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희의 '행복한 미술'] (4) 일상으로의 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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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희의 '행복한 미술'] (4) 일상으로의 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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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르네 마그리트의 사유하는 삶과 꿈을 위한 실재와 재현

#이미지들의 배반

“이것은 실재가 아니다.”라고 믿고 싶은 현상이 숙주를 찾아서 곳곳에 퍼져 있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세계적으로 확산하여 확진자와 사망자 인원이 늘어나는 것에 더해져, 국내에서 일어난 최근의 일들까지 매스 미디어로 쏟아지는 이슈가 넘쳐 나고 있다. 일련의 일들로 공포와 두려움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분노와 불안을 가져다주고 우울감까지 접근해서, 차라리 현실을 부정하고 싶은 내면의 문장이 튀어나와 버린 것이다.

갑작스럽게 튀어나온 문장은 ‘르네 마그리트(René Magritte, 1898~1967)’의 「이미지들의 배반(The Treachery of Images)」 작품에서 표현된 텍스트가 떠오른 것이다.

마그리트는 캔버스에 ‘파이프’를 그리고, 그 아래에 ‘Ceci n’est pas une pipe.(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라는 문장을 함께 적었다(그렸다).

사진=르네 마그리트, 「이미지들의 배반」, 1929, 캔버스에 오일, 60.33×81.12cm,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미술관 소장 및 웹사이트 갈무리
르네 마그리트, '이미지들의 배반'(1929), 캔버스에 오일, 60.33×81.12cm, 사진=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미술관 소장 및 웹사이트 갈무리

이미지와 단어(단어 회화)를 함께 표현하는 것은 마그리트가 즐겨 사용하는 방식으로 그의 철학적 사고와 방향성을 알 수 있다.

3차원(실재 파이프)을 2차원(재현된 파이프)으로 추출한 이미지와 단어는 그림으로 그려진 것이기에 실재 파이프를 재현할 수 없다. 그림의 파이프를 보면서 실재 파이프를 연상하고 실재와 같다고 생각하지만, 「이미지들의 배반」 속에 적힌 문장대로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라고 할 수 있다.

제발, 우리가 보고 있는 뉴스의 장면들이 어떤 예술가의 ‘미디어 아트’였으면…

혹은, 마그리트가 그린 시뮬라크르(Simulacre, 장 보드리야르의 시뮬라크르는 흉내를 낼 대상이 없는 이미지이며, 이 원본 없는 이미지가 그 자체로서 현실을 대체하고,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대상을 존재하는 것처럼 만들어놓은 인공물을 지칭한다.)의 한 장면이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이 현실을 극복하고 싶은 마음을 위해 가장 익숙한 처방전을 내렸다.

르네 마그리트의 전시를 떠올리면서, 도록을 찾으러 책꽂이로 향하는 것이다.

'불가능의 시도' 그리는 마그리트 (1928), 사진=마그리트 미술관 웹사이트 갈무리.
'불가능의 시도' 그리는 마그리트 (1928), 사진=마그리트 미술관 웹사이트 갈무리.

어지럽고 혼란한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고작 기도와 전시도록을 찾는 것이라니 이 위기를 극복할 힘을 찾고 싶다.

#대화의 기술

험난한 세상에서 목적지에 안전하게 도달할 수 있는 지표 중 하나는 ‘꿈(실현시키고 싶은 희망이나 이상)’ 때문이 아닐까!

초현실주의(Surréalisme, 쉬르레알리즘)를 대표하는 르네 마그리트는 벨기에의 화가이다. 모든 초현실주의자들이 그렇듯, 마그리트도 ‘꿈(잠자는 동안의 정신 현상)’을 탐구하는데 몰두했다. 그는 특정한 대상을 지칭하지만 동시에 다른 것을 뜻할 수 있는 단어들을 중심으로, 꿈의 연상 속에서 다른 의미를 지닐 수 있는 단어들로 자신의 작업을 전개했다.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 1856~1939)의 ‘꿈작업(Dream Work)’의 개념에 따르면 상징이라는 것은 흔히 다의적이며 지극히 애매하다. 그 대상의 해석은 여러 형태로 왜곡되거나 변형되어 그 모든 해석은 완벽하지 않을 수 있다. 마그리트는 작품 속에서 이미지와 단어를 혼합하여 ‘꿈작업’과의 관계성을 두고 깊은 심연으로 끌어가게 하는 이것이 「대화의 기술」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대화의 기술(The Art of Conversation), 1950, 캔버스에 오일, 65×81cm, 개인소장」 작품은 꿈과 희망으로 가는 방향에서 두 사람이 대화하게 될 상상력의 논점을 거대한 석조물과 함께 보여주고 있다.

이 엄청나게 커다란 직육면체의 돌덩어리가 대충 쌓여서 불안한 가운데 두 사람의 존재감이 매우 작다는 것을 상기시켜 준다. 돌덩어리 주위 배경은 마그리트가 즐겨 사용하는 선명하고 부드러운 하늘과 하얗고 통실통실한 구름이 차지하고 있다.

