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엽채류(葉菜類) 재배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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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엽채류(葉菜類) 재배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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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돈의 제주농업의 뿌리를 찾아서] (38) 재배작물 도입의 역사

엽채류(葉菜類)는 잎을 식용하는 채소의 종류를 말하며 제주에서는 배추, 양배추, 상추, 시금치, 취나물 등의 엽채류가 재배되고 있다.

배추는 서늘한 기후를 좋아하는 저온성 채소이다. 중국이 원산지이며 한반도에서 언제부터 재배되었는지 정확히 알 수 없으나, 고려시대 의서 <향약구급방>에 배추가 처음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고려시대 이전부터 재배된 것으로 추정된다. 무, 고추, 마늘과 함께 4대 주요 채소로 인식 되고 있으며, 배추의 대부분은 김치의 주재료로 소비된다. 한편 비타민 C, 무기질(칼슘, 인, 칼륨 등), 섬유소가 풍부해 영양가치가 높다.

한국의 대표적 음식인 김치의 재료로 고려 고종 이전부터 재배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며, 제주에도 이 시기에 도입되어 재배된 것으로 보고 있다. 1913년 163ha에서 817톤(217,812관)이 생산되었고 1980년에 6,623ha까지 증가 하였으나 전남해남지역에서도 월동배추재배가 이루어지면서 1990년대부터 재배면적은 급격히 감소되면서 브로콜리, 양배추 등으로 대체되었으며, 2015년에는 169ha에서 9,519톤이 생산 되었다. 10a당 수량은 우량품종 보급과 시비개선 등 재배기술이 향상 되어 1913년 500㎏, 1950년대 1,000㎏, 1960년대 1,500㎏이상으로 발전하였으며 1980년대는 6,000㎏, 2000년대에 와서는 10,000㎏에 육박하고 있다. 제주도의 배추 재배작형은 2∼3월에 파종, 4∼5월에 수확하는 봄재배와 8월 파종,11월에 수확하는 가을재배가 있는데, 최근에는 가을작형 보다 약간 늦게 파종하여 다음해 초부터 봄까지 수확하는 작형이 많다.

양배추는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즐겨먹던 채소로 지중해 연안과 서아시아가 원산지다. 요구르트, 올리브와 함께 서양의 3대 장수식품으로 꼽히는 식재료로 우리나라에는 19세기 후반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양배추는 비타민U가 다량 함유되어 있어 위염, 위궤양 등 소화기계 질환에 효과가 있으며, 설포라판, 인돌-3카비놀 등의 성분이 풍부해 암발병을 억제하고 면역력을 강화하는 효과가 있다. 또한 1포기에 80Kcal의 저칼로리 식품이면서 포만감을 주기 때문에 다이어트식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제주에서 양배추 재배 시작은 1940년대로 보고 있으며, 1953년 5.3ha에서 77톤(20,570관)이 생산되었으며, 10a당 생산량은 1,455㎏에 불과했다. 재배면적 증가는 식문화가 변화하기 시작하는 1980년대로 한림, 한경, 대정 등 서부지역에 주산지가 형성되었으며, 2015년 1,910ha에서 110,429톤이 생산되었고 조수입은 769억원이었다.

1970∼80년대 재배 작형은 12월부터 3월까지 재배하는 월동재배가 이루어 졌으며 1980년대 이후 새로운 작형개발을 위하여 9∼10월에 파종하여 4∼5월에 수확하는 재배시험을 하였으나 정착되지는 못하였다. 1990년대 중반 양배추 주산지인 한림읍 수원리 지역을 중심으로 시들음병이 심하게 발생하여 재배면적의 20∼30%가 폐작되기도 하였으며 현재 까지도 제주 지역에서 12∼2월 월동채소의 중요한 품목으로 재배되고 있다. 2000년대 초반까지도 제주지역에서 재배되는 작형은 주로 12월부터 3월 생산되는 작형이었다. 특히 1990년대 중반 육묘기술이 보급 되면서 재배 면적이 급증하였으며 최근에는 과잉생산으로 인한 가격하락의 문제와 함께 뿌리혹병 등 연작 작해로 인한 재배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사진 왼쪽부터 구엄리 양배추 재배 모습과 애월리 취나물재배 모습
사진 왼쪽부터 구엄리 양배추 재배 모습과 애월리 취나물재배 모습

상추는 '쌈채소'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채소로 식탁에서 흔히 볼 수 있지만 과거에는 '천금채(千金菜)'라고 불릴 만큼 귀한 채소였다. 원산지는 유럽과 서아시아로 기원 전 4500년경의 고대 이집트 벽화에도 작물로 기록되어 있을 정도로 오랜 기원을 가진 채소다.

상추의 품종은 약 340여 가지이며, 매년 20여 품종이 새롭게 신고되는 등 매우 복잡 다양하나, 결구 형태에 따라서 잎상추, 결구상추, 로메인상추, 색에 따라서 적상추, 청상추, 흑상추로 간략하게 분류될 수 있다. 비타민과 무기질이 풍부해 빈혈 예방에 좋으며 줄기에서 나오는 우유빛 즙액에는 락투세린과 락투신 성분이 있어 진통과 최면효과가 있다. 샐러드나 쌈, 겉절이 등 열을 가하지 않고 생채로 이용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제주도입 시기가 언제부터 인지 알려지지 않으며, 재배면적은 1990년도 84ha까지 증가하다가 2015년 18ha 정도로 감소되었다. 전체 재배 면적 중 14ha정도가 시설재배이며, 제주시 삼양동지역을 중심으로 재배되고 있다. 1960년대 이전까지는 대부분 잎상추가 재배되었고 1960년대 이후 반결구 및 결구상추 등 다양한 상추가 도입되었으나, 재배면적은 확대되지 않았다. 현재 제주지역에서 주로 재배되는 상추는 잎상추이며, 돼지고기, 소고기 등 육류의 소비와 함께 근교농업의 핵심작목으로 연중 생산출하 하는 방식으로 재배되어지고 있다.

