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은 '읍면 원탁회의' 조례, 왜 서둘러 밀어붙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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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많은 '읍면 원탁회의' 조례, 왜 서둘러 밀어붙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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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논단] 의원 발의 조례의 '졸속' 논란 및 배경 의구심
시급성 약하고 절차적.내용적 논란에도 밀어붙이기...이유는?

제11대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전반기 운영에서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가 조례안의 의원발의 건수가 급격히 늘어난 점이다. 지난 2년 간 의회에 제출된 조례 총 543건 중 의회에서 발의한 조례는 전체 66.7%에 달하는 362건으로 나타났다. 의원 1인당 평균 8.4건을 발의한 셈이다. 이는 도지사 발의(169건, 31.1%), 교육감 발의(12건, 2.2%) 건수보다 갑절 많은 수치다.

의원발의 조례가 행정 발의를 앞선 것은 제주 의정사에서는 처음있는 일로 꼽힌다. 

지난 10대 의회에서는 총 918건의 조례가 제출됐는데, 도지사 발의 51.7%(475건), 의회 발의 42.0%(386건), 교육감 6.3%(57건)의 비율을 보였다. 제9대 의회에서도 총 607건의 제출 조례안 중 도지사 발의 50.1%(304건), 의회 발의 42.9%(261건), 교육감 발의 7.0%(42건) 순이었다.

11대 의회의 조례안 발의 실적은 활발한 입법활동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받기에 충분하고, 고무적으로 다가온다. 

물론, '질(質)'의 문제도 적지 않게 제기된다. 건수에 매몰된 나머지, 최초 행정발의로 제정된 조례의 단순한 일부개정의 내용까지 의원 발의로 추진되고 있는 현실에서 비롯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11대 의원 한 명이 지난 2년간 발의한 조례가 자그마치 8.4건이라고 한다. 2~3개월 간격으로 조례를 지속적으로 발의했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검토가 미흡하거나, 조례 체계나 내용적 구성이 탄탄하게 짜여지지 않은 상태에서 통과되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이른 바 '부실' 내지 '졸속' 조례의 등장이다.

이의 한 사례가 지난 18일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가 의결한 '제주도 읍면 지역발전 원탁회의 구성 및 운영에 관한 조례안'이다. 강성균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 조례안은 읍.면별로 100인 이상으로 지역발전 원탁회의를 구성해 운영할 수 있고, 도지사는 읍면 발전을 위한 정책을 수립할 때 원탁회의 회의결과 등 주민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최초 발의된 조례안의 명칭은 '제주특별자치도 주민참여 읍면동 발전계획 수립 및 지원에 관한 조례안'이었으나, 상임위에서 원탁회의 구성에 관한 조례안으로 돌연 변경해 의결했다.

당초 조례안은 도지사가 수립하는 읍.면.동 발전계획에 의견을 제시하는 등의 역할을 할 '100인 지역발전회의'를 구성해 운영하는 것으로 돼 있었으나, 제주도내 읍.면.동 주민자치위원회 및 이.통장 등을 중심으로 강력한 반발이 이어지고 조례 내용에 대한 논란이 커지자 급하게 수정해 처리한 것이다.

'졸속'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 조례안은 오는 25일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나, 상임위원회 통과 후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이미 조례안의 구성체계 및 내용에 있어 여러가지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

그 중 몇가지만 정리해 보면 이렇다.

첫째, 조례안의 제정 목적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당초 조례에서는 '읍면동 단위 발전계획 수립'이 핵심 목표였다. 

조례 입법예고안에서는 "2006년 7월 1일 제주특별자치도 출범으로 기존 4개 시.군이 폐지되면서 주민자치 기능이 후퇴하고 있고, 지역문제 해결을 위한 자기결정권 보장과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예산 등의 지원이 미흡한 상황이어서 읍.면.동 단위의 발전계획을 체계적으로 수립될 필요성이 있다"는 점을 제시했다. 

읍.면.동 단위 주민자치 기능 활성화 및 주민들의 자기결정권 강화를 과정의 수단으로 제시하며, 종국적으로는 '읍면동 발전계획 수립'으로 귀착하고 있다. 즉, 읍면동 발전계획 수립이 핵심 목표인 셈이다. 

대표발의한 강성균 의원은 "이 조례를 통해 특별자치 차원에서 읍면동 단위의 자치분권과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목적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정책체계를 마련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정책체계 마련'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행자위가 가결한 조례안의 핵심은 '원탁회의 구성 및 운영'이다. 본질은 분명 변했다.

조례의 대상지역 범위도 '읍면동'에서 동(洞)을 빼고 '읍면'으로 축소됐다. 도지사가 수립하도록 돼 있었던 '읍면동 발전 기본계획'은 '읍면 발전을 위한 정책'으로 슬쩍 바꿔 기술됐다. 