그들은 이곳에서 어떤 대화를 나누면서 석조물을 바라보고 있을지 궁금한데, 이 석조 형태가 그냥 아무렇게나 쌓여 있는 것 같아도 가장 아래쪽에서 프랑스어인 ‘RÊVE(꿈)’의 단어를 읽을 수 있다.

그때, 마그리트가 내게 “꿈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어?”라고 질문한다.

분명, 그가 가장 원하는 상황에 마주친 것이니 이 대화를 빨리 끝내려면 대답을 잘해야 한다. 저 돌로 된 ‘꿈’의 단어를 해석해야 하는지 실현해야 하는지 생각의 테두리에서 우물쭈물 방황하다가, “현실에서도 꿈속에서도 꿈을 꾸고 실현하기 위해 살고 있어요.”라고 대답했다.

마그리트가 다음 질문을 생각할 동안, 나는 재빨리 석조물 앞에서 멀어져 가고 다음 작품들을 감상하러 출발했다.

역시, 마그리트의 작품이 주는 신비하고 미스터리한 아름다움에 빠져든다.

의식과 무의식의 세계,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들을 유영하는 그의 작품에서,

최대한 가능성으로 쌓아 올린 석조물을 바라보는 것인지

무의식적 소망으로 올려질 꿈의 세계를 위해 건설적인 대화를 나눠야 하는지

...

사유 속에서 바람을 타고 있다가 발을 딛고 있어야 함을 깨닫는다.

생각에 잠긴 16살의 르네 마그리트(1914), 사진=마그리트 미술관 웹사이트 갈무리<br>
생각에 잠긴 16살의 르네 마그리트(1914), 사진=마그리트 미술관 웹사이트 갈무리

“Il n'y a pas de choix : pas d'art sans la vie.”

“삶이 없는 예술을 상상할 수 없습니다.”

“Mon seul désir est de m’enrichir de nouvelles pensées exaltantes.”

“나의 하나의 희망은 새롭고 흥미로운 사유를 풍요롭게 하는 것입니다.”

 

‘르네 마그리트(René Magritte, 1898~1967)’

 

 


꿈을 갖게 된다는 것!

꿈을 통해 개인의 삶에 미치는 과정과 변화는 각각의 결말을 위한 플롯과 같다.

꿈은 확장된 세계로 항해할 수 있는 나침반 역할을 위해 우리를 안내한다.

“이것은 실재가 아니다.”라는 생각으로 출발해서 ‘르네 마그리트’의 작품으로 도착하면서, 현실을 잊을 수 있는 잠깐의 달콤한 시간이 찾아왔다. 이것은 흔들리는 삶 속에서도 가야 할 방향성을 잃지 않고 시동을 꺼트리지 않기 위함이다. 승부와 상관없이 함께 극복하는 상태를 지속시키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평범한 일상을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이 소중하게 다가오는 자연의 섭리에 대해 배우고 있다.

마그리트의 도록을 덮는 순간에 다시 밀려오는 복잡한 현실 속 이슈들을 마주할 힘은, 건강한 꿈을 꿀 수 있는 꿈을 위해 사다리의 높이를 연장하는 것이다.

※ 참고문헌 및 사진자료 

『르네 마그리트』, 서울시립미술관, 2006.12.20~2007.04.01 (전시도록)

『시뮬라시옹』, 장 보드리야르, 하태환 옮김, 민음사

『꿈의 해석』, 프로이트, 홍성표 옮김, 홍신문화사

벨기에 왕립 미술관 (https://www.fine-arts-museum.be/en)

마그리트 미술관 (https://www.musee-magritte-museum.be/fr)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미술관 (https://www.lacma.org).

<한정희 아트 디렉터>

<한정희의 '행복한 미술'>코너는?...

한정희 디렉터 ⓒ헤드라인제주
한정희 디렉터 ⓒ헤드라인제주

한정희의 '행복한 미술'은 다양한 기관의 전시 · 기획자 · 작품 · 작가 등을 집중적으로 조명하여, 문화예술인들의 지위를 향상하면서 미술의 사회적 가치를 확산하기 위한 취지에서 연재됩니다.

누구나 '행복한 삶'을 목표로 하는 것처럼, 행복을 찾는 과정에서 미술이 촉매제가 되기를 바라면서, 연재를 읽고 작품을 감상하는 계기 마련과 미술을 통해서 개인의 행복한 일상을 마주하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한정희 디렉터가 총괄 기획한 전시로는 2019 제주국제평화센터 '평화의 꿈' 및 'DMZ 평화 생명의 땅', 2018 제주해짓골아트페어, ICC JEJU 아트&아시아 제주 2015 쇼케이스, 2015 서귀포예술의전당 전시실 개관기획전, 2015/2016 서귀포시교육발전기금마련전 등이 있다. 이와 함께 다양한 문화 기획, 언론 기고, 미술 연구조사, 미술 강의 등을 진행하고 있다.

*한정희 디렉터

국민대학교 행정대학원 미술관·박물관학과 졸업

예문사 「학예사를 위한 소통하는 박물관」 공저

주경야독 문화재아카데미 ‘한국미술사’ 강사

설문대여성문화센터 운영위원

삼매봉도서관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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