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정 '전 남편 살해' 무기징역 선고,..재판부 양형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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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정 '전 남편 살해' 무기징역 선고,..재판부 양형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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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계획범죄'로 판단... "졸피뎀 사용, 살해 사전계획 인정"
"죄책감 찾아볼 수 없고, 변명일관...사회로부터 영구히 격리 불가피"
지난해 10월 재판정에 출석하는 고유정 <헤드라인제주 DB>
지난해 10월 재판정에 출석하는 고유정 <헤드라인제주 DB>

[종합] 전 남편을 살해한 후 시신을 잔혹하게 훼손해 유기한 혐의(살인 및 사체손괴, 은닉 등)와, 의붓아들 살해 혐의로 기소된 고유정(37)에게 무기징역이 선고됐다.

제주지법 제2형사부(정봉기 부장판사)는 20일 오후 2시 201호 법정에서 열린 고유정 사건 선고공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법원은 이날 2건의 병합사건 중 전 남편 살해 혐의에 대해서만 검찰측 공소사실을 대부분 인정하며 유죄로 판결했다. 반면, 의붓아들 살해 혐의에 대해서는 '증거 부족'을 이유로 해 무죄를 선고했다. 

먼저, 전 남편 살해 부분에 있어 재판부는 고유정의 일련의 행각을 모두 '계획 범죄'로 판시했다.

고유정은 지난해 5월 25일 오후 8시부터 9시16분 사이 제주시 조천읍의 한 펜션에서 전 남편에게 수면제를 먹인 뒤 흉기로 무참히 살해하고, 하루 동안 시신을 훼손해 유기한 혐의로 기소됐다. 

수사 결과, 고유정은 시신을 훼손한 후 상자 등에 담은 뒤 차량에 실어 완도행 여객선에서 일부를 버리고, 나머지는 김포에 있는 가족 명의의 집에서 재차 시신을 훼손한 후 종량제 봉투와 분리수거 봉투에 담아 버린 것으로 나타났다.

고유정측은 재판과정 내내 살해와 사체손괴, 사체유기 부분은 인정하면서도 '계획 범죄'가 아닌 '우발적 범행'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법원은 수면제 성분의 '졸피뎀'이 피해자(전 남편) 혈흔에서 검출됐고, 범행도구 사전 구입, 범행장소 선택, 살해 방법, 사체 훼손 등 고유정이 보인 일련의 행각을 볼때 사전 계획에 의한 살해로 결론을 내렸다.
 
재판부는 먼저 "피고인 차량에서 발견된 담요 7개 부분에서 피해자 유전자가 검출됐고,  (2019년) 5월 18일 제주에 오면서 가지고 왔던 약봉투에서 처방받은 감기약은 있던 반면 졸피뎀 7정은 발견되지 않았다"면서 "또한 피고인은 5월 10일부터 16일까지 졸피뎀 수면제 등을 직접 검색했는데 청주에서 졸피뎀 처방이 용이한 병원을 찾아 졸피뎀을 처방받았다고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졸피뎀이 투여됐을 것이란 결정적 판단의 근거는 전 남편 살해가 쉽게 이뤄진 점을 들었다.

재판부는 "피고가 피해자를 칼로 찔러 살해했는데, (고유정은) 약간의 절창 외에는 별다른 상처를 입지 않았다"면서 "이와같은 범행의 실행은 수면제를 투여하지 않고서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인정된다"고 밝혔다.

흉기를 수차례 찔러 숨지게 한 잔혹한 살해수법이 확인됨에 따라, 고유정의 '우발적 살해'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펜션 내부 혈흔형태를 분석한 결과 검출된 혈액 대부분은 피해자의 것이고, 그 형태가 피고인이 휘두른 칼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 같은 혈흔형태는 피고가 수차례 찌르는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인정된다. 따라서 피해자를 우발적으로 찔렀을 것이라는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고유정이 전 남편의 아들 면접교섭 장소를 숙소를 통째로 빌릴 수 있고 폐쇄회로(CC)TV가 설치돼 있지 않은 펜션으로 변경한 점도 '계획 범죄'의 근거로 판단됐다.