지역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한 '읍면동 단위 발전계획 수립'이라는 목적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원탁회의' 구성을 위한 조례로 변질된 것이다.

둘째, 조례안이 발의되고 의결되는 과정의 절차적 문제가 그대로 노출됐다. 행자위에서는 이 조례 제정을 위해 2년에 걸쳐 주민공감대 형성과정을 진행해 왔다고 주장했다. 2018년 11월에 지역발전 정책체계 구축을 위한 주민 대토론회를 개최했고, 2019년 5~7월 조천읍을 시작으로, 애월읍, 추자면에서 잇따라 원탁회의를 개최하고 발전계획 수립 용역이 추진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 4일 조례안이 발의됐고, 이달 8일부터 12일까지 입법예고를 거쳤다고 밝혔다.

그러나 절차적 문제는 명확히 드러났다. 그 첫번째는 지난 3일 개최된 조례안 관련 의견수렴을 위한 정책토론회(공청회)에서 반대의견이 적지 않게 분출됐음에도, 바로 그 다음날 조레안이 전격 발의됐다는 점이다. 이는 전날 개최한 정책토론회가 '다양한 의견수렴'의 목적보다는 절차적 명분을 확보하기 위한 수순으로 열었음을 반증하는 부분이라고 하겠다.

두번째는 행자위의 이해 못할 '수정 가결'이다. 조례의 명칭과 내용을 전면적으로 바꾸면서 의결한데 따른 것이다. 

조례의 명칭이 '주민참여 읍면동 발전계획 수립 및 지원에 관한 조례안'에서 '원탁회의 구성 및 운영에 관한 조례'로 바뀌면서 목적 부분이 크게 변형됐고, 조례의 내용도 전면적으로 바뀌었음에도 수정 의결한 것은 매우 의아스러운 대목이다. 월권 내지 막무가내식 의결권 행사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입법예고를 했던 발의안 내용이 전면적으로 바뀌었다면, 사실상 '전혀 다른 조례'에 다름 없다. 그렇다면, 새롭게 수정된 내용을 갖고 입법예고 절차를 다시 밟는 것이 타당한 것 아닌가. 그게 도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행자위는 조례안을 발의한 동료의원의 체면을 살려주려는 듯, 그대로 밀어붙였다. 오만함의 극치이다.

셋째, '100인 이상' 원탁회의' 구성은 왜 고집하는가. 이에 대해 납득할만한 설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미 읍.면.동 단위에는 법정조직인 주민자치위원회가 있다. 행정라인 최일선에는 이장.통장이 있다. 

그런데 조례안에서는 당초 읍면동별 '100인 이상의 지역발전회의' 기구를 새롭게 구성해 운영하도록 했다가 반발에 부딪히자, 최종적으로는 '읍.면 100인 이상 원탁회의'로 바꿔 의결했다.
  
조례에서 원탁회의의 역할은 △지역사회 발전과 공동체 형성을 위한 봉사활동 △지역사회 현안해소와 발전을 위한 과제 발굴 및 정책건의 △그 밖에 주민의 사람의 질 향상과 지역발전을 위한 활동 등으로 제시했다. 

단순한 의견제시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공동체 형성을 위한 봉사활동이나, 과제발굴 및 정책건의, 지역발전을 위한 활동 등을 아우르고 있다. 

여기에 도지사로 하여금 원탁회의 회의결과 등에 대해서는 정책에 반영하도록 하는 한편, 필요한 예산 지원의 근거도 조례에 명문화하고 있다. 

예산반영과 관련해서도(제5조 예산반영), "사업예산을 소관 사무에 따라 해당 읍면 뿐만 아니라 행정시 및 도본청 예산항목으로 편성할 수 있다"고 매우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지역사회 공공의 이익을 위한 사업, 지역발전에 필요한 시민의식 고양사업, 읍면 지역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사업 등을 원탁회의에 위탁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도 있다.

이는 '100인 원탁회의'가 구성될 경우 읍.면 단위에서 가장 영향력있고 대표성을 띈 기구로 부상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특정 사안의 의견을 제시하기 위해 '원포인트' 형태로 모집돼 운영되는 '원탁회의'와는 차원이 다르다. 

기존 주민자치위원회 역할은 축소되거나 위축될 수밖에 없고, 오히려 지역내 갈등의 요인이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를 허투루 들을 일이 아니다. 

넷째, 조례의 본문 내용 구성도 주먹구구식이다. 조례의 명칭은 '원탁회의 구성 및 운영'에 관한 것으로 바뀌었음에도, 제1조 목적은 종전 '지역발전계획 수립' 조례의 내용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이의 내용은 불명확하지 않고, 추상적이다. 