시금치의 원산지는 아프카니스탄 주변의 중앙아시아이며, 이란 지방을 중심으로 오랫동안 재배되어 왔다. 많은 품종이 외국에서 육성, 보급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아직 재래종이 많이 재배되고 있다. 내한성이 강해 서늘한 가을, 겨울에 잘 자라는 반면 더위에는 약하다. 비타민, 철분, 칼슘 등 각종 영양성분이 다량 함유되어 있는 알칼리성 채소로 각종 질병과 미용에 효과가 있다.

서양에서는 주로 어린시금치 잎을 샐러드용으로 사용하며, 우리나라는 나물이나 국으로 주로 먹었으나 최근 쌈채소 용도로 확대되고 있다. 시금치는 조선시대부터 재배했다는 기록이 있고 제주에서 재배시기는 명확하지 않다. 배추와 상추 등 다른 엽채류와 마찬가지로 겨울철 생육이 가능한 이점이 있다. 1961년 21ha에서 2004년 가장 많은 126ha까지 재배되기도 하였으나 2014년에는 2ha에서 31톤이 생산되었는데 0.2ha정도는 하우스에 재배되었다. 1980년대까지는 재래종이 재배되었으나 현재는 겨울 재배용 품종이 재배되고 있으며 2000년 들어 겨울철 공급을 위한 하우스 재배가 일부 이루어졌으나 확대되지 못한 상황이며 내한성이 강한 서늘한 가을, 겨울 재배가 주를 이루고 있으며 앞으로 여름철 고온에 대한 저항성 품종이 보급되면서 월동채소, 마늘 등의 전 작물로 여름시금치 재배가 이루어질 여지가 있다.

취나물은 곰취, 수리취 등 취자가 붙는 산나물의 총칭을 말하는 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참취이지만 이외에 같은 쑥부쟁이속에 개미취, 옹굿나물 등을 비롯하여, 다른 속에 속하는 미역취, 곰취, 곤달비, 분취, 그늘취, 금강분취, 각시서덜취, 버들분취, 구와취, 수리취, 큰수리취 등을 일컬어 취나물이라 한다. 특유의 향과 쌉사름한 맛의 취나물은 국내에 60여 종이 자생하고 있으며 그 중 참취, 개미취, 각시취, 미역취, 곰취 등 24종이 식용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중 수확량이 가장 많으며, 가장 많이 활용되는 것이 참취다. 참취는 재배되는 산채류 중에서 더덕, 고사리, 도라지에 이어 4번째로 재배면적이 많으며, 단백질, 칼슘, 인, 철분 등 각종 영양소가 함유되어 있는 알칼리성 식품으로 알려지면서 연중 소비가 증대되고 있다.

야생에서 채취하여 산나물로 식용되어오다가 재배가 시작 된지는 오래지 않다. 우리나라에서 재배되고 있는 취나물은 참취, 개미취, 곰취, 미역취 등이 있는 데 제주에서는 재배되고 있는 취나물은 울릉도에서 많이 난다고 울릉도나물, 부지깽이나물, 잎이 참깨 잎을 닮았다고 호마채라고도 불린다. 현재 애월읍을 중심으로 재배되고 있는 취나물인 부지깽이 나물은 1990년대 울릉도 출신인 한 농가가 구좌읍에서 재배를 시도 하였으나 기상과 토양환경이 적합하지 않아 정착되지 못했다.

그 후 애월읍을 중심으로 재배하기 시작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 취나물은 한번 파종하면 최대 2년간 수확 할 수 있다. 4∼5월에 파종한 것은 여름을 넘겨 10월부터 수확하고 이듬해 4∼5월에 수확하는 것이 보통이며, 11월에 파종한 것은 봄에 수확하는 작형이 주를 이루고 있다. 제주지역 취나물은 육지부에서 생산이 불리한 겨울철에서 다음 해 봄까지 노지에서 재배되어 우리나라 전 지역에 공급되고 있으며 특히 무, 양배추, 브로콜리, 콜라비 등 월동채소의 틈새작목으로 재배되어지고 있다.

※ 참고자료: 남인희(198), <제주농업의 백년>; 제주특별자치도 농업기술원(2016), <제주농촌진흥 60년사>; 한국학중앙연구원, <향토문화전자대전>; 제주특별자치도청(2019), <농축산식품현황>

<이성돈의 제주농업의 뿌리를 찾아서> 코너는?

이성돈 서부농업기술센터 농촌지도사 ⓒ헤드라인제주
이성돈 서부농업기술센터 농촌지도사 ⓒ헤드라인제주

농촌지도사 이성돈의 '제주농업의 뿌리를 찾아서'는 제주농업의 역사를 탐색적으로 고찰하면서 오늘의 제주농업 가치를 찾고자 하는 목적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이 기획 연재글은 △'선사시대의 제주의 농업'(10편)  △'역사시대의 제주의 농업'(24편) △'제주농업의 발자취들'(24편) △'제주농업의 푸른 미래'(9편) △'제주농업의 뿌리를 정리하고 나서' 편 순으로 이어질 예정입다.

제주대학교 농생명과학과 석사과정 수료했으며, 1995년 농촌진흥청 제주농업시험장 근무를 시작으로 해, 서귀포농업기술센터, 서부농업기술센터, 제주농업기술센터, 제주농업기술원 등을 두루 거쳤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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