재판부는 "피해자에게 제주에서 만나자고 한 날짜는 5월20일인데 이미 5월17일 해당 펜션을 예약하고, 승용차를 선적할 배편도 예약했으며, 18일 이미 입도해 제주에 있었다"면서 "또한 피고가 여러 검색어를 입력해서 피고인 가족만 단독으로 펜션 통째로 이용여부를 확인한 다음 예약했는데, 따라서 일방적으로 면접교섭장소를 청주에서 제주의 펜션으로 변경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범행 직전 물건을 구입하고, 살해 직후에는 펜션 인근 클린하우스에 물건을 버리거나 유기했다"며 "살해 직후 구매한 물품들을 반품한 것 역시 일상적인 용도로 구매한 것으로 보이지 않고, 범행에 사용하지 않은 물품들을 반품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밖에도 인터넷을 통해 뼈의 강도와 무게 등을 검색한 점, 연예인 마약사건과 무관하게 수면제 성분에 대해 검색을 한 점 등을 토대로 고씨가 계획적으로 피해자를 살해한 것으로 판단했다.

고유정이 전 남편을 살해한 뒤 그의 휴대전화에 '성폭행 미수로 고소하겠다'는 문자를 발송하고, 전 남편이 살아있는 것 처럼 문자를 보낸 것도, 피고의 꾸며낸 행동으로 인정된다고 밝혔다.
 
반면, 지난해 3월2일 청주의 자택에서 현 남편의 아들 B군(6)을 살해한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청주에 살던 의붓아들 살해 사건 무죄를 선고한 의붓아들 사망 사건의 경우 범행 동기가 없고, 당시 의붓아들과 같이 자고 있던 현 남편에게 수면제 성분을 먹였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판시 이유다.

검찰은 고유정이 현 남편과의 단란한 가정을 이루는데 의붓아들이 방해가 된다고 생각해 살해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현 남편과)원만한 가족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피해자의 존재가 오히려 필수적이었다고 보인다"면서 "전 남편을 살해하기 위해 사전에 계획을 세워 실행한 반면, 이 사건(의붓아들)에서는 그러한 노력을 했거나 계획을 세웠다고 볼만한 증거가 전혀 없다"고 판단했다. 

결국 이번 1심 선고는 전 남편 살해 부분만 갖고 이뤄지게 된 것이다. 

양형사유는 크게 계획적 살인 범행과 사체손괴, 반성 없음 등으로 제시됐다.

재판부는 "피해자를 살해할 계획을 세우고 펜션으로 유인해 졸피뎀을 투약해서 살해한 다음 사체마저 손괴하고 은닉한 이 사건은 천륜인 아들과 피해자(전 남편)를 단절시키는 극단적 범행을 계획하고 이를 실행에 옮겼다는 점에서 죄질이 대단히 불량하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과 이혼한 이후 2년만에 아들을 만난 피해자는 자신을 아버지가 아니라 '삼촌'으로 알고 있는 아들과 불과 한나절 함께 시간을 보내다가 살해되었는데, 생명은 침해되는 경우 어떠한 방법으로도 회복할 수 없다"면서 "피해자를 잃은 유족들은 평생 치유할 수 없는 상처를 입었고, 시신조차 찾지 못한 깊은 슬픔과 고통에 시달리면서 피고인에 대한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범행은 그 죄책 또한 대단히 무겁다"면서 "그럼에도 피고인은 피해자와 그 유족들의 고통을 외면하면서 오히려 피해자가 자신을 성폭행하려 하자 이에 저항하다가 살했다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변명으로 범행을 부인하고 있고, 피해자에 대한 인간적 연민이나 죄책감 등은 전혀 찾아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피해자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힐책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에게는 이에 상응하는 엄중한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저지른 범행의 잔혹성과 중대성, 그에 상응한 책임의 정도, 피해자 유족의 슬픔, 범행 동기, 범행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여러 양형조건에 더하고, 이 사건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파장과 일반예방의 필요성 등을 고려할 때 피고인에 대해 영구히 사회로부터 격리된 상태에서 평생 자신의 잘못을 참회하고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도록 함이 타당하다"며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이번 1심 판결결과는 '사회로부터 영구히 격리'라는 점에서는 양형이 최고 수위로 결정된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의붓아들 살해혐의가 무죄가 나오면서도 법정최고형인 '사형' 선고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결심공판에서 사형을 구형했던 검찰의 항소여부가 주목된다.

제주지검은 이날 선고고판이 끝난 후, 조만간 판결문을 검토한 후 항소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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