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총선 마지막 승부처, 결국은 '정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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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총선 마지막 승부처, 결국은 '정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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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5연속 싹쓸이 승리와 유권자 선택
코로나 상황 정책 대결 실종...'소속정당' 투표 결정적

코로나19 위기 상황 속에서 치러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는 180석에 달하는 역대급 초유의 의석을 확보한 더불어민주당의 대승,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의 참패로 끝이났다. 
 
제주도에서도 더불어민주당이 3개 선거구에서 모두 완승을 거두는 것으로 선거는 막을 내렸다. 제주시 갑 선거구에서 송재호 후보가 첫 당선됐고, 제주시 을 선거구 오영훈 후보와 서귀포시 위성곤 후보는 '재선'의 영예를 안았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3개 선거구 석권으로, 2004년 제17대 총선부터 이번 21대 총선에 이르기까지 5회 연속 '싹쓸이' 승리를 거두는 기염을 토했다.

제주시 갑과 을 선거구에서는 20년, 서귀포시 선거구에서는 24년간 1당의 독주 행진이 이어지게 된 것이다. 이는 제주지역 선거사(史)에서 진기록으로 남을 전망이다. 

이번 제주지역 총선은 '5연속 승리'를 일궈내려는 더불어민주당과, 민주당 16년의 독주를 막아내겠다고 선언한 미래통합당을 비롯한 야권의 대결로 진행되면서 주목됐다. 

그러나 결과는 더불어민주당의 무난한 완승이었다.

최종 개표 결과를 보면, 제주시 갑에서 후보별 득표율은 송재호 후보 48.70%(6만 1626표), 미래통합당 장성철 후보 37.07%(4만 6909표)로 나타났다. 두 후보간 격차는 11% 포인트로 나타났다.

제주시 을에서는 오영훈 후보 55.35%(6만 7206표), 미래통합당 부상일 후보 41.06%(4만 9862표)로, 두 후보간 득표율 차이는 14% 포인트였다.

서귀포시에서는 위성곤 후보 55.48%(5만 3345표), 미래통합당 강경필 후보 43.36%(4만 1689표)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3개 선거구 모두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완벽한 승리였다.

이런 결과가 만들어진 배경은 뭘까.

사실 이번 선거전이 시작될 때만 하더라도, 3개 선거구 중 최소 제주시 갑 선거구에서는 '완승' 보다는 '접전'을 예상하는 관측이 많았다. 

전략공천으로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송재호 후보를 둘러싼 논란이 선거 내내  이어졌기 때문이다. 

전략공천에 반발한 박희수 후보의 무소속 출마, 일부 당원들의 탈당, 민선 6기 원희룡 도정의 핵심으로 있었던 소위 '송일교' 등 정체성 논란,  부친의 4.3당시 대동청년단 지역책임자 논란 등은 후보자 등록 시점까지 계속됐다.

TV토론회에서 "인권과 평화가 밥 먹여주느냐"는 발언을 비롯해 송 후보와 관련한 구설수는 공식선거운동 기간에도 이어졌다. 

4.3추념일 전날에는 출마 후보자들과 함께 추념식장에서 찍은 '엄지척 사진'이 공개돼 논란이 됐고, 거리유세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의 4.3추념식 행사 참석 및 배.보상 실현 약속 등이 마치 자신의 요청에 의해 이뤄진 것처럼 주장해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검찰 고발이 이뤄지는 등 많은 논란이 일었다.

그럼에도 선거결과는 당 소속 도의원들을 비롯해 막강한 조직력을 앞세운 송 후보의 승리로 귀결됐다.
 
승리 요인은 여러가지 측면으로 분석될 수 있으나, 그 중에서도 '정당 요인'이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총선은 코로나19 상황으로 '사회적 거리두기'의 비대면 접촉방식으로 진행되면서 정책.공약 대결이 실종되는 '깜깜이' 선거라는 평가를 받았다. TV토론회에서 정책이나 공약을 놓고 일부 설전이 이뤄지기는 했으나 모두 단발성으로 끝났다.

후보자 검증과 관련한 의혹이나 특정이슈의 지속기간도 짧았다. 이슈 논쟁은 SNS를 포함한 온라인에서는 뜨거웠지만, 오프라인에서는 그렇지 못했다. 

그럼에도 유권자들의 투표참여 열기는 그 어느때보다 뜨거웠다. 

코로나19 위기상황에서도 제주지역 최종 투표율은 역대급 사전투표율에 힘입어 62.9%로, 지난 2000년 16대 총선 이후 가장 높았다. 전국 투표율은 66.2%로 14대 총선 이후 28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이한 점은, 선거기간 유권자들의 후보선택 기준에 눈에 띄는 변화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유권자 의식조사 결과, 투표할 후보자를 선택하는 제1의 기준이 선거가 임박한 시점에서 '정당 요인'으로 급격히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정책이나 공약 보다도 '소속 정당'이 어디냐를 보고 투표할 후보를 정하겠다는 유권자들이 크게 늘어났다는 것이다.

후보자 등록 직전인 3월 23~24일 이뤄진 1차 의식조사에서는 후보자를 선택하는데 가장 먼저 고려할 사항으로 △인물/능력(29.8%) △정책/공약(29.7%) △소속 정당(29.0%) 순이었다. 이외 고려 요인으로는 △정치경력(3.1%), △주위의 평가(2.7%) 등이 꼽혔다.

반면, 선거가 임박한 지난 5~6일 실시된 2차 조사에서는 투표후보 선택기준으로 '소속 정당'(31.1%)을 가장 높게 꼽았다. 이어 '정책/공약'(28.7%), '인물/능력'(25.2%), '정치 경력'(5.5%), '주위의 평가'(2.7%), '출신지역'(1.0%), '개인적 연고, 학연.지연 등'(0.2%), 기타(0.4%) 순이다. 
 
20대 총선 당시 유권자 의식조사에서는 '소속 정당'이라는 응답비율은 18.9%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는 31.1%로 '1순위'로 등극했다. 

'소속 정당'을 보고 투표후보를 결정하는 표심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때보다 더 강하게 분출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코로나19 위기극복에 나서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신뢰 내지 기대를 보여준 것이자, 4.3특별법 개정 등의 당면과제와 연관해 집권여당에 힘을 실어주는 투표로 이어진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오영훈 후보와 위성곤 후보에 대해서는 지난 4년 의정활동에 대한 '재신임'의 의미도 포함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물론, 제주시 갑 선거구에서는 정의당 고병수 후보와 무소속 박희수 후보의 득표율이 최저 수준에서 멈추면서, 선거판세에 영향을 주지 못한 부분도 있다. 하지만 이 역시 결국은 '소속 정당' 투표 때문으로 귀결된다.

이번 총선은 '소속 정당'이 선거에서 정책이나 공약, 후보자 검증, TV토론회나 미디어 이슈보다도 유권자들을 설득하는 강력한 영향요인임을 확인시켜준 선거라고 할 수 있다. 제주도 총선의 마지막 승부처는 바로 '소속 정당'이었던 것이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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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물 2020-04-17 03:14:09 | 119.***.***.32
아무리 파란색이 좋아도 흐르지 않으면 썩게 되어있다 스스로 자정할 능력없으면 끝이 초라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