"지역의 특성을 고려한 읍면동 발전과 주민 삶의 질 향상 및 지역공동체 형성 등에 주민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데 필요한 사항을 정함으로써 제주발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  

제3조 '도지사의 책무' 조항도 작위적 구성이다. 

"제주특별자치도지사는 읍면 발전을 위한 정책을 수립할 때에는 원탁회의 회의결과 등 주민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하여 반영하도록 노력하되 행정시장의 의견을 들을 수 있으며, '제주특별자치도 주민자치센터 설치.운영 조례' 제15조에 따른 주민자치위원회의 심의결과를 반영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노력해야 한다'라는 부분을 별도 조항으로 명문화한 것도 그렇지만, '주민자치위원회의 심의결과를 반영하도록...'이라는 부분은 주민자치위원회의 반발을 의식해 '끼워넣기'를 한 것에 다름 없다. 원탁회의 구성에 관한 조례에서 도지사의 책무를 규정하는 조항을 신설하고, 그 내용에는 별도 조례가 운영되고 있는 주민자치위원회에 관한 내용까지 끼워넣은 것이다.

주민자치위 심의결과에 대한 도지사의 정책 반영은 당연한 것이고, 그것을 정말 강조하고 싶었다면 원탁회의 조례가 아니라 주민자치위원회 조례 개정을 통해 했어야 했다. 행자위가 '눈치보기'를 하며 조례를 졸속적으로 수정했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이처럼 이번 조례안의 내용은 여러가지 논란의 여지가 많고, 통과 과정은 절차적으로도 문제가 있음이 분명하다. 무엇보다 왜 이 조례를 만들어야 하는지 목적이 분명치 않고, 읍면동 주민자치의 다양한 논의 선상에서 '원탁회의 구성'을 밀어붙이려는 이유도 알 길이 없다. 목적과 내용적 타당성에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왜 도의회는 그토록 서둘러 이 조례안을 처리하려 했는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시급성도 없었다. 이 조례안을 하루 속히 통과시켜야 할 매우 다급한 상황도 아님에도 행자위의 심사와 의결이 졸속적으로 이뤄진 것은 매우 이해하기 어렵다. 
 
논란의 여지가 있다면, 진정 읍.면지역 주민들의 자기결정권을 강화하고 민주적 의사소통의 문호를 확대하려는 차원이었다면, 조금 늦더라도 설득하고 이해시키며 함께 가고자 하는 행보를 보였어야 했다. 

일각에서는 '제주도의 읍면동 관치 강화'라는 의구심을 내놓고 있으나, 또 다른 시각도 있다. 원탁회의 100인 구성 및 운영이 지역구 도의원의 입지 강화 차원일 수 있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그 이유를 단정짓기는 어렵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행자위의 의결권 행사과정에 오해의 소지는 다분했다는 것이다. 도대체 행자위는 무슨 생각이었을까.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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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하루방 2020-06-23 09:03:00 | 211.***.***.147
읍면원탁회의가 그렇게 대표성을 띌 수 있는 단체가 될 지 안될지 모르겠지만 원안 자체를 완전히 바꿨기 때문에 수정안 절차대로 새로 안건을 올려서 심의를 받아야 하는게 맞음. 얼렁뚱땅 행자위에서 수정안 가결이 아니라는 거지. 알만한 사람들이 왜 정정당당하게 못 할까?

하루방 2020-06-23 08:41:27 | 211.***.***.10
현재 주민자치위원회는 주민자치활동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2-3시간의 자치교육을 받은 후
주민자치위원으로 활동하고 있구요.
지역에서는 주민자치위원이 누구이며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대부분이다.
그리고 주민자치위원은 주민자치교육을 이수한 자를 대상으로 뺑뺑이 돌려서 선정하기 때문에
전혀 지역을 대표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현재 지역에서 온갓 손가락질 받는 사람도 주민자치위원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구요
이참에 지역에서 신망받는 사람들이 원탁회의 참여하여 지역발전을 논할 수 있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절차적 정당성 2020-06-23 08:35:10 | 118.***.***.180
집행부에 절차적 정당성 요구를 잘하면서 왜 자기들끼리의 정당성은 무시할까? 그러니 존경을 못 받지

도대체 2020-06-23 07:17:47 | 119.***.***.32
도대체 행자위는 무슨 생각이었을까? 이 논리라면 현행 주민자치조례를 개정하는게 맞는 것 같은데, 이렇게 급하게 서둘러서 하는 이유가....시급한 사안들도 많은데

굿 2020-06-22 15:58:04 | 110.***.***.114
명쾌한 해석 칼럼입니다
잘 읽고 갑니다
한심한 도의회 ㅉ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