씨와 꽃씨로 형성된 곶자왈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열대 북방한계 식물과 한대 남방한계 식물이 공존하는 생태계의 보고로 소개되었고 아무리 비가 내려도 빗물이 그대로 지하로 유입되는 토질 등을 형성되어 지하수 함양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지하수가 풍부하고 보온ㆍ보습 효과가 뛰어나 많은 식물들이 서식하고 있다. 지역에 따라 천량금을 비롯해 개가시나무, 가시딸기, 제주고사리삼 등 희귀 특산물이 자생하고 있지만 전문가의 정확한 토양, 토질 분석이 필요하다. 원시림 형태의 곶자왈 지대는 형성된 용암에 따라 크게 한경∼안덕, 애월, 조천∼함덕, 구좌∼성산 곶자왈 지대 등 제주도내의 4곳의 지역에 걸쳐 분포하고 있는 것으로 지역별로 나눠 구분하고 있다.

제주 곶자왈의 총면적은 110㎢다. 이는 4100여 종의 한반도 식물 중 절반 가까운 1990종이 자라는 제주 면적(1848㎢)의 6%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 작은 곶자왈에만 제주 서식 식물의 45%(896종)가 산다. 한반도 면적(22만1336㎢)의 0.05%에 불과한 곶자왈에서만 한반도 식물의 22%를 찾아볼 수 있는 셈이다.곶자왈이 생명의 보고가 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바위와 자갈층으로 쌓여 있어 많은 비가 내려도 빗물이 대부분 그대로 지하로 흘러든다. 이 과정에서 빗물은 깨끗한 지하수로 정화돼 동·식물의 생명수가 된다. 곶자왈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북방한계 식물과 남방한계 식물이 공존하는 독특한 숲으로 공기정화 능력 또한 탁월하다.

곶자왈에도 위기는 있었다. 1990년대 들어 제주도에 관광개발 붐이 일면서 기업들이 곶자왈 일대를 사들여 골프장을 짓기 시작했다. 곶자왈이 마구 파헤쳐졌다. 현재 제주도에서 운영 중인 골프장 28 곳 중 10곳이 곶자왈 내에 들어서 있다. 곶자왈의 파괴는 지하수 오염, 공기 정화기능 저하, 생태계 훼손으로 이어졌다. 상황이 악화되자 2000년대 들어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곶자왈 보존운동이 시작됐다. 생태환경적인 가치가 큰 곶자왈을 파괴해선 안 된다는 주장을 폈다. 그 결과 2003년 4월 고시된 제주국제자유도시 특별법에서 곶자왈을 비롯한 제주 중산간 지역을 절대보존지역으로 지정해 개발·이용행위에 제한을 두게 됐다. 최근 곶자왈 보호와 관리를 위한 조례 제정도 추진하고 있다.

왼쪽부터 곶자왈 숲에 고인 자연수와 곶자왈에 축산의 흔적 잣성 모습.
왼쪽부터 곶자왈 숲에 고인 자연수와 곶자왈에 축산의 흔적 잣성 모습.

곶자왈의 가치를 정리하면 우선, 양치식물인 제주고사리삼, 한국미기록종인 창일엽과 제주암고사리, 환경부지정 보호야생식물인 개가시나무, 미기록 목본식물인 천량금, 희귀식물인 붓순나무, 개톱날고사리 등의 다양한 식물종이 서식하고 있어 생태학적으로 중요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하천이 발달되어 있지 않은 제주도에 있어 곶자왈은 지하수 함양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목축활동을 위한 잣성, 4.3 등 제주인의 삶과 함께하였던 역사의 정취가 남아있는 곳이기도 하다. 문제는 이런 소중한 제주 곶자왈 전체 면적 110㎢의 절반이 넘는 66㎢ 가량이 사유지로 묶여 있어 곶자왈의 보존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데 최근 몇년 동안 영어교육도시, 골프장, 리조트, 관광단지 건설 등으로 곶자왈의 상당수가 무방비로 훼손되고 있다.

곶자왈 지대는 토양의 발달이 빈약하고 크고 작은 암괴들이 매우 두껍게 쌓여 있어 아무리 많은 비가 올 지라도 빗물이 그대로 지하로 유입되어 맑고 깨끗한 제주의 생명수인 지하수를 함양한다는 점에서 마치 청정 제주를 유지하게 하는 스펀지 같은 역할을 하고 있지만 각종 오염물질이 빗물을 통해 유입될 경우 지하수 오염에 매우 취약한 지역이다. 그렇기 때문에 무분별한 곶자왈 훼손은 작은 것을 탐하려다 결국 큰 것을 잃게 되는 소탐대실(小貪大失) 본보기가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보존 되어야할 제주의 유산인 것이다.

※ 참고자료: 한국학중앙연구원, <향토문화전자대전>; 제주곶자왈도립공원, http://www.jejugotjawal.or.kr; 곶자왈 공유화 재단, http://www.jejutrust.net; 곶자왈 사람들, http://www.gotjawal.com.

<이성돈의 제주농업의 뿌리를 찾아서> 코너는?

 

이성돈 서부농업기술센터 농촌지도사 ⓒ헤드라인제주
이성돈 서부농업기술센터 농촌지도사 ⓒ헤드라인제주

농촌지도사 이성돈의 '제주농업의 뿌리를 찾아서'는 제주농업의 역사를 탐색적으로 고찰하면서 오늘의 제주농업 가치를 찾고자 하는 목적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이 기획 연재글은 △'선사시대의 제주의 농업'(10편)  △'역사시대의 제주의 농업'(24편) △'제주농업의 발자취들'(24편) △'제주농업의 푸른 미래'(9편) △'제주농업의 뿌리를 정리하고 나서' 편 순으로 이어질 예정입다.

제주대학교 농생명과학과 석사과정 수료했으며, 1995년 농촌진흥청 제주농업시험장 근무를 시작으로 해, 서귀포농업기술센터, 서부농업기술센터, 제주농업기술센터, 제주농업기술원 등을 두루 거쳤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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