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정과 열정사이 그리고 신뢰와 불신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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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과 열정사이 그리고 신뢰와 불신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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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김형록 / 서귀포시 표선면 주민자치과
김형록 / 서귀포시 표선면 주민자치과. ⓒ헤드라인제주
김형록 / 서귀포시 표선면 주민자치과. ⓒ헤드라인제주
요즘 전국적인 코로나 19 확산에 따라 제주 지역사회의 각종 불안감과 위기감도 함께 커지고 있다. 내가 살고 있는 제주시는 물론, 근무지인 표선면사무소의 관할 주민들도 남녀노소 대부분 마스크를 착용하고 다닐 정도니 그 심각성이 도시와 농촌지역을 아울러 전 국민의 화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문과 뉴스 매체에서 연일 전국적인 코로나19 확진자 수를 발표하고 지역사회는 그 지역 확진자의 동선을 파악하여 주민들에게 알려주며 관할 행정기관은 확진자가 머물러 갔던 시설의 방역을 철저히 실시한다.
 
표선면도 제주도 전체 확진자 수가 한 명 한 명 늘 때마다 확진자가 다녀간 동선이 우리면 관할지역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자발적 경각심을 고무시켜 지역 방역에 철저를 기하고 있다. 또한 면민들의 개인위생 중요성과 외출 시 마스크 착용을 면 전체적으로 홍보하여 바이러스 전파 예방에도 힘써오고 있다.
 
코로나 19가 서서히 확산됐던 2월 중순의 일이었다. 면사무소 1층 민원대에 앉아 일을 보던 나는 마스크를 끼고 민원업무를 보고 있었다. 한 어르신이 오셔서 “마스크 쓰고 일을 하면 목소리도 잘 안 들리고 민원인에게 불친절하게 보여 어떻게 민원 응대를 할 수 있겠냐”고 역정을 내셨다. 하지만 당시 한창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국으로 퍼질 때여서 마스크를 안 할 수는 없었다. 표선면사무소 직원 그 누구라도 감염이 되면 그 한 사람 때문에 주위의 동료직원들이 출근을 할 수 없게 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표선면민들이 보게 되게 때문이다.
 
아직도 시골 등지에는 마스크를 끼고 업무를 보는 것에 대해 안 좋게 보는 시선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몇몇 민원인들의 좋지 않은 시선 때문에 마스크를 안 할 수는 없다. 요즘 같은 시기에 마스크를 안 하는 것은 타인에게 민폐다. 이제는 마스크 미착용이 본인 건강에 대한 안일한 태도로 비춰지는 수준을 넘어 남에게 괜한 오해를 불러일으켜 불편함을 주는 행위로 인식되었기 때문이다.
 
코로나 19의 전국 확산은 비단 개인만의 건강 불안증에서 끝나지 않는다. 전국적으로 빠르게 전파되는 코로나 여파는 행여 건강한 사람이 내 옆을 지나가도 ‘저 사람이 잠재적 감염자가 아닐까’ ‘괜히 나에게 바이러스를 옮기지는 않을까’ 하는 대인 불신을 낳게 한다. 이런 불신이 우리지역 골목상권으로 자리 잡은 식당, 옷가게, 학원가, 서점 등으로 확산되면 지역경제가 얼어붙게 되는 것이다. 또 그 여파가 고스란히 정부 불신으로 이어지게 되면 그 지역사회는 와해된다.
 
대정부 신뢰가 하락하고 지역사회 경기도 침체됐지만 이럴 때일수록 일선행정에서 일하는 공직자들의 마음은 뜨거워야한다. 청렴한 생활은 물론이거니와 가슴에 뜨거운 열정을 갖고 활기차게 일을 해야 지금의 이 얼어붙은 사태를 좀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극복할 수 있다. 법치주의 국가인 만큼 법률에 알맞은 적법한 행정이 실현되어야 하지만 구체적인 법이 마련되어있지 않으면 융통성 있게 지역주민의 편의를 최대한 보장하는 근린행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대부분 읍면동 일선 행정기관에 근무하는 공직자들은 모두 그렇게 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지금의 마음가짐처럼 뜨거운 열정으로 업무에 활기를 불어넣으며 민원인을 응대하고 상대적으로 소외받는 저소득층,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 노인을 가엾게 여기자. 국민에 대한 봉사와 국가에 대한 헌신은 바로 그런 마음에서 시작되는 것임을 잊지 말자. 제주특별자치도 공직자들 모두 힘내서 지금의 불확실한 환경을 지혜롭고 현명한 위기관리 능력으로 대처해 나가자. 우리는 지금 냉정과 열정, 신뢰와 불신 사이의 시대 속에 살고 있다. <김형록 / 서귀포시 표선면 주민자치과>
 
*이 글은 헤드라인제주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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