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무사증 입국' 18년만에 중단...숨 죽인 관광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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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무사증 입국' 18년만에 중단...숨 죽인 관광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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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0시부로 시행, 중국인관광객 사실상 차단
무사증 입국 비율 74% 불가피...업계 "공감하지만 걱정"
'무사증(무비자) 입국제도' 시행을 앞두고 제주국제공항 국제선 도착 대합장 게이트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무사증(무비자) 입국제도' 시행을 앞두고 제주국제공항 국제선 도착 대합장 게이트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종합] 국내에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우한 폐렴) 감염증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제주도의 '무사증(무비자) 입국제도'가 4일 오전 0시를 기해 일시 중단된다. 

제주국제공항 국제선으로 들어오는 직항은 물론, 국내 다른 지역을 통해 들어오는 '환승무사증' 발급도 모두 중단된다. 

사실상 무사증을 통한 제주도 입도는 전면 차단되는 것이다. 

무사증제도는 지난 2002년 5월 사람, 상품,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을 통해 개방화, 자유화를 지향하는 제주국제자유도시 정책(당시 제주국제자유도시법)에 따라 처음 도입됐고, 이후 2006년 제주특별자치도법에 의해 명문화됐다.

이 제도로 우리나라에서는 유일하게 제주도가 비자발급 없이 입국이 가능한 도시로 설정됐다.  무사증제도 시행 후 외국인관광객들의 제주방문이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특히 2010년 이후에는 중국인관광객들이 크게 몰렸다. 
 
2017년 사드 배치 문제로 중국의 단체관광 금지령으로 한때 급감했으나, 지난해부터 다시 증가하는 추세를 보여왔다. 

그러나 무사증 제도로 인한 부작용도 적지 않아 폐지논란도 계속돼 왔다. 육지부로 밀입국할 목적으로 비자 없이 입국이 가능한 제주도를 통해  들어오는 외국인들이 늘어났고, 실제 무단이탈을 시도하다가 제주특별법 위반혐의로 체포되는 불법체류자들도 크게 증가했다.

그럼에도 '중단'은 없었다. 2018년 제주에 예멘인 난민신청자들이 무사증을 이용해 대거 입국한 것을 계기로 폐지 주장이 크게 분출되기도 했지만, 미비점을 보완하는 것으로 존속하는 것으로 결론을 냈다.

그러나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있는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는 결국 '무사증' 중단이라는 사상 초유의 조치로 이어지게 했다.

정부의 이같은 결단 이면에는 여러가지 상황이 감안된 것으로 풀이된다.

사실 무사증 일시 중지 문제는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환자가 증가하는 추세를 보일 즈음,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정부에 처음로 건의했다. 

원 지사는 바이러스가 제주도로 유입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무사증 일시 중지와 함께 국내선 발열감지 카메라 확대 설치를 건의했다.

하지만, 정부의 결단은 쉽지 않았다.

그러다가 최근 제주도를 여행하고 돌아간 중국인관광객이 확진 판정을 받은 것으로 확인된 것이 결정적 변수가 됐다.

원 지사는 재차 무사증 중지 뿐만 아니라, 중국인 관광객들의 입국 자체를 일시 중단시켜줄 것을 공식 요청했고, 정부는 최종적으로 무사증 제도의 일시 중단을 결정했다.  

법무부가 3일 무사증제도 중지를 고시하면서, 4일 오전 0시부터 무사증을 통한 입국은 중단된다.

이번 무사증 중단조치로, 제주관광에서 외국인시장은 초토화될 것으로 보인다. 무사증으로 제주에 입도하는 외국인 가운데 98%가 중국인으로 분류되는데, 관광목적의 중국인 입국은 사실상 전면 차단되는 것에 다름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제주도를 방문한 중국인은 107만9133명으로 집계됐는데, 이중 무사증 입국자는 74%인 79만 7312명로 나타났다. 이를 감안하면 무사증 중단으로 인한 중국인관광객은 70% 수준 이상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코로나' 불안감 확산으로 도민들의 중국여행 취소도 대거 이뤄지면서, 제주~중국 직항항공노선은 사드사태 때보다도 더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달 21일만 하더라도 24편에 탑승률 86%(탑승자 3697명)에 이르던 제주~중국 직항노선은 운항이 취소되거나 중단되는 사례가 지난 2일에는 단 7편만 운항된 것으로 나타났다. 탑승자는 546명으로, 열흘전의 15% 수준으로 하락했다. 

가뜩이나 경제불황이 심화되는 가운데 엎친데 덮친 격으로 나타난 '코로나' 사태의 후폭풍에 제주관광 시장은 그야말로 완전히 숨 죽여 있는 모양새다.

제주도 관광업계와 상공인, 재래시장과 원도심 상권도 큰 충격에 휩싸였다. 이번 무사증 일시 중단이 현 위기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불가피한 결단'이라는 점에서는 공감하면서도, 대공황과 같은 경제불황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큰 우려를 하고 있다.
 
동문수상시장상인회과 서문공설시장상인회, 중앙로상점가상인회, 중앙지하상점가조합, 칠성로상점가조합은 3일 긴급 성명을 내고 "현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영향으로 경기침체가 가속화되고 장기간 이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고하고 있는 상황으로, 우리 상인들의 감내해야할 고통은 우려와 한도를 넘어 민생경제 파탄위기에 처해 있다"고 호소했다.

이들 상인단체는 "중국 취항편수 30% 축소, 탑승률 20%대 급감, 전년대비 국내외 관광객이 50%이하로 급속히 줄어들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내국인 관광객마저 중국인이 많다는 이유만으로 제주관광이 취소되거나 기피되고 있는 현실은 사스사태와 견주어 최소 1년 이상 장기간 불황을 예고하고 있어 우리 상인들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한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제주도는 위기에 처한 경제를 살피고 파산위기에 직면한 소상공인들을 위한 특별 지원 대책을 강구하라"고 촉구했다.

제주지역 상공업계는 현 위기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민관 공동 대응기구 설치를 제안했다.

제주상공회의소는 3일 성명을 내고 "정부와 제주특별자치도의 '제주 무사증 입국 일시중지' 결정은 국가와 지역안전을 위한 대승적 차원에서 이뤄진 조치로 이해한다"고 전제하면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가 커지고, 이로 인해 소비와 투자심리가 위축되는 등 실물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대책마련을 호소했다.

그러면서, 위기극복을 위한 가칭 '민·관 경제위기 대응 공동협력 위원회' 설치를 제안했다. 

한편, 제주특별자치도는 무사증 일시중지에 인한 지역경제 피해 최소화와 도민 불안감 완화를 위한 도내 산업별 중·단기 대책 수립에 나섰다. 제주도는 외국인 관광객 감소에 따른 영향을 가장 받을 관광업계를 비롯해 각 산업별 중단기 지원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원희룡 지사는 지난 2일 담화문을 통해 "무사증 일시 중단은 뼈를 깎는 고통스러운 결정이었고, 숙고 끝에 내린 결단"이라며 "관광업계 및 소상공인 등 도내 지역경제가 처한 극심한 고난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고, 피해를 최소화하고 지원방안도 마련해 대책을 조속히 시